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구조조정 지연으로 '산은그룹'으로 불리기도...이동걸 회장 취임 후 금호타이어·대우조선·동부제철 매각

지난 3월8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 협약서에 전격 서명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금호타이어, 한국GM,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까지.

2017년 9월 취임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3년) 임기의 절반 동안 매각한 기업들이다. 오랫동안 산업은행 계열로 분류되며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매각에는 번번히 실패했던 기업들을 이 회장은 취임 1년 반만에 해결해냈다. 역대급이란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회장의 리더십이 금융권과 재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현재까지 산업은행의 해묵은 과제들을 잇달아 해내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유동성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의 통매각을 신속하게 결정하면서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재계관계자들 사이에서 '산은그룹'으로 불리기도 했다. 부실에 빠진 기업들을 하나둘씩 인수하면서 어느새 대기업집단에 버금가는 회사들을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은은 당초 부실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한 후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정상화시킨 후 이를 재매각해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 이전에 산은은 인수한 부실기업들 중 제대로 매각에 성공한 예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대우조선은 2000년 산은 체제로 들어왔다 2006년 매각에 나섰지만, 결국 최종매각에는 실패했다. 금호타이어 역시 1차 매각에 실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동걸 회장이 취임한 후 산은은 관리중인 회사들을 잇달아 매각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를 시작으로 동부제철, 대우조선해양에 이르기까지 역대급 매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산은의 대변신에는 이동걸 회장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중하게 소신을 정한 후, 폭넓은 소통을 통해 입장을 밝히며, 원칙에 맞춰 빠른 의사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란 평가다. 특히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임에도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에서도 이 회장에 대한 별다른 비판이 없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산은의 축척된 노하우도 이 회장의 리더십에 힘을 보탰다. 산은이 오랜 기간 쌓아왔던 IB역량을 집중시켜 신속하고 빠르게 구조조정에 나섰고, 이것이 역대 산은 경영진들과 다른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 취임 이후 산업은행이 부실기업 정상화라는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해내고 있다"며 "남은 대우건설과 현대상선, KDB생명 역시 구조조정 과정을 마친 뒤 빠르게 시장에서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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