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져라”VS“책임없다”


 

임산부 안전관리 소홀로 쇼핑카트에 충돌…
이마트 “남성 고객 부주의가 원인, 잘못 없다”며 발뺌

한 임산부의 사연이 인터넷에 올라와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자신을 임신 7개월 째에 접어든 임산부라고 소개한 피해자 김혜선(가명)씨는 지난 12월 7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최근 이마트 충남 천안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서 1층으로 이동하던 중 뒤에서 굴러 내려온 쇼핑카트와 충돌해 쓰러지는 사고를 당했다”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첫 아이를 임신한지 22주만에 조산한 경험이 있는 김씨는 올 초 유산을 막기 위해 자궁 경관을 묶는 자궁경관봉축술을 받았다. 임신 28주에 들어선 그녀는 말 그대로 ‘고위험 임산부’로 심신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였다.

고위험 임산부 김씨

사고의 발단은 김씨 부부와 같은 에스컬레이터를 탄 한 남성이 10m 뒤에서 쇼핑카트 손잡이를 놓치게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카트 안에는 돌이 갓 지난 아이가 타고 있었다. 남성은 카트를 잡지 못하면 앞에 서있는 김씨 부부에게 부딪힐 것을 알았지만 급한 마음에 아이만 끌어올려 감싸 안았다.

아이를 챙기느라 카트를 잡지 못한 남성에 대해 김씨는 “나 또한 뱃속에 아이를 가지고 있는 몸으로 부모의 본능상 그 상황에선 당연히 자기애를 잡지 카트를 잡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카트의 고장으로 에스컬레이터에 고정이 되지 않아 한순간에 가해자가 된 것 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어 “7개월 넘은 산모가 카트에 허리를 찍혀 활시위를 당긴 것처럼 몸이 휘어져 넘어졌는데 이마트 측은 어설픈 간이 들것을 가져와 무턱대고 타라고 압박을 넣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가속도가 붙은 쇼핑카트에 허리를 가격 당한 김씨는 119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태동검사와 자궁수축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김씨. 하지만 조산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한 자궁경부의 길이가 5.3cm에서 4cm로 줄어들어 마음이 불안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씨는 “조산 경험이 있는 임산부는 자궁경부의 길이가 1㎜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조산과 만삭 출산이 판가름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입원한 당일, 그녀는 허리의 통증으로 똑바로 눕지도 못하고 옆으로 비스듬히 새우잠을 자야만 했다. 허리에 무리가 가진 않았는지 엑스레이라도 찍어보고 싶었지만 임산부라는 이유로 병원 측에서 만류했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고객에 책임 전가

당시 김씨는 이마트 측에 출산 후 허리와 경추에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치료비를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마트 측은 “쇼핑카트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며 “이번 사고는 전적으로 쇼핑카트를 끌던 남성 고객의 잘못”이라고 못 박았다. 쇼핑카트 바퀴가 사선으로 놓여 있을 땐 에스컬레이터 홈에 고정이 되지 않아 밑으로 구를 수 있다는 것이 이마트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쇼핑카트 바퀴가 사선으로 놓여 있었다면 에스컬레이터 벽 쪽으로 구르지 않고 가속도가 붙은 채 아래쪽으로 내려왔겠느냐”고 반박하며 CCTV 판독을 요구했지만, 이마트 측은 “촬영 각도가 맞지 않아 그 부분은 녹화되지 않았다”는 어설픈 답변만을 늘어놓았다.

확실한 가해자는 남성 고객이 아닌 이마트 측에 있다고 꼬집어 말한 김씨는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 에스컬레이터인데 각도가 맞지 않아 CCTV를 판독할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반나절 동안 싸운 끝에 결국 ‘3월 출산 후 허리검사를 받게 해주겠다’는 확답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이에 그녀는 기간도 남아있으니 확인서 한 장을 써 달라고 이마트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마트 측은 “확인서는 써줄 수 없다. 다만 3개월 뒤 검사는 받게 해주겠다”며 김씨의 부탁을 ‘딱’ 잘라 거절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3개월 넘는 기간 동안 관리팀장이 퇴사를 할 수도 있는 노릇 아니냐”며 “보상해 주기 싫으면 처음부터 고장난 쇼핑카트를 방치하지 말았어야 할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그녀는 이어 “이마트는 대기업이란 방패를 무기로 삼아 힘없는 우리 부부를 그저 무시하고 강압했다”며 “쇼핑을 할 때만 고객이지 안전사고가 나면 최소한의 치료비도 보상하지 않아 다친 사람만 거지가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고장난 쇼핑카트로 인해 고위험 임산부가 사고를 당한 이번 사건에 대해 신세계이마트 언론홍보 정병권 과장은 “이미 지나간 일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 과장은 이어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으나, 어떠한 보상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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