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박병명 전 보험감독국장 상품담당 고문 영입
금감원, 자살보험금 사태 해결한 이성재 국장 승진시켜

삼성생명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 법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삼성생명과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승자는 누가 될까?

금융권이 삼성생명과 금감원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업계를 뒤흔들었던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 삼성생명이 최근 금감원 출신 전 보험감독국장을 고문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공격에 대비해 전관을 영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역시 이달 초 이성재 국장을 부원장보로 전격 승진시키며 보험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 부원장보는 2016년 자살보험금 사태 당시 국내 보험사들을 상대로 강력한 제재카드를 들이대 백기투항을 이끌어내며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달부터 박병명 전 금감원 국장을 상품담당 고문으로 신규 임용했다. 전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박 고문은 옛 보험감독원 출신으로 금감원 상품계리실장, 보험검사2국장, 보험감독국장을 역임한 후 2009년 금감원 인력개발실 교수를 지냈다. 이후 전북은행과 KB손해보험 감사위원으로 일하다 삼성생명에 영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맞서 박 고문을 영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즉시연금 상품과 관련해 금감원의 미지급보험금 지급 권고와 일괄구제 방침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보험금 규모가 가장 크고 법정소송까지 진행하다보니 금융당국의 대립각을 세우게 되면서 이에 대비한 인적네트워크 구축차원에서 박 고문을 영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삼성생명은 이와 관련 "고문은 상설직이 아닌 회사가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곳에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박 고문은 상품과 관련해 경영자문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관예우를 기대하고 영입한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사람이 필요했다면 내부 직제에 곧바로 영입하면 된다"면서 "자문역을 맡은 고문직이란 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압박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금감원 역시 삼성생명을 비롯한 보험업계에 대해 강력한 일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자살보험금 당시 국내 보험사를 상대로 대표 해임 등의 초강력제재조치에 나섰던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을 이달 초 보험담당 부원장보로 승진시켰기 때문이다. 옛 은행감독원 출신인 이 부원장보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부활시킨 종합검사 제도를 활용해 보험사들을 압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생명과 금감원의 이 같은 행보에 보험업계에서는 우려스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양측의 기싸움으로 인해 자칫 업계 전체에 긴장감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한 보험사 임원은 "경쟁은 둘째치고 자기자본 확충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생명과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대립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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