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회담 결렬 후 점점 멀어지는 北美관계
정치권뿐 아니라 공정화두 다시 꺼낸 조국사태
끝날 기미 안 보이는 패스트트랙 세 가지 법안

<좌>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북측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환송하며 악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8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검찰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우>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2회국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변경 동의를 통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하자 격하게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기해년(己亥年) 한 해가 저물어 간다. 2019년 연말을 맞이해 한해를 돌아보며 정치권 주요 이슈 세 가지 장면을 선정해본다.  
 
올 초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 이후 6월 판문점에서 남북미 세 정상이 만났지만 실무협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북미 관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중반부터 대한민국에는 조국만 있었다. 이른바 조국정국으로 극심한 혼란이 일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조국 감사에 집중됐고 정치권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조 장관 사퇴 이후 국회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두고 대립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 두 지지층으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을 이어갔다. 
 
◇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멈춘 한반도 평화 시계
2019년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도 봄이 오는가했다. 하지만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회담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이후 8개월 만에 마주했지만, 비핵화 방식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하노이 만남 이후 둘의 관계는 멀어졌다. 북미 관계 악화의 핵심은 비핵화 방법에 있었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로드맵을 미리 설정하는 포괄적 합의를 먼저 해야 한다며 일괄타결에 가까운 빅딜 방식을 선호했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시작으로 그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단계적 합의를 주장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비핵화 회담 판 자체는 깨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실무진급 발언을 통해 서로에 대한 비판은 한층 거세졌다. 특히 북한은 지난 4월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을 통해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로 정해뒀다.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가 계속되자 북한은 무력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북한은 지난 5월 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통하는 단거리 미사일 KN-23 2발을 발사한 이후 지속적으로 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지난 10월 2일에는 전략무기인 북극성-3을 시험 발사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은 이번달 말 소집 예정인(날짜미정) 5차 전원회의에서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전제로 한 '새로운 길' 관련 국가전략 노선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토대로 내년도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구체적인 방향성과 정책들이 언급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시한을 직접 ‘연말까지’로 설정한 만큼, 오는 31일까지는 도발을 자제하고 해를 넘긴 뒤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발표한 이후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 블랙홀의 시작...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2019년 하반기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조국 블랙홀’에 빠져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신임 법무부 장관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내정했다. 
 
조 전 수석은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의 소명을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후보자 임명과 동시에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쏟아졌다. 딸의 허위 인턴십·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논문 제1저자 의혹 등 입시비리 의혹과 동생의 위장 의혹 및 웅동학원 의혹, 5촌 조카와 일가가 연루된 사모펀드 의혹 등이 줄줄이 뒤를 이었다. 
 
9월 2~3일 예정됐던 인사청문회가 증인 채택 문제로 무산되자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임명 한 달 만인 9월 9일 임명을 강행한다.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사법개혁을 위한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조국 수호'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조국 장관 파면 촉구 집회 참가자가 '조국 구속'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민주주의가 타살됐다”며 10일 삭발을 감행했고, 황교안 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의원들이 연이어 ‘삭발릴레이’를 벌였다. 
 
대한민국은 둘로 나뉘었다.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세력은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반대하는 세력은 광화문 앞으로 모였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감은 조국국감으로 변질됐다. 민생과 경제는 사라지고 조국잡기와 조국방어에 정치권은 혈안이 되었다. 
 
조국 사태 이후 공정은 가장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진보의 얼굴이었던 조 전 장관 딸의 입시비리 의혹이 쏟아져 나오자 2030 세대는 분노했다. 관련 대학들은 연이어 촛불집회를 열고 조국퇴진 구호를 외쳤다.  
 
사퇴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조 전 장관은 검찰 특수부를 전국 세 곳만 남기고 모두 폐지했다. 명칭도 ‘반부패수사부’로 바꿨다.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출석조사 최소화, 심야조사 원칙적 폐지, 장시간 조사 금지, 법무부의 탈검찰화도 추진했다.  
 
10월 14일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갑작스런 사퇴를 발표했다. 취임 이후 35일 만, 후보 지명 66일 만이었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면서 ‘조국 정국’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가족 비리를 넘어 권력형 비리로 수사가 확대되는 실정이다. 
 
현재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재판은 계속되고 있고, 법무부 장관직은 여전히 공석이다. 검찰은 민정수석이던 조국을 겨냥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 조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선거법과 검찰개혁 태운 화차(火車)... 패스트트랙 등장
2019년 말 지금까지도 여야의 극심한 대치를 불러왔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은 지난 4월30일 시작됐다. 

 
심상정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은 4월 24일 여야 4당 합의에 따라 비례대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 정개특위는 예정대로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논의하고 18명 특위 위원 중 한국당 소속 6명을 제외한 12명이 법안 발의에 참여한 만큼, 5분의3(11명) 이상 동의 요건을 갖춰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였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1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마치고 집회를 위해 정문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한국당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는 가운데, 심 위원장은 “한국당의 대응은 개혁의지를 덮기 위한 과잉대응”이라며 “국회에서 진행되는 패스트트랙 절차는 합법적 입법절차”라고 말했다.
 
선거법과 검찰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은 그 과정부터 험난했다. 한국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군소 야당은 선거법과 검찰개현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강행했고, 한국당은 육탄전으로 이를 막아섰다.
 
국회 선진화법 이후로 폭력사태는 사라지는가 싶었지만 패스트트랙 정국과 함께 다시 등장했다.  
 
한국당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등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회의장 자체를 봉쇄했고, 패스트트랙 법안 발의 자체를 막기 위해 국회 사무처 앞을 몸으로 막아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몸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탈진한 의원들이 곳곳에서 응급 구조대에 실려 나갔다. 사개특위 위원이었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자신의 사무실에 감금되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을 국회법 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무더기 고발했고, 한국당 역시 민주당 의원들을 '공동상해'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채 의원을 감금한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13명은 특수감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고소·고발된 국회의원은 모두 110명이다. 소속당별로는 한국당이 60명으로 가장 많고 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7명, 정의당 3명 차례로 고발됐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고발된 상태다.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로 평가받는다. 12월 27일 현재 국회 법안 처리율은 30.5%. 지난 19대 국회 법안 처리율이 41.7%, 18대는 44.4%인 것을 고려하면 초라한 수치다. 우후죽순으로 발의되는 법안으로 법안 처리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올해 본회의 법안 처리 건수는 다른 연도와 비교해도 특히 저조하다. 올해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모두 1647건으로, 지난해 처리된 2723건과 2017년 처리된 2121건과 비교해도 매우 낮다. 20대 국회에 접수된 법안은 총 2만3579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