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석유화학·전기전자·건설 업종 매출 급 감소...대한상의 "대외경쟁력 악화일로, 제도·플랫폼 정비해야"

한국은행이 18일 공개한 ‘2019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석유화학·전기전자·건설 업종의 매출액 감소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기자] 국내 기업들의 매출이 2년 반(10분기)만에 감소하기 시작했다. 

18일 한국은행의 '2019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업들의 매출액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2.4%를 기록했다. 2016년 3분기(-4.8%)를 기록한 이래 10분기 만에 감소다. 6% 증가했던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8.4%p나 줄어든 수치다.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이 줄어들면서 재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역성장에 대한 공포가 퍼지고 있어서다. 재계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샌드위치현상, 각종 규제에 따른 신기술 활용의 어려움, 대외환경 급변에 따른 미래수익원 부재 등 3중고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산업군인 반도체와 석유화학, 건설업 등에서 매출 감소폭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영업이익률·부채비율, 모두 악화일로

한국은행의 1분기 기업경영분석은 자산 120억원 이상의 외부감사 대상 기업 1만7200개사 중 3333곳을 표본으로 삼았다. 이들 기업들의 매출액증가율과 총자산증가율로 성장성을 측정하고, 영업이익률과 세전순이익률로 수익성을,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로 안전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대표 산업군 중 하나면서 수출 주력업종인 석유화학업종과 전기전자, 건설업 등에서 높은 매출 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 대비 석유화학업종은 -1.4%, 전기전자(반도체 포함)업종은 -9%, 건설업종은 -6%를 기록했다. 

항목별로 보면 유일하게 늘어난 수치가 있다. 바로 총자산증가율이다. 하지만 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장부상 숫자가 달라진 효과로 보인다. 한은 측 관계자는 "리스회계 기준 변경에 따라 지난해 금융리스에 이어 올해부터 운용리스도 회계산 자산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리스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도소매업종과 운송업종의 총자산증가율이 올라가면서 총자산증가율이 늘어났다는 해석이다. 

반면 수익성 지표들은 모두 악화됐다. 영업이익률은 5.3%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7.5%) 대비 -2%p 이상 하락했다. 제조업의 경우는 9.1%에서 5.7%로, 전기전자업종은 5.4%에서 4.6%로, 비제조업도 5.4%에서 4.6%로 줄어들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제품들의 가격이 하락했고, 한국전력의 영업손실이 반영되면서 국내기업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서울 명동 한국은행 본점. 사진=민주신문DB

안정성 지표 역시 나빠졌다.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은 지난해 4분기 82.1%에서 86.7%로 늘어났고, 차입금의존도(총자산 대비 차입금+회사채)은 21.8%에서 22.8%로 커졌다. 다만 부채비율이 이처럼 늘어난 배경에는 리스회계 기준 변경에 따라 자산만큼 부채도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경영환경 어렵다"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수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면,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을 엿볼 수 있다. 

대한상의는 18일 국내 5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미래준비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응답 기업의 41.3%가 신흥국 대비 국내 경영환경이 비슷하거나 더 뒤쳐진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밝혔다. 

선진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답변도 전체의 61.2%에 달했다. 국내 제조업체들 상당수가 신흥국의 성장에 위기감이 느껴지면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 벌이고 있다고 인식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특히 미래 수익원 확보에 관련해 응답기업 중 66.9%가 "신사업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시장 형성 불투명(41%) ▲자금부족(21.7%) ▲기술력 부족(17.3%) ▲규제 장벽(16.3%) 등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시장이 만들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족한 자금과 기술력, 규제장벽으로 인해 도전적인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는 반응으로 해석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 대외경쟁력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신사업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어 성장동력이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이 신기술 개발과 혁신적인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