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 데이터 공유는 고가요금제 가입 필수…데이터 제공 ‘찔끔’에 사용제한까지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사옥.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SK텔레콤이 지난 18일 선보인 새로운 데이터 요금제인 ‘T플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 공유 혜택을 대폭 강화해 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실제 공유가 가능한 데이터양은 경쟁사에 비해 매우 낮고, 이마저도 모두 소진되면 데이터 사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T플랜’ 요금제에 대해 데이터 제공량을 대폭 늘리고 가족 간 결합 혜택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4인 가족을 기준으로 기존 ‘밴드 데이터’ 요금제와 비교하면 데이터 제공량은 2배 가까이 늘고 통신비는 더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구성 원 중 1명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패밀리(7만9000원‧150GB) 또는 인피니티(10만원‧완전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고 나머지 구성원이 가장 저렴한 ‘스몰(3만3000원)’ 요금제로 낮추면 데이터 사용량을 늘리고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나눠줄 수 있는 요금제는 패밀리와 인피니티 등 고가요금제에 한정돼 있고, 이 마저도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는 각각 20GB, 40GB에 불과하다. 10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라지(6만9000원)’의 경우 데이터 받기만 가능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 영상통화 등 데이터를 이용한 음성통화는 각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 용량까지만 이용이 가능해 공유 데이터는 무용지물이다.

SK텔레콤이 새롭게 출시한 'T플랜' 데이터요금제. 이미지=SK텔레콤

한 유명 휴대폰 전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이용자는 “평상시 할아버지 할머니와 카카오톡 영상통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스몰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를 다 소진하고 나니 공유 데이터로는 영상통화가 되지 않았다”며 “데이터 사용순서를 보면 기본데이터 소진 이후 공유데이터 사용이라는데 그렇다면 부가적인 데이터 사용으로 기본데이터를 다 소진하면 공유데이터로는 인터넷만 사용하라는 말이냐”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150GB 데이터 가운데 공유되는 것도 20GB로 제한해 놓고 그 공유데이터마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게 무슨”이라며 “아직 출시되지 얼마 안 돼 좀 더 지켜보고 바꿨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SK텔레콤의 이 같은 요금제 정책은 경쟁사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KT의 ‘데이터ON’ 요금제의 경우 기본 제공량 내에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또한 완전 무제한 요금제의 경우에는 기본 제공량 외에 50GB 데이터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즉 100GB 데이터 요금제에서 SK텔레콤은 데이터 공유가 불가능한 반면, KT는 기본 제공량에서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10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없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가족 결합 상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 가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00GB를 안에서도 4인 가족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데도 150GB 이상 요금제 가입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데이터 트래픽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무제한 요금제의 사용자 평균 이용 데이터양은 19.3GB에 불과했다. 1인당 20GB 데이터만 제공하더라도 사실상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한 SK텔레콤 이용자는 “가족 결합 혜택을 보고 T플랜 요금제 가입을 망설였지만 데이터 공유가 가능한 요금제는 기본 요금이 너무 비싸고 데이터도 사실 낭비하는 것 같아 포기했다” 며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밴드데이터 요금제의 경우 기본 제공량에 매일 2GB씩 추가로 제공하고 또 이를 가족들과도 공유할 수 있는데도 요금은 더 저렴해 그대로 계속 사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가족결합 혜택을 위해서는 결국 누군가는 고가요금제를 사용하고 구성원들 모두 같은 이통사만 사용하라는 것" 이라며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보이며 통신비 절감 효과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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