▲이은정 지음 ▲마음서재 ▲1만4000원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길을 걷는,
한 사람의 솔직 담백한 내면 일기 
 
대낮에도 고라니가 마실 나오고 밤이면 멧돼지가 텃밭을 서리하러 내려오는 곳. 아침이면 새소리에 눈을 뜨고, 깊은 밤엔 먼 골에서 들리는 부엉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는 곳. 멀리 가지 않아도 바다와 맞닿은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고, 정월 대보름엔 거대한 보름달이 집 앞 나무에 걸리는 곳. 좋은 것만 건네는 숲이 있고, 그 위로 쏟아질 듯 별들이 반짝이는 곳. 작가가 사는 곳은 자연과 짐승과 사람이 공존하는 산골 작은 집이다. 
 
이은정 작가는 2년에 한 번 여행 다니는 기분으로 이사를 다녔다. 내면에 상처를 가득 안고서 세상 모두와 인연을 끊고 시골에 자신을 유폐시켰다. 그곳에서 그를 맞아준 것은 자연과 고독이었다. 
 
젊은 여자에게 자연은 마냥 우호적이지 않았고, 고독은 더러 사람에게 받은 상처만큼 견디기 힘들었다. 시골살이의 불편함과 부족함에 익숙해지고, 지독한 고독마저 즐길 수 있게 됐을 즈음 그동안 외면해왔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비로소 가슴에 묻어둔 상처와 대면할 용기가 생겼다. 
 
작가가 들려주는 시골에서의 삶은 도시인들이 기대하듯 낭만 가득한 삶은 아니다. 때로는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와 맞서야 하고, 집 안에 함부로 난입한 쥐와도 날 선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글쓰기 말고는 마땅한 벌이가 없으니 통장에 잔고가 바닥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넉넉한 품을 내어주는 자연이 있고, 기꺼이 나누는 이웃들이 있어 행복한 삶이다. 
 
포기하지 않고 버틴 끝에 작가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돌아보니 혼자 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저 나무들이 그렇듯이 우리는 절로 성장하는 것이 아님을, 무수한 상처와 고통의 시간들이 결국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는 것을. 작가는 지금 그런 아픔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당신의 아픔을 치유해줄 수는 없지만 옆에서 같이 울어줄 수는 있다고, 그러니 눈물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세상과 사람으로부터 상처 받고 도망치듯 시골 마을로 숨어들었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놓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문학. 배고픔의 절망과 고독의 한계와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게 해준 것은 문학이었다.

그래서 하루에 열다섯 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서 쓰고 또 썼다. 글쓰기는 불행한 운명의 강을 건너게 해주는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 그렇게 벼린 문장들이 모여 이 산문집으로 태어났다. 글을 써온 지 20년 만에 처음 문학상이라는 걸 받았고, 책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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