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열린 2011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질문을 받고 있다.
[민주신문=강인범 기자]18대 대선 판도의 상수로 불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최근 대국민 소통, 행보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8월 29일 후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학위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수원 광교캠퍼스를 찾은 자리에서 “도움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종합해서 말하겠다”며 ‘민심 청취 행보’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 원장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9월 중순경, 늦어도 추석 전에는 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 원장의 출마 선언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관계설정 또한 초미의 관심사이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원내 제 1야당이 대선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불임정당’이란 오명은 물론 금전적 손실도 막대하다. 향후 당내 내홍도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지율만 놓고 봤을때 안 원장은 민주당 대선후보를 압도하고 있는 것도 자명한 현실이다. 유일한 ‘박근혜 대항마’로 그와의 연대 없이 민주당 자력으로 ‘박근혜’라는 후보와 일합을 겨루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이후의 야권의 대선 후보 선출 시나리오에 대해 짚어봤다.

민주당-안철수 단일화 없이는 박근혜 상대하기 어려운 실정 
'흡수되느냐 흡수하느냐' 놓고 50년 역사 민주당과 경쟁 불가피
'이원집정부제' 고리 민주당과 '윈윈' 전략 대두, 제2의 DJP연합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원장이 대선출마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안 원장의 최측근이자 네가티브 의혹 방어에 선봉에 서고 있는 금태섭 변호사는 “(안 원장이)준비는 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8월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금 변호사는 “(대선 출마) 고민의 과정이 혼자 앉아서 곰곰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뜻을 함께하려고 하고 있다”며 최근 청취 행보가 대선 출마 결심의 막바지 단계임을 시사했다.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늦지 않게 결심을 해서 말씀드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왜냐하면 국민들이 안 원장의 생각을 충분히 알고 이 사람에게 맡길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대선출마 선언이) 늦어지지 않도록 결심해서 알려드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선관위가 안철수 재단 활동에 대해 선거법 위반을 결정하자, 재단은 활동시기를 대선 이후로 유보하는 등 민첩하게 움직이는 한편 금 변호사는 최근 페이스 북에 ‘진실의 친구들’이란 페이지를 개설, 검증공세에 적극해명하고 나선점도 출마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사례중 하나다.

민주당 입당, 독자출마 선택의 기로

안철수 원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한다면 범야권 유력주자로 신분이 탈바꿈된다. 출마선언 이후의 지지율 변화에도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현재보다 더 정밀하게 박근혜 후보와의 직접적인 비교도 가능해진다.

안 원장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선택답안지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 진다. 민주당의 러브콜을 받아들이는 것과 제 3지대에서 세를 규합, 독자 출마하는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장도 안 원장과 연대에 문을 열어놓는 모습 등 그의 지지세의 폭발력에 따라 함께하려는 인사들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 안 원장을 에워싸고 있는 지지율과 신뢰의 기저임을 감안할 때 기존 정당에 입당할 경우 ‘안철수 현상’의 의미는 퇴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40세대의 절대적 지지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 민주당 후보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지도 의문부호로 남게 된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도 영입을 포기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두관 대선 경선 후보는 “안 원장이 직접(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입당 가능성을 희박하게 내다봤다. 그는 “민주당에서 정치를 바꿔내고 국민 열망을 담아내는 후보가 뽑힌다면 그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면서도 “(당분간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15대 대선 당시 지지율 1위로 유력 대선 후보로 평가받았지만 당시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벽을 넘지 못하고 후보 사퇴한 박찬종 변호사는 “안철수 원장이 민주통합당 간판으로 최종 단일화해서 출마하면 안철수 현상에 대한 배반자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8월 30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안 원장이 안철수 현상의 진실을 꿰뚫는다면 민주당 쪽으로 가거나 기성정치권에 발을 들여선 안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안 원장과 민주통합당의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해 “국회와 정당을 폭파해야 된다는 대상으로 생긴 것이 안철수 현상”이라며 “그렇게 되면 안철수 대통령은 별 볼일 없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8월 30일 충북 청주시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제18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을 위한 충북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당 기반 없이 완주...현실적 어려움  

안철수 원장의 파괴력 없이 범야권 후보 필승구도를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 입당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진보당 유시민 전 대표는 8월 29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 바람’이 중형급, 소형급 태풍이라면 이번 대선의 ‘안철수 바람’은 대형급 태풍”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안 원장과 민주당의 연대 문제에 대해서 “통치를 하려면 정당 기반을 가져야 한다”며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가 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본다. 문재인 의원이 후보가 되고 나서 양보를 한다든가…”라고 말했다.

