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문화재연구소, 왕릉 속 인골 102개 분석 7세기 장신 노년 남성 추정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올해 4월 전북 익산 쌍릉(사적 제87호) 대왕릉에서 발견된 인골의 정체가 밝혀졌다. 남성 노년층 신체특징과 병리학적 소견으로 서동요(薯童謠)의 주인공인 백제 무왕(?∼641)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고고학계의 높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18일 국립고궁박물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월 사적 제87호 익산 쌍릉내 대왕릉 내부에서 발견된 인골함의 뼈 102점을 분석한 결과 인골의 주인공은 50대 이상 60~70대의 노년이고 키는 161∼170.1cm, 사망 시점은 620∼659년으로 산출됐다”고 밝히며 쌍릉내 대왕릉의 주인을 백제 무왕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대왕릉과 소왕릉으로 구성된 익산 쌍릉은 백제 말기 왕릉급 무덤으로 ‘고려사’에서 처음 확인됐고 1327년 고려 충숙왕 때 도굴됐다는 사건기록으로 보아 고조선 준왕이나 백제 무왕의 능이라는 설이 있었다.
또한 규모가 큰 대왕릉은 서동요의 주인공인 무왕의 무덤으로 소왕릉은 그의 부인인 선화공주가 묻혔다는 학설이 유력했다. 그동안 발굴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1917년 일제강점기시절 조선총독부가 며칠 만에 쌍릉을 발굴하고 1920년에 발행한 고적조사보고서에 남긴 13줄의 내용과 사진 2장, 도면 2장이 전부였다.
이에 2017년 8월 문화재청과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등은 조선총독부의 발굴 이후 100년 만에 쌍릉을 재발굴했다. 석실 끝부분 대왕릉 내부 관대(棺臺·관을 얹어 놓는 넓은 받침)에서 인골 102점이 담긴 상자를 발견했다. 아마도 일제가 발굴하면서 다른 유물들은 유출하고 이는 꺼내 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발견된 인골자료가 백제 무왕의 능인지를 결정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고고학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인골의 성별, 키, 식습관, 질환, 사망시점, 석실 석재의 산지, 목관재의 수종 등을 정밀 분석했다.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이우영 부교수는 102개 조각으로 남은 인골을 법의인류학적으로 분석해 유골함의 뼈조각 중 중복되는 뼈들이 없어 하나의 객체이고 성별은 남성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가속 질량분석기(AMS)를 이용한 정강뼈의 방사성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피장자의 사망 추정 시점을 서기 620~659년으로 산출했다.
이상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장은 “무덤의 구조와 규모, 유물의 품격, 시대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대왕릉의 주인을 무왕으로 보는 학설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근거로 현실 길이 378㎝의 왕릉으로 최대 규모라는 점과 공을 많이 들여 제작한 1장짜리 석재와 통돌 관대, 7세기 중반 왕족이 사용했다는 당나라 문헌에 적힌 허리띠 장식 유물이 발견됐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사망 시점이 7세기 초반부터 중반 즈음이라는 인골 분석 결과는 익산을 기반으로 성장해 같은 시기에 왕권을 확립한 백제 무왕 무덤이라는 역사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골의 심한 부식과 오염으로 유전자(DNA) 분석에는 실패한 점을 들어 대왕릉의 주인을 무왕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