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일정 때문에 늦어져 8월 중 사실관계 확인”…김 원장 환골탈태는 ‘공염불’

한국콘텐츠진흥원 나주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이 올해 3월 전ㆍ현직 직원들의 개인 비리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환골탈태를 선언한 가운데 관련단체로부터 요청받은 내부 감사를 6개월간 묵살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제보 받은 사안에 대한 사실 확인이 연간 감사 일정 때문에 늦춰졌다는 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해명이다.

하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관련단체가 비위 행위로 제기한 사안에 대해 재차 요청했음에도 콘텐츠진흥원 측은 한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원장이 외친 임직원의 관료화 타파 등 환골탈태 선언은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기야 관련단체는 이달 초 콘텐츠진흥원 관리감독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측에 감사를 요청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5일 캐릭터 단체인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에 따르면 콘텐츠진흥원은 아직까지 지난해 말 요청한 중국 심천비지니스센터의 부적절한 운영에 대해 내부 감사를 착수하지 않았다.

내부 감사를 착수하지 않은 이유는 청렴감사실의 내부 감사일정 때문이라는 게 콘텐츠진흥원의 설명이다.

올해 초 콘텐츠진흥원 전ㆍ현직 직원이 소프트웨어 업체로부터 정부 사업 수주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감사 업무가 많았다는 것. 현재 해당 사안의 내부 감사는 끝났고, 콘텐츠진흥원 측은 공공기관 알리오에도 공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내달 사실 관계를 확인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관련단체가 제기한 내부 감사 요청 건은 청렴감사실 내부 일정으로, 오는 8월 사실 확인에 착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문광부 감사가 요청된 이유

이처럼 내부 감사를 제기한 것은 중국 심천 비즈니스센터 운영이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는 판단 때문.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는 지난해 12월 말 중국 심천 비즈니스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텐센트 엑셀러레이터센터를 직접 방문해 파악한 결과, 입주 6개 국내 콘텐츠기업 중 1곳만 실제 근무자가 있음을 파악했다.

또 이 당시 대부분 입주 사무실엔 근무자가 없거나 중국 파트너들이 와서 근무하는 등 텅텅 비어있는 사무실이었다는 것. 한마디로 심천 비즈니스센터 운영이 엉망이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올해 중국 심천비지니스센터 실행했던 사업들의 공정성이 결여되고, 무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쪽에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가 이달 5일 감사를 요청한 이유다.

중국 심천비즈니스센터는 국내 콘텐츠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기 위한 콘텐츠진흥원 산하 부서다.

사진=공공기관 알리오

두 번 요청 내부 감사 묵살

콘텐츠진흥원은 두 번의 기관 내부 감사 요청을 묵살했다. 지난해 12월 정식 요청한 내부 감사에 답변을 올해 1월 콘텐츠라이센싱협회 측에 회신해 “적의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뒤로 그와 관련된 액션은 전무했다.

콘텐츠라이센싱협회는 이같이 콘텐츠진흥원 측 움직임이 없자 지난 5월 콘텐츠진흥원 감사실 과 유선통화를 통해 감사 착수가 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이 당시 콘텐츠진흥원 측은 올해 초 불거진 전ㆍ현직 직원들의 불미스러운 일로 검찰 압수수색과 내부 감사 업무가 많아 지연되는 감사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콘텐츠진흥원 측은 2개월이 지난 이달 초까지 감사 실시 여부와 개선 결과 등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라이센싱협회의 두 번 내부 감사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사진=뉴시스

김 원장 환골탈태 공염불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은 올해 3월 직원 비리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임직원의 관료화와 관성화를 타파해 다시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문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통해 환골탈태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관련단체로부터 비위행위로 제보 받은 사안을 뚜렷한 설명 없이 감사를 지연하는 행태는 김 원장의 다짐과는 다른 행보다. 또 준정부기관으로서 공정성과 투명성과도 거리가 멀다.

물론 콘텐츠진흥원 측이 비위행위로 제기된 사안을 ‘아무것도 아닌 문제’로 취급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심천비즈니스센터 의혹에 대해 내달 사실 확인이 착수된다는 이유로 컨택조차 하지 않은 점은 ‘내부 봐주기’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콘텐츠진흥원 측은 심천비즈니스센터 텐센트 엑셀러레이터센터 지난해 임대료와 총 운영비, 올해 집행한 운영비 및 임대료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문화콘텐츠사업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관련사업의 인력양성과 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으로 2009년 설립됐다.

참고로 올해 초 소프트웨어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킨 한국콘텐츠진흥원 전 직원은 이달 초 징역 5년에 벌금 1000만원, 추징금 6800여만원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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