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비밀】,【백자초문】의 저자
백자초문(百字抄文) 한자학습법 창시자
한자한글교육문화컨텐츠 협동조합경당 이사장
전 명지대 민족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10월은 ‘개천(開天)’의 달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개천(開天)을 경험한 유일한 종족으로써 우리는 자부심 가득 온통 ‘개천’을 노래한다.

실로 인류가 하나 되어 공히 기념할만한 뜻 깊은 날을 정하게 된다면 그 첫머리에 우리의 개천이 놓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정도로 우리 개천의 의미와 가치와 역사는 가히 전 인류적인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야만을 벗어나 인류 문명의 시작을 이처럼 구체적인 용어와 주체와 시간까지 일목요연하게 표현한 사례가 지구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오랜 세월 심한 역사의 부침 속에서 잃어버렸거나 잘못 전해진 것들이 있기 때문에 개천의 역사를 인류가 공유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바로잡을 것들이 몇  가지가 있다.

10월 3일 개천절을 태양력(陽曆)과 태음력(陰曆)에 따라 나뉘어 기념함으로써 하나되지 못한 것은 실상은 개천의 날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천의 역사와 의식의 전승이 중요하므로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정작 중요한 개천(開天)의 의미를 바로 알지 못함으로써 과거의 많은 사건 중의 하나로, 또는 자기와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개천’의 역사는 언제나 현시적이며 주관적인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천이 오늘 나의 경험과 사건이 되기 위해서는 개천(開天)의 의미를 바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리는 개천을 ‘하늘을 열었다’라는 식으로 풀이하는데 그치곤 한다. ‘사람이 하늘을 열었다’는 식의 이 풀이는 적극적인 듯 하나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생각해보라. 사람이 어떻게 하늘을 연다는 말인가? 이렇듯 무책임한 해석으로 인해 겨레의 가슴속에 개천(開天)의 의미는 그저 일 년에 한번 기념할 만 한 날 정도로 인식될 뿐 더 이상 감동과 변화를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개천(開天)의 본래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주체들의 시대와 생각을 알아야 하는데 다행히도 고문자를 통해서 그것을 아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개천(開天)을 당시 인들의 인식으로 풀이하면 그 의미가 달라진다. 開天의 開(열 개)는 ‘연다’, ‘열었다’라는 뜻으로, 이 속에는 ‘연다’는 말의 의미가 담겨있다. 開의 門(문 문)은 들어오고 나가는 ‘출입문’을 의미하는데, 문으로 표현되는 모든 문은 인체의 머리 정수리에 있는 정문(頂門)으로부터 기원한다. 문이 사람의 머리에 있는 문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문자를 만들 당시 인체가 매우 유용한 소재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문은 서로 다른 공간을 하나로 이어주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문의 원초적 의미가 사람의 머리에 있는 문으로부터 비롯된다면 개천(開天)이나 개벽(開闢) 역시 사람의 의식의 작용과 관계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開자의 핵심은 幵이라 할 수 있다. 하늘과 사람, 두 주체의 접점인 門을 통해 어떠한 의식의 변화가 일어났는가를 설명하는 요소가 幵이기 때문이다. 幵은 ‘평평할 견’으로, ‘위에서 내려온다’라는 뜻의 干(방패 간), 于(어조사 우)와 같은 의미를 나타낸다. 세상에서 평평하다는 것은 하늘에 대한 땅의 개념이다. 하늘은 세상에 높고 낮음이 없이 고르게 베푼다(내려온다)는 뜻이다. 開를 ‘열 개’의 개로 부르는 것은 ‘내려온다’라는 속 뜻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그래서 開의 ‘연다’는 ‘사람의 머리에 있는 문이 열리고 그 문으로 하늘이 내려온다’라는 의미로 풀어야 한다. 다시말하면 開天은 단순히 ‘하늘을 연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의 머리 정수리에 있는) 문이 열리고, 그 열린 문으로 하늘(天)이 들어온다’라는 의미다. 사람이 몸 속에 ‘하늘’을 담으니 사람의 가치는 극대화되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것이 개천이다.

開天이란 인류가 야만의 시기를 극복하고 하늘을 인식함으로써 비로소 존엄한 가치를 갖게되는 인류 공동의 기념비적인 사건을 의미한다. 이 開天이 우리 한겨레만의 것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것으로 인식될 때 비로소 한겨레의 역사적, 정신적, 문화적 유산들의 가치가 극대화될 것이며 인류에게는 희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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