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L&C 인수 나선 현대홈쇼핑, 에버다인은 전진重 실사...인수 후 시너지 기대

한화L&C 인수를 추진 중인 현대백화점그룹(정지선 회장.오른쪽)이 전진중공업 인수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정지선 회장)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과 함께 '유통 빅3'로 평가받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업계에서 '조용한 강자'로 평가돼 왔다. 롯데와 신세계가 경쟁적으로 출점경쟁에 나설 때에도 조용하게 '본업'에만 충실할 뿐, 확장전략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랬던 현대백화점그룹이 최근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서며 재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건자재업체인 한화L&C 인수에 나서는 한편, 에버다인을 통해 전진중공업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서다. 

곳간 문을 열고 공격적인 M&A에 나선 현대백화점그룹의 전략을 살펴봤다. 

시너지와 점유율 모두 노린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의 M&A전략은 '시너지'와 '점유율'이란 키워드로 분석된다. 인수 이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고, 점유율도 높여 해당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게 현대백화점그룹의 전략이란 설명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홈쇼핑을 통해 한화L&C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한화L&C는 국내 대표 건축자재 전문업체로, LG하우시스, KCC와 함께 3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은 한화L&C 인수 후 기존에 인수했던 현대리바트와 함께 홈리빙 사업을 본격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눈길을 끄는 점은 한화L&C의 매출액과 점유율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L&C는 건자재가 본업이지만, 인테리어 분야에도 상당히 공을 들여왔다. 이에 따라 현대리바트와 함께 시너지를 구축한다면 단숨에 홈리빙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행보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리바트 인수 후 지난해에는 미국 최대 홈퍼니싱 업체인 월리엄스소노마와 국내 독점 판매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한화L&C까지 인수할 경우 홈리빙 시장의 1위로 올라서는 것은 물론, 인테리어 업계에서 파란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금융권에서는 현대홈쇼핑이 한화L&C 인수에 3000억원 정도를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화L&C의 최대주주인 모건스탠리PE는 4000억원 이상을 원할 것으로 보여 가격차이가 상당한 상황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가격차가 있지만, 현대홈쇼핑이 8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인수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백화점의 또다른 계열사인 에버다임도 전진중공업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기계·특장차 전문기업인 에버다임 역시 국내 특장차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전진중공업 인수를 통해 업계 1위를 꿈꾸고 있다.

특히 콘크리트펌프카 분야에서 에버다임이 점유율 31%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전진중공업은 22%로 3위에 올라 있는 만큼,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특장차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낼 수 있게 된다. 

또한 전진중공업은 해외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70%가 나올 정도로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에버다임이 전진중공업을 사들이면 국내 점유율 1위와 함께 해외네트워크도 함께 보유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전진중공업의 최대주주인 KTB PE는 현대 전진중공업 매각을 위한 입찰을 준비 중이다.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9월 중순 이후 본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매각가격은 경영권을 포함해 약 3000억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다. 

범 현대가 지원도 기대

IB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최근 행보를 더 큰 그림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순히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고, 점유율을 올리는 것을 넘어, 범현대가의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먼저 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를 인수하게 되면 범현대가 계열사의 건설사들과 독특한 거래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소속된 현대차그룹은 물론, 현대산업개발과 KCC그룹,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현대백화점그룹의 홈리빙 제품과 건축자재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진중공업 인수 역시 마찬가지다. 콘크리트 펌프카 등 건설현장에서 필수적인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범현대가 계열 건설사들이 전진중공업을 통해 거래량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다. 즉 현대백화점그룹 입장에서는 기존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내면서 범현대가의 물량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와 전진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그룹규모가 상당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두 기업 인수 후에도 상당량의 현금을 그룹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지선 회장의 다음 행보가 상당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