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에 음성 유언 남겨, 비대위 ‘결사항전’ 선언
카카오, “안타까운 일…카풀 논의 빨리 이뤄져야”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택시 천막농성장에서 카카오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가 60대 택시기사 임 모씨의 분신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카카오의 ‘카풀’ 도입을 두고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택시기사가 또 분신을 시도해 치료 도중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사망 전 카카오 카풀 시행을 막아야 한다는 음성 녹음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풀 도입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0일 오전 5시50분께 택시기사 임모(65)씨가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임씨는 전날(9일) 오후 6시께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분신을 시도해 전신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 중 사망했다. 임씨는 이송될 당시 이미 중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내에서 녹아서 납작해진 기름통과 기름통 뚜껑이 발견돼 회수했다”며 “1차 유증 반응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임씨는 분신을 시도하기 동료들에게 카카오 카풀을 반대하고 정부를 원망하는 내용의 음성 녹음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개 단체로 이뤄진 카카오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비대위)는 1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씨가 남긴 유언을 공개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임씨는 “카카오는 당초 택시와 상생을 약속했으나 지금은 콜비 챙기고 대리기사는 수수료 20%를 착취하고 있다”며 “택시기사들이여, 다 일어나라. 교통을 마비시키자”는 말은 남겼다.

또 “문재인 정부는 알고 있는가. 비정규직 문제, 말만 앞세우는…”이라며 “국민들은 다 죽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나는 더 이상 당신들 밑에서 살기 싫다. 저 멀리서 지켜보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혀쟀다.

9일 오후 6시께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앞 도로에서 임모씨가 분신을 시도해 출동한 소방관이 진화하고 있다. 임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0일 오전 5시50분께 치료 중 결국 사망했다. 사진=종로소방서

화재가 난 택시 안에서는 발견된 다이어리에서는 “카풀의 최초 도입 취지는 고유가 시대에 유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자가용 자동차를 함께 타자는 운동의 일환이었지만 변질됐다”면서 “택시업계와 상생하자며 시작된 카카오가 택시(시장을) 단시간에 독점해 영세한 택시 호출 시장을 도산시키고” 등의 메모도 작성했다.

비대위는 앞서 지난달 택시기사 최모씨의 분신에 이어 또다시 분신 사고가 발생하자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비대위는 “임 열사는 평소 여‧야 정당이 카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힘없고 권력 없는 택시 종사자의 외침을 저버린 정부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제3, 제4의 열사들이 나오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직접 나서 택시 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카카오 카풀의 운행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에 나오라고 카카오에 요구했지만 카카오는 불법 카풀 영업을 계속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어 현 사태를 초래했다”며 “불법 카풀영업 즉각 중단을 재차 요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일절 대화를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카오 측은 이날 오전 “안타까운 사건이 생긴 것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며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카풀 현안에 대한 논의가 빨리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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