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연료전지 사업 분할해 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 신설...기업가치도 올리고, 유동성도 확보하는 일석이조 효과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주)두산이 15일 소재·연료전지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하면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주사인 (주)두산을 쪼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두산은 지난 15일 인적분할을 통해 신규 회사 2곳을 설립했다. (주)두산의 소재사업부문을 분사시켜 두산솔루스로, 연료전지사업부문은 두산퓨얼셀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두산 측은 "가업 사업부문이 독립적으로 고유사업을 전념토록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시켜 지속성장과 사업의 고도화를 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이 인적분할을 통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알짜배기 사업부문을 분사시켜 새로운 회사를 신설한 만큼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고, 박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향후 신설법인의 상장 과정에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설회사의 최대주주들이 박정원 회장 등 총수일가에 집중된 만큼 향후 형제간 계열분리도 주목받고 있다.

알짜배기 사업부문 인적분할

(주)두산은 신설된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은 모두 성장가능성이 높은 알짜배기 사업부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이번에 분할된 (주)두산의 사업부문들은 모두 성장가능성이 높은 사업부문들"이라며 "그룹의 재무리스크 우려로 저평가됐던 자체사업들이 이번 분할로 재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솔루스는 현재 전지박, OLED 등 전자소재와 화장품과 의약품에 사용되는 바이오소재가 주력이며,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이 주력이다.

두산그룹은 이번 인적분할 비율에서 존속법인인 (주)두산이 90.6%, 두산솔루스 3.3%, 두산퓨얼셀 6.1%의 비율로 나눴다. 이에 따라 존속법인인 (주)두산의 시가총액은 1조6276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는 편이다. 신설되는 회사들 역시 분할비율이 적은 만큼 시총액이 두산솔루스의 경우 593억원, 두산퓨얼셀은 1096억원이다.

주목할 점은 향후 성장성이다. 증권사들은 이들 신생법인들의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수적인 주가매출비율(PSR) 1.0배를 적용해도 두산퓨얼셀의 상장 후 시총예상가는 324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PSR 배수인 1.9배를 적용하면 두산퓨얼셀의 시총은 최대 9000억원대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총수 일가, 유동성 확보 나설까

신설법인의 성장성 만큼이나 향후 두산그룹 총수일가의 움직임도 증권가의 관심대상이다. 이번 분할 이후 총수일가가 유동성 확보에 나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분할을 살펴보면 기존 총수일가→(주)두산으로 이어지던 지배구조에서 총수일가→신설법인으로 직접 지배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지주사인 (주)두산도 보유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신설법인의 지분이 상당히 넉넉한 상황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두)두산은 이번 인적분할로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의 지분 18.13%를 보유하게 됐다. (주)두산이 보유한 자사주가 18.13%이기 때문이다. 상법상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존속회사는 자사주 비율만큼 신설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주목할 점은 박정원 회장 등 총수 일가다. 총수일가는 당초 (주)두산의 지분 51.08%를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신설된 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의 경우에도 (주)두산처럼 총수일가가 지분 51.08%를 갖게 된다. 사실상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도 지분이 넘치는 상황이다.

총수일가 입장에서는 굳이 많은 규모의 신설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주)두산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만 보유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총수일가가 보유한 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 지분을 (주)두산에 넘기고, 대신 총수일가는 자금확보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과거 한진중공업그룹이나 롯데그룹도 이런 방식을 통해 총수일가가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형제경영에도 변화올까?

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의 상징과도 같았던 '형제경영'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승직 창업주 이후 두산그룹의 뼈대를 만든 1세대 박두병 회장에 이어 2세대인 '용'자 항렬 형제들이 번갈아 그룹 회장을 맡은 바 있다. 현재는 3세대인 '원'자 돌림 박정원 회장이 그룹경영을 맡고 있다.

형제경영이 그대로 이어지려면 '용'자 항렬의 장남들이 차례로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 차남인 고 박용오 회장 가문의 경우 형제의 난 이후 그룹에서 배제된 만큼 3남인 박용성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이 회장 1순위다.

주목할 점은 이번 인적분할로 두산그룹의 주력사업이 기존 3개에서 5개로 늘었다는 점이다. 두산그룹은 중공업, 건설, 기계 등 3개 부문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는데, 이번 분할로 전자와 화학 부분이 추가됐다.

재계관계자들은 바로 이 대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LG그룹과 GS그룹처럼 지주사는 총수 일가들이 공동지배를 하지만, 사업부문별로 각자 체제로의 전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실제 신설도니 2개 법인은 지주사의 자회사이기도 하지만, 지분율 조정에 따라 계열분리도 가능하다.

(주)두산이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택한 점도 변수다. 금융권에서는 (주)두산이 물적분할을 택했다면 (주)두산이 신설회사의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로 신설되지만, 인적분할을 택하면서 총수일가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현재 박정원-박지원 회장이 두산과 두산중공업을 맡고, 건설은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박태원 부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계열은 박용만 회장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유동성와 계열분리 등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된 만큼 향후 움직임이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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