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빗장' 풀고 박근혜와 정면대결

대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측이 장외 유력주자인 안철수 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폭로가 나와 정치권의 파장이 예상된다.

[민주신문=강인범 기자]18대 대선이 100여일 남은 상황에서 정치권을 뒤흔들 메가톤급 폭로가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안철수 서울대융합기술대학원원장 측이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으로부터 대선 불출마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안 원장측이 공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치권 안팎에선 안 원장이 최근 자신을 겨냥한 검증 공세가 본격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새누리당과 정면 승부를 택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간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널 것 같은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던 안 원장의 행보를 짚어봤을 때 이날 기자회견이 사실상 출마 예비선언을 한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더불어 안 원장측이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협박 내용’을 공개하면서 안 원장에 대한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 의혹과 함께 불법사찰 논란도 재점화 되는 분위기다.
당장 새누리당은 이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확전차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여겨지는 안 원장측의 폭로에 민심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 당 지도부가 이 문제가 이슈화 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불거진 이번 파문의 진실공방 여하에 따라 박근혜 VS 안철수 두 유력주자의 명암이 엇갈릴 가능성도 크다.

안철수측 “새누리, 여자·뇌물 문제로 대선 불출마 협박” 폭로
정준길 “친구간 대화 협박으로 과장, 시중 얘기 전달 한 것” 
지지율 1,2위 후보간 ‘사생결단’ 폭로전 서막, 한쪽은 치명타 불가피


장외 유력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 오전 7시57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으로 부터  대선 불출마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안 원장에 대한 각종 의혹과 관련 ‘해명의 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한 폭로가 나오면서 정치권을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했다. 
당장 출마도 하지 않는 안 원장측과 여권 유력주자인 박근혜 후보와의 대결전선도 자연스럽게 형성된 분위기다.
금 변호사는 이날 “정준길 공보위원과 7분간 통화를 하면서 그는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상대방이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죽는다’는 과격한 표현도 반복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자행하고 있는 이같은 일은 차마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다”고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금 변호사는 “정준길 공보위원의 전화 내용을 안 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고, 한 치의 의혹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 변호사가 이날 밝힌 정 위원과의 통화 내용은 ‘안랩’(구 안철수연구소)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해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고, 안 원장이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이에 대해 정준길 새누리당 공보위원은 금태섭 변호사와는 대학 동기(서울대 법과대학 86학번)인 친구사이로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전달했을 뿐이며 불출마를 종용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그런 협박을 하거나 압력을 넣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닌데, 도대체 이해가 안될 뿐”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변인인 금태섭 변호사가 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실공방 양상
한쪽은 치명타 불가피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과의 대결구도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된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 사안의 파급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후보측의 ‘협박’이 사실일 경우 당장 박근혜  후보에게 큰 타격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보여준 대통합 행보 등도 이 이슈에 가려 소멸될 수도 있다.
반면 정준길 위원 주장대로 단순한 ‘친구사이의 대화’수준을 '침소봉대' 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되레 안 원장측은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는 오명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 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개 공보위원에 불과한 제가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거나 협박할 지위에 있지도 않고 그런 이야기를 전달할 입장도 아니다”며 “같은 서울대 법대 86학번으로 대학 졸업 이후에 동문회장을 수년간 맡으면서 모임을 정기적으로 해왔고 그 과정에서 금 변호사와 자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눈 친구 사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전화통화에 대해서는 “제가 당시 공보위원으로 임명된 상태였는데 유력한 대선후보로 예정돼 있는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관련 업무도 공보위원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비록 친구사이지만 향후 본의 아니게 공세나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자는 취지로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 변호사와 정 위원은 모두 서울대 법과대학 86학번 친구로서 각각 제34회, 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년 사이로 검사로 임용돼 정치에 입문했다.
금 변호사는 검사 출신 변호사로 1995년 서울지검 동부지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해 검찰연구관과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10년여 동안 근무한 전력이 있고, 정 위원은 지난 2003년 울산지검 근무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파견돼 대선자금 수사에 참여하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대검 중수부 검사로서 명성을 쌓았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서로 친구 관계라는 정 위원의 주장에 금 변호사는 사실상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금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 위원과의 접촉에 대해 “제 핸드폰에 연락처는 있는데 1년인가 몇개월인가는 하여간 한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연락이 없었고, 최근에 안부문자가 왔다”고만 말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는 의미로 보인다.
이는 금 변호사측 입장에서 보면 정 위원과의 통화내용이 ‘친구로서의 얘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추후 조사결과에 밝혀지겠지만 일단 금 변호사의 이날 발언은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안겼다. 이날 폭로로 안 원장의 대선 공식 출마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화되는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출마선언을 한 뒤 본격 대응에 나서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정 위원은 이날 이번 파문을 일으킨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당에 사의를 표명했다.