야권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안 원장 본인이 민주당 후보와 경쟁을 통해서라도 홀로 끝까지 완주할지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당시처럼 ‘아름다운 양보’를 할 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킹메이커’를 생각하고 있다면 민주당 네명의 후보 중 마음에 염두해 두고 있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고 귀뜸했다.

만약 염두해 둔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지 않을 경우 본인이 범야권 후보가 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고, 반면 ‘킹메이커’로 마음을 굳혔다면 분권형 개헌을 통해 민주당과 최적의 접점을 찾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1997년 대선에서 야권 승리의 견인차가 된 ‘DJP(김대중-김종필)연합’ 모델이 그것이다. 만약 안 원장과 민주당 후보가 분열되어 나올 경우 박근혜 후보와의 대결구도에서 범야권이 승리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안 원장은 최근 출간된 문답집 형식의 저서에서도 “권력의 집중화를 견제하는 기관들을 잘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권력의 집중화 현상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경우 여권에서도 이재오 의원 등 지속적으로 분권형 개헌을 제기했던 인사들이 있었던 만큼 새누리당도 대응전략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정치 논리상 안철수 원장측이 이미 점찍은 후보가 있다는 시나리오에 대해 당장 펄쩍 뛸 것은 분명하지만 정치는 정당의 지지기반 없이 지지율만 갖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 원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대선캠프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 후보보다 안 원장의 지지율이 월등한 건 사실이지만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가 선출되고 안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에 접어든다면 지지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당부분 좁혀 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이 8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안철수 원장 출마를 촉구하는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 기자회견을 갖은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단일화 없이는 패색 짙어
“독자 출마 해야” 여론 가장 높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원장과의  지지율은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지난 8월 29일 KBS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후보와 안 교수의 일대일 대결에서 박근혜 47.7%, 안철수 44.8%로 2.9%p 차로 나타났다.

반면 박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경선 후보의 양자 대결에서는 박근혜 52.7%, 문재인 39.3%로 박 후보가 13.4% 포인트 앞섰다.
또 박 후보와 손학규 민주당 경선 후보의 대결에서는 60.5 대 27.5, 김두관 경선 후보와는 65.2 대 22.6, 정세균 경선 후보와는 65.7 대 20.7%로 모두 박 후보가 큰 차로 앞섰다.

‘박근혜-안철수-문재인’ 다자 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40.7%로 가장 앞섰고, 안 교수 24.1%, 문재인 경선 후보가 13.7%로 뒤를 이었다.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때 안철수-민주당 후보간의 단일화 없이는 박근혜 후보를 상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범야권 대선 후보로는 안 교수가 35.8%의 지지를 얻었고 문재인 24.5, 손학규 9.4, 김두관 3.6, 정세균 1.9%로 조사됐다. 대선에서 당선 희망 후보를 묻는 질문에서는 야권 후보가 47.2%로 조사돼 새누리당 후보(40.4%)를 앞섰다.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 43.4, 민주통합당 35, 통합진보당 2.5%로 나타났다.

아울러 안 교수의 대선 출마 방식을 묻는 질문에서는 ‘독자 출마해야 한다’는 응답이 34.5%로 가장 높았고,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뒤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해야 한다 32.5%, 민주당에 입당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야 한다가 11.9%로 조사됐다. 이번 여론조사는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7일과 28일 이틀간 집 전화나 휴대전화로 조사했으며 오차는 ±3.1%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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