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도 놀란 영장발부...김앤장 독대문건, 판사 블랙리스트 등 결정적 요인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법원이 24일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사법부 최고수장이라는 위치와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발부'보다는 '기각'을 점치는 견해가 많았지만 예상을 뒤엎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은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이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의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40여개 혐의 상당 부분이 인정되고 일련의 '사법농단' 의혹 관련 범죄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속 여부를 가르는 영장실질심사에선 후배 판사들의 진술과 검찰이 내세운 증거가 조작·왜곡됐다고 주장한 게 결정적 패착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속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이른 바 스모킹 건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직접 만나 징용소송 재판 계획을 논의한 점, 인사 불이익을 줄 판사 명단을 적은 문건에 'V' 표시를 한 점 등 양 전 대법원장이 단순히 하급자에게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와 진술을 다수 제시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이런 증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해 역으로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기에 구속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불렀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자신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아랫사람이 한 일이라며 발뺌하는 태도로 일관해 왔으며 검찰 소환 통보를 받자 전직 대통령들까지 어김없이 멈춰 선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을 '패싱'하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초유의 이벤트를 벌인 점도 자충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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