금태섭 변호사에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며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했던 당사자로 지목된 정준길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이 6일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닫은 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불법사찰 의혹 재점화

안 원장의 측의 이번 폭로로 불법사찰 의혹 논란도 재점화 되고 있다. 이날 금태섭 변호사 기자회견에 안 원장과 가까운 인사로 불리는 송호창 의원이 함께 하면서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 안 원장과 민주당과의 공조체제를 유지할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안 원장측은 잇단 검증 공세 과정에서 제기된 안 원장과 관련된 의혹이 정보기관 등의 뒷조사가 아니면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란 점에서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은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전달한 것”이라는 반박이다. 
하지만 정 위원이 2002년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근무할 당시 ‘패스21’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 관련 부분을 조사한 실무 검사였다는 점에서 이 문제와 관련 상당한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공보위원 중 유일하게 검사출신으로 ‘안철수 저격수’로 공보위원에 임명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철수연구소 설립 초기 산업은행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뇌물을 공여했다는 의혹과 관련, 산업은행 전 팀장 강모 씨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당시 산업은행 벤처기업투자팀장으로 근무했던 강 씨는 지난 7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이) 내가 쫓아가 투자를 부탁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안 원장)그 분한테서 뭘 받을 건 아니었다”고 뇌물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산업은행이 오히려 안랩에 투자를 권유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뇌물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강씨는 산업은행 재직 당시 벤처기업에 산업은행 자금을 투자해주는 대가로 해당 기업의 주식과 현금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2002년 4월 구속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안 원장이 강씨에게 수억 원을 투자받은 대가로 1억원 어치의 주식을 줬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검찰 수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때 수사를 담당했던 주임 검사가 ‘안 원장, 불출마 협박’ 논란의 당사자인 정준길 공보위원이었다.
안철수 사찰 의혹과 관련 민주통합당 김관영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안 원장 관련 유언비어를 기사로 게재해 달라는 보도 청탁이 있다는 사례가 제보됐다”며 “새누리당이 정보기관으로부터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은 7일 “(안 교수와 관련한)구체적인 정보나 자료들이 계속 유출되고, 언론을 통해서 여러 가지 형태로 해석되는 식의 정치공작 형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불법사찰 의혹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며 “작년에 안 교수에 대한 사찰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안 교수 측의 긴급기자 회견에 참석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정치사찰, 공작정치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헌정질서 파괴 행위이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좌시할 수가 없었다”며 “당 원내지도부와도 상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위원회에서)여야가 이번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삼지 못한다면 다른 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든지, 특별검사를 이용한다든지 다른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주자들도 이 문제와 관련 적극적인 공세에 가담하는 형국이다. 문재인 후보측은 6일 “안 원장과 민주당 대선후보, 그리고 민주개혁진영의 모든 세력 및 국민과 함께 유신독재의 회귀를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후보측은 6일 오후 성명서를 내고 “해리포터에 나오는 어둠의 제왕 볼드모트가 생각나는 사건”이라며 “불법사찰이라는 독재정권의 망령이 되살아나 2012년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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