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누락·몸값 부풀리기·사기대출 의혹...회계기준 적용 및 해석 놓고 의견 엇갈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전자 등 그룹 내 주요계열사 및 수뇌부로 수사의 초점을 맞춰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대한 검찰의 수사방향이 점차 삼성그룹 수뇌부를 향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로직스)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현재 3가지 쟁점으로 압축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바에피스)에 대한 회계 기준변경의 위법성 여부, 그리고 제일모직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의 몸값 부풀리기, 삼성그룹 측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및 사기 대출 의혹이다. 

검찰은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바로직스 공장 바닥에 숨겨놨던 증거 자료까지 잧아냈을 정도다. 반면 재계는 검찰이 먼지털이식 수사로 기업경영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수사의 단초가 된 콜옵션 누락

삼바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불씨는 계열사인 삼바에피스의 콜옵션(주식을 사들일 권리) 누락에서 시작됐다. 삼바에피스의 3대주주였던 미국의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제일모직 재무제표에서 누락되면서 논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삼바로직스의 가치가 부풀려졌고, 결국 삼바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가 늘어나면서 삼성물산과의 합병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역시 삼바에피스의 대한 회계처리 기준 변경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승계를 탄탄히 다지기 위한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행위로 보고 있다. 삼바로직스에서 시작된 수사가 최근 삼성그룹 수뇌부로 향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검찰팀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젠은 이미 삼바에피스의 지분 44.66%를 미리 약정한 금액에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을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삼바에피스의 과거 공시자료를 살펴보면 콜옵션 부분은 2015년 이후 등장한다. 이전에도 있었던 콜옵션 권한이 누락된 것이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권한 보유가 중요한 것은 해당 콜옵션이 행사됨에 따라 삼바에피스의 가치가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콜옵션이 행사되면 삼바에피스의 공정가치와 옵션 행사가의 차액인 1조8000억원이 삼바로직스의 부채로 반영된다. 즉 삼바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하락하게 되는 셈이다. 검찰은 바로 이 대목을 가장 중요한 수사 포인트로 잡고 있다. 

반면 삼성그룹은 검찰의 수사방향이 잘못됐다는 반응이다. 누락됐던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전인 2015년 7월 이전에 공시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바에피스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3개월 전인 2015년 4월1일 누락됐던 콜옵션의 존재를 공시했다. 삼성그룹은 이를 근거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주들이 합병 이전에 이미 콜옵션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합병과정에서도 이를 충분히 반영했다는 주장이다. 

제일모직 몸값 부풀리기 논란

콜옵션 누락 문제는 곧바로 제일모직의 몸값 부풀리기 의혹으로 이어진다. 삼바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이유로 종속회사였던 삼바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시켜 기업가치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때문에 "1조7000억원대로 평가받던 삼바에피스가 관계회사로 전환되면서 4조5000억원 규모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며 고의적인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이다. 당시 금융감독원 역시 삼바로직스의 회계기준 변경에 대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고 의심한 바 있다. 

지난 5월24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법원에 출두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삼성 측은 이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검찰 논리대로라면 콜옵션의 존재가 드러난 삼바로직스의 주가가 곤두박칠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내 한 관계자는 "콜옵션이 행사될 경우 삼바로직스는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상황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되레 삼바로직스의 주가가 오르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삼바로직스는 당시 손실을 내고 있던 적자기업"이라며 "적자기업이라면 기업가치가 작아져야 하지만, 삼바로직스는 미래가치와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오히려 주가가 더 오르면 기업가치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해 고의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렸다고 보는 검찰의 수사방향과는 다른 견해다. 

장부상 부채 vs 현금 부족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밝혀낸 사기대출과 부정거래 혐의도 논란이다. 검찰은 삼바로직스가 고의로 회사 재무제표를 조작한 뒤 국내외 은행에서 수조원대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보고 있다.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는 회사가 대출을 통해 장부상 문제가 없는 것처럼 혼동시켰다는 관측이다. 

금융권은 이에 대해 검찰과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삼바로직스은 콜옵션부채가 현금으로 지급되는 통상부채와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콜옵션 부채는 권리행사를 대비해 장부상에 미리 반영한 부채로, 현금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면서 "되레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발행하게 되면 오히려 현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보유현금량은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삼바로직스와 관련 엄청한 수사방침을 굳건하게 이어가고 있다. 5일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을 구속시켰으며, 이에 앞서 2명의 부사장도 같은 혐의로 구속시켰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인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사장을 불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