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장하성 동시 물갈이 가능성...관료, 정치인 등 후임 놓고 하마평 무성

지난 9월 금융연수원에서 만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김앤장이 교체된다?

정부 경제정책의 수장격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체설이 정치권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김앤장'으로 불리는 경제 투톱들을 빠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초에 교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급작스런 교체설이 제기됐지만 내년도 예산심의 등 현안이 산적해 있고, 후임인선에도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투톱 교체설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정재계 인사들은 김앤장의 후임자가 누가 될 것이냐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이들도 여럿인 상황. 정치권은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관료+정치인' 구도로 인선을 이뤄질 것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고별사스러운 소신 발표에 청와대 당혹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의 교체설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것은 올 여름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놓고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양대 수장이 엇박자를 내면서 교체설이 대두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 부총리가 고별사에 가까운 소신발표에 나서면서 교체설에 불을 당겼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제상황에 대한 질의를 하자, 김 부총리가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야당과 언론이 경제위기를 지적하는데, 위기라고 할 수도 없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면서 "비공개 자리인 국무회의에서 장관님들에게는 '우리 경제는 위기가 아니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경제 체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루, 한달, 분기 등 단기적인 경제지표에 정부가 일희일비해서는 안되고, 멀리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이례적으로 길게 발언했다"면서 "고별사처럼 들렸다"고 전했다. 

김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 이후 장하성 정책실장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장 실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해 "서민의 삶이 힘겹고, 일자리가 기대만큼 늘지 않아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면서 "변화의 과정에서 고통받는 일부 국민들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현 상황을 경제위기로 규정하지만, 2% 후반의 잠재성장률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면서 "근거없는 위기론은 국민심리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고 덧붙였다. 

며칠 사이를 두고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속내를 드러내는 행보를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교체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내년도 예산심의가 다음달로 예정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교체될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교체설에 대해 완곡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1일 청와대 춘추관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며 "인사와 관련된 내용은 대통령이 결정할 내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교체설이 제기됐을 당시 강경했던 모습과는 달리 유연한 태도로 해명해 문 대통령의 향후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윤종원, 홍남기, 임종룡, 김태년 등 하마평 무성

경제투톱 교체설이 제기되면서 후임자에 대한 하마평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상당수 정계 인사들은 김 부총리의 후임으로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의 관료) 출신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경제위기가 부각된 만큼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후임으로 발탁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는 윤종원 경제수석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다. OECD 대사를 지낸 윤 수석은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소득주도성장보다 '상위개념'인 포용적 성장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정부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료조직을 제대로 이끌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뽑인다. 

임 전 금융위원장은 경제위기를 진화할 소방수로 주목받고 있다. 리더십과 실력, 도덕성 면에서 큰 흠집이 없고 금융시장에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서별관회의에 참석한 전력과 대우조선 및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옛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관료조직에 대한 장악력이 높고, 인사 검증도 마쳤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기획원 출신들이 노무현 정부에 이어 현 문재인 정부에서도 중용되고 있어 주목된다. 

관료출신은 아니지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유력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정책위의장을 맡아 당정협의 과정에서 정부 정책을 조율해온 만큼 곧바로 실무투입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일각에서는 여권 인사들이 김태년 정책위의장을 밀고 있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반면 장 실장의 후임으로는 내부승진이 점쳐진다. 김수현 사회수석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윤 경제수석이 장 실장의 업무를 이어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내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 2기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정치인보다는 부처 출신 전문가의 등용 가능성이 높다"면서 "김 부총리와 장 실장에 대한 교체설이 나오고 있지만, 해가 바뀌면 문 대통령이 대대적인 인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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