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33)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대우인터내서널 미얀마 해상 플랫폼. 사진=포스코대우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석유탐사에 있어서의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될까. 대상지역과 탐사작업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자료를 찾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인근에 유전이나 가스전이 존재하고 양호한 3D 인공지진파 자료로 분석을 하더라도 탐사정 시추의 성공률이 3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유전이나 가스전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미탐사(未探査)지역의 경우는 여전히 탐사정 시추에서 성공할 확률이 1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회사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석유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금까지 탐사사업에서 성공한 경우는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석유탐사에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얀마도 과거에 육상에서는 유전과 가스전이 많이 발견됐으나, 해상 석유탐사에 있어서는 쉐 가스전 발견 이전에 남쪽의 안다만 해에서 야다나와 예타군 두 개의 가스전을 발견한 것이 전부다.

미얀마 전체 해상에서 안다만 해의 두 번째 가스전 발견 이후 12년 만에야 쉐 가스전이 발견됐던 것이다. 더욱이 서부 해상에서는 미얀마 석유탐사 역사상 최초의 발견이었다.

또한 우리 회사가 쉐, 쉐퓨, 미야 등 3개의 가스전을 연이어 발견한 이후, 수년에 걸쳐 여러 개의 탐사정을 시추해 실패했지만 10년 만에 심해 AD-7광구에서 또 다시 가스전 발견에 성공한 것도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이는 탐사에서의 성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수한 기술력으로 꾸준히 탐사를 계속하다 보면 성공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법칙이 적용되는 천운이 따른다는 뜻이다.

미얀마 쉐 가스전 산출시험 장면. 사진=저자 제공

대우의 기술과 경험은 대한민국의 기술과 경험

더구나 이번 가스전 탐사와 개발의 성공은 외국 기술진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한 우리의 기술력으로 이끌어낸 결과다. 민간 기업인 대우인터내셔널의 기술과 경험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엄연히 대한민국의 석유탐사 기술과 경험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여러 외국 회사가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해본 다음 유망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미얀마 서부 해상에서, 여러 가지 분석을 통해 새로운 탐사개념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석유탐사에 사용되고 있는 가장 새로운 기술들을 활용해 유망성을 찾아냈으니 말해 무엇하랴.

또한 유망구조를 선정하고 시추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추 중에 직면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일련의 의사 결정들이 모두 우리의 기술력이 바탕이 된 철저한 분석에 근거했으니 절대적인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인도회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결정한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과감하게 도전했지만 결코 무모하지는 않았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계산해 성공을 이룩한 것이다.

황금가스전 프로젝트의 효과

미얀마의 서부 해상에서 우리가 발견한 가스전은 그 규모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대형가스전이다. A-1광구와 A-3광구에서 발견한 쉐, 쉐퓨, 미야 3개 가스전의 전체 가채 매장량은 2013년 11월 제3의 공인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매장량으로 2P 기준으로 4조 입방피트로서 이를 원유로 환산하면 약 7억6000만 배럴이다.

쉐 가스전 하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회사들이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 석유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발견한 유전과 가스전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또한 서로 인접한 쉐, 쉐퓨, 미야 3개 가스전의 합계 매장량은 그 규모에 있어서 2001년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발견한 유전이나 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미얀마 3개 가스전에서 나오는 4조 입방피트의 가스를 LNG로 환산하면 약 8200만 톤으로 우리나라 전체가 1년 동안 사용하는 가스 수요량의 약 2.5배에 해당하는 정도이니 실로 대규모 가스전인 셈이다.

경제적 이익

미얀마 가스전 프로젝트는 가스판매대금(wellhead, 가격과 해상가스관 운임을 합한 금액)에서 나오는 수입과 육상가스관회사 주주로 참여해 얻는 수입 두 가지로부터 수익이 창출된다.

우리 회사는 향후 20년 이상 매년 3000~50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최근의 유가 하락으로 수익이 다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 그리고 전 세계에 뻗어 있는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얻는 회사 총 수익의 수배에 해당하는 수익이 미얀마 가스전 프로젝트 하나에서 나오게 되므로 프로젝트의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업에 참여한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 두 회사의 수익에 상당히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된 것은 당연하고, 우리나라의 자주개발에 의한 원유·가스 생산 비율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게 됐다.

한편으로 외국 회사가 탐사·개발에 성공할 경우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것은 역시 광권을 부여한 산유국이다.

산유국의 수익은 광권 계약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우리가 미얀마 정부와 맺은 생산물분배계약 조건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의 수익은 생산물분배 몫과 로열티, 법인소득세, 국영석유회사 MOGE의 지분비(15%) 수익 등을 포함해서 우리 컨소시엄 전체 수익의 2배 이상이 된다.

컨소시움에서 우리 회사의 지분이 절반가량이 되므로 미얀마 정부는 쉐 가스전 프로젝트로부터 우리 회사 수익의 4배보다 넘는 수익을 20년 이상 올리게 된다. 이는 미얀마 국가재정의 상당 부분에 기여하는 중요한 수입원이다.

미얀마 쉐 가스전 해상 플랫폼. 사진=포스코대우

참여 당사자 모두의 윈-윈(win-win) 프로젝트

운영권자인 대우인터내셔널을 비롯해 미얀마 가스전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회사들이 사업의 성공으로 인해 큰 수익을 얻게 되었고 석유개발 업계에서의 위상도 크게 제고됐다.

특히 그동안 중류 부문 사업인 가스관과 LNG 인수사업만 해 왔고 석유개발사업에는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한국가스공사와 인도의 GAIL사는 A-1광구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둠으로써 위상 제고와 함께 석유개발사업의 동력을 얻게 돼 그 이후 활발하게 해외 석유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국 역시 미얀마를 거쳐 오는 송유관과 동시에 가스관을 건설함에 따라, 중요한 에너지 공급 루트를 확보하고 장기간 원유와 함께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게 돼 안정적 에너지 공급의 한 축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미얀마-중국의 국경으로부터 미얀마 서부 해안까지 통로(corridor)가 연결돼 중국이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고, 이는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얀마 입장에서는 앞에 언급한 대로 우리 미얀마 가스전으로부터 상당한 재정적 수입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현지 고용 창출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석유개발사업의 경우 현지 업종 중에서도 고수익 업종에 해당되므로 미얀마의 젊은이들에게는 대우 E&P(대우인터내셔널 현지조직이름)가 꿈의 직장 중 하나가 돼 있다.

결론적으로, 미얀마 서부 해상에서의 가스전 사업이 성공을 거둠으로써 미얀마 정부와 미얀마 국영석유회사인 MOGE를 비롯해 가스를 개발하는 컨소시엄 내의 한국 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 그리고 인도 회사인 ONGC와 GAIL은 물론이고 중국 정부와 가스 도입을 담당한 중국 국영석유회사 CNPC 등 모두에게 혜택을 가져온 그야말로 윈-윈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호에 계속>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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