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윤성영 기자] ㈜에이비엠은 비철금속 아치 패널 분야에서 부동의 국내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지붕 패널과 태양광발전 설비를 일체화시킨 신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끌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도 설치하는 등 건설 분야에서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분야로 탈바꿈에 성공한 강소기업이 바로 에이비엠이다.

국내최초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으로 큰 도약을 이루어 가는 기업!

에이비엠은 지붕 패널을 전문 제작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지붕 패널이란 건축에 필요한 지붕 패널 형태의 지붕인데, 1992년 창립한 이래 이 사업으로 10년 가까이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03년, 일체형 패널을 개발 출시하면서 업계에서 차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업계 후발주자이다 보니 기업을 성장시키기보다는 당장의 생존을 더 걱정해야 할 만큼 녹록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기술 개발을 포기할 수 없어 10명 남짓의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지붕 패널 제작에 몰두했어요. 때로는 지붕이 무너지기도 했고, 원하는 스펙이 나와주지 않아 실패도 여러 번 경험했죠. 하지만 전에 없는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것이 일체형 패널입니다.”

에이비엠이 일체형 패널을 만들기 전 국내 지붕 패널 시장은 여러 겹의 코팅과 조립을 반복 작업해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 기술 개발을 통해 한 번에 설치가 가능해져 시공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안전성도 뛰어나 제작 문의가 빗발치기 시작했고 대부분 계약으로 이어진 결과, 순식간에 매출액이 연 300억 원에 이르렀다. 초창기 10년간 연 10억 원 안팎이었던 것에 비해 일취월장한 성과였다. 부산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벡스코, 부산신항의 창고 지붕 패널이 에이비엠의 제품이다.

“우리 회사가 단번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기술혁신뿐이었습니다. 적은 인원이지만 한 분야에 집중해 경험을 쌓고 노력을 더하면서 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조금씩 기술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실패를 해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뛰어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어요.”

건설•ICT•에너지까지 아우르는 혁신

에이비엠은 2003년 이후 기업 성장이 궤도에 올라 어느덧 비철금속 아치 패널 분야 1위 기업으로인정받게 됐다. 김병철 대표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로 태양광 사업이다.

“일찌기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는 지구 온난화 방지가 인류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화석연료, 원자력 대신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었죠. 저도 이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 특히 인류에게 열려 있는 하늘의 빛을 자원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아무리 써도 무궁무진한 에너지원이바로 태양광인데 이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이 분야에서 확실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 글로벌 리딩 기업이 없으니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건물 일체형태양광 발전(BIPV) 사업이었습니다.”

과감하게 기술 개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역시 이 분야에서도 에이비엠은 후발 주자다. 하지만 그는 여러 태양광 전문기업들을 탐색해본 바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선발 기업들이 태양광 기술 자체는 앞설지 몰라도, 건설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실증 데이터를 갖고 있는 에이비엠이 되려 시장 친화적인 기술을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붕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거치대를 세우고 그 위에 태양광 설비를 시공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비와 눈, 바람에 훼손되는 경우도 있고 워낙 설비 자체가 무거워 건물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는 등 단점이 명확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기술은 태양광 발전 모듈과 지붕을 일체화한 형태입니다. 태양광 설비가 지붕 역할도 하게 되니 새로 건축하는 건물이라면 별도로 지붕 시공을 할 필요가 없죠. 때문에 공사 기간도 반으로 줄고 비용도 10% 정도 절감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체형인 만큼 동일 면적당 발전량이 늘어나므로 그 자체가 태양광 발전소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생산된 전기는 건물의 각종 시설물 가동에 활용될 수 있고, 판매할 경우 2배 정도의 수익을 낼 수도 있어요.”

이 기술은 제832호 건설 신기술로 지정되는 쾌거를일궈냈다. 지금은 혹한과 강풍 등 기후조건이 남다른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에 설치될 정도로 기술력을인정받았고, 전국에 약 50여 곳에서 성공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에이비엠은 BIPV를 통해 태양광 발전의 효율성을 높이고 ICT, IoT와 융합하는 기술적 노하우를 쌓을 수 있게 됐다.

기술혁신만이 살 길, ‘새로운 것이 새로운 시장을 갖는다’

김병철 대표는 에이비엠이 꾸준히 기술혁신을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상상을 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업의 존폐, 흥망은 능력이나 자본 여력이 아니라 ‘상상하지 못하는 환경’이라는 생각이다.

“기업이 비전을 그리지 못한다면 오늘에 안주해 내일을 바라보지 못하게 됩니다. 기술 개발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면, 내일 쓰일 기술을 오늘 개발하지 못한다면 우리 회사는 여전히 누구나 만들고 있는 지붕 패널을 제작하고 있었을 거란 겁니다. 작은 아이디어, 작은 개선도 절대 허투루 보지 말고 생각을 더해 끊임없이 노력하십시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고, 그 시장은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사실 중소기업으로서 기술 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일 수 있다. 그러나 혁신적인 기술 없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기업환경인 것은 분명하다. “기술력이야말로 우리의 살 길”이라는 그의 말이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간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쉼없이 기술을 연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는 그의 말이 명징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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