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노조 설립 신호탄…꺼지지 않는 '판교 등대' 는 지금

24일 오후 9시경 경기도 판교 엔씨소프트 R&D센터와 안랩이 위치한 사거리 횡단보도에 한국노총 안랩노조가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IT·게임의 성지로 불리는 판교에 '노조 열풍'이 불고 있다. 카카오에 노조가 설립되면서 노조가입 열기는 IT·게임업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이다.

25일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노조설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본사와 자회사, 계열사를 대상으로 조합원 모집에 나섰다.

카카오 노조는 “빈번한 업무 변화에 적응하며 상대평가를 받고 성과보상에 관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환경에서 회사와 크루가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집단의 힘과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크루의 발언력이 커지고 회사와의 실질적인 대화와 협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5일 설립된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온' 홈페이지. 사진=크루홈페이지 캡처

야근이 일상이 될 정도로 장시간 초과 근무와 ‘열정페이’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근 IT·게임업계가 밀집해 있는 판교는 일대는 잇달아 노조가 설립되고 있다. 기자가 판교 일대를 방문한 24일 9시경, 늦은 시간임에도 대부분 사무실 불빛은 꺼지지 않고 있었다. 이른바 '판교 등대'는 미래의 희망을 밝히고 있다.

지난 4월 IT업계 최초로 네이버에서 노조가 설립된 이후 약 5개월 후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에서 연이어 노조가 설립되면서 게임업계로 번졌다. 이어 지난 1일에는 국내 대표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인 안랩에서도 창사 이후 무려 23년만에 노조가 설립되면서 IT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안랩노조에 따르면 이날 하루 가입한 노조원만 100명이 넘었다.

판교 일대 노조 설립 붐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회사는 근로자의 노동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조 활동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존중하는 입장"이라며 "타사의 노조 설립 등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IT노조 관련 단체들에서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IT산업노조 관계자는 "IT산업은 현재 굉장히 중요한 국가 중요 산업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굉장히 열악한 편"이라며 "특히 그동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단결하기 힘들었던 IT업계에서 노조가 설립되고 확산되는 분위기는 그 자체가 굉장한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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