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노조 "겸직하던 전임자보다 연봉 3배 높아"...DGB금융그룹, 노조반발에 행장 겸직 미정

DGB금융그룹이 김태오(왼쪽) DGB금융지주 회장의 행장 겸직을 강행하려하자 15일 대구은행 노조는 성명을 발표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회장과 행장을 겸직하던 전임자보다 김태오 현 회장의 연봉은 3배 많은 15억원에 달한다."

DGB금융그룹의 내홍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DGB금융그룹의 지주사인 DGB금융지주 이사회가 김태오 회장의 대구은행 행장 겸직을 결정하자, 대구은행 노조가 김 회장의 고액연봉을 문제 삼고 나서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15일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 대구은행 노조(제2노조)는 성명을 내고 "지주사 회장 연봉이 15억원으로 겸직을 하던 전임자 급여보다 3배 넘는 고액연봉으로 책정돼 황제연봉이 아닐 수 없다"며 "지주와 은행을 분리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면서 지배구조 후진화를 완성하려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겸직 강행을 강력한 투쟁으로 막아서겠다"며 전 임직원 및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노조에 따르면 김 회장의 연봉은 15억원대다. 기본급 4억3000만원에 활동수당 2억2000만원을 받고, 성과급(최대기준)으로는 단기 5억1000만원과 장기 1억7000만원이 책정돼 있다. 여기에 퇴직금 2억1000만원과 기타수당 300만원이 더해졌다.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변동되는 감안해도 김 회장의 보수가 연 14억~15억원에 육박하고, 최대 성과를 낼 경우에는 30억원에 달할 것이란 게 대구은행 노조 측의 주장이다. 반면 박인규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지주와 은행으로부터 연봉 6억2000만원을 받았다. 

4대금융그룹으로 불리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회장들의 연봉과 비교해도 김 회장의 연봉은 고액이란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 은행장을 모두 맡고 있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지주에서 9억2600만원, 은행에서 7억7600만원 등 총 17억200만원을 받았다.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연봉수준이다. 이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12억4200만원,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11억4000만원을 연봉을 받았다. 

지방금융사인 DGB금융그룹과 4대금융그룹과의 실적을 비교하면 김 회장의 연봉이 너무 높다는 대구은행 노조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대구은행 노조가 김태오 회장의 행장 겸직에 강력하게 반발하자 대구은행 이사회는 예정됐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18일로 전격 연기했다. 노조의 결사반대에도 DGB지주 측이 김 회장의 행장 겸직을 밀어붙이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1일 DGB지주가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통해 김 회장을 차기 대구은행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불거졌다. 김 회장의 지주사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밝혔던 은행과 지주의 '분리경영'을 어겼다며 대구은행 노조가 반발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10개월째 행장이 없이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와 관련 DGB지주가 자경위를 통해 대구은행의 차기 행장 후보 요건을 변경하면서 이번 사태를 부채질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 내 여론도 싸늘하다. 대구은행부패청산 대구시민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한시적 겸임을 통해 후임을 준비한다해도 대구은행 내부 인사 가운데 지금도 없는 적격자가 1~2년 후라고 생길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 지난 14일 사내방송을 통해 "한시적인 은행장 겸직 기간 동안 최고의 은행장을 육성한 후 미련없이 물러나겠다"며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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