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누락 '고의', 회계기준 변경은 '재감리'...삼바 "국제기준 따랐는데" 법적대응 강구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김용범 위원장이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결론내렸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로직스)가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바로직스 감리조치안 심의결과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감리조치안의 핵심사안이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삼바에피스)의 회계기준 변경에 대한 사항에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금융감독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 사실상 절반의 판단만을 내린 것이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은 긴급브리핑을 통해 "오늘 임시회의에서 삼바로직스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위반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바에피스의 콜옵션을 부여받은 미국 바이오젠의 권리에 대한 공시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공시 위반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바로직스에 대해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및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또한 해당 재무제표를 감사한 회계법인 및 소속 공인회계사에 대해서는 4년간 감사 업무 제한, 검찰 고발 등의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증선위는 그러나 삼바에피스의 콜옵션 공시 누락과 함께 제기됐던 삼바에피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2조원대 흑자전환 의혹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신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결정을 내렸다.

김 부위원장은 "금감원이 이 사안에 대해 감리를 실시한 후, 결과를 보고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최종조치는 금감원의 감리 결과가 증선위에 보고된 후에 결정되며, 위법행위의 동기 판단에 대해서는 조치 원안을 심의할 때와 마찬가지로 2015년 전후 사실관계가 크게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바 사태의 두 축이었던 '콜옵션 누락'과 '회계기준 변경'에 대해 증선위가 한쪽은 '고의'로 결론내고, 또 다른 한쪽은 '재감리'를 요청하면서 재계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당초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는 포부와는 달리 자회사 회계처리기준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 "지배력 변경과 관련 회계기준의 해석과 적용, 사실관계를 논의했지만, 핵심적인 혐의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이 유보돼 조치안 내용이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조치안에 대한 수정의결도 어려웠기 때문에 금감원의 재감리를 요청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증선위가 직접 사실관계를 조사해 금감원의 조치안을 수정하는 것은 법령에서 정한 기관 간 업무배분을 고려할 때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면서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를 엄격하게 밝히고, 처분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재감리를 명령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증선위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삼바사태의 위법여부를 결정할 '물증'이 없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일부 문제점은 확인됐지만, 결정적인 스모킹컨(핵심 물증)이 없는 만큼, 재감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겠다는 게 증선위의 입장이란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일지. 사진=뉴시스

증선위의 결정에 따라 금감원은 삼바로직스에 대한 재감리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일단 재감리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증선위의 검찰고발에 따른 수사를 받으면서 금감원의 재감리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삼바로직스는 증선위의 결정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삼바로직스는 곧바로 입장발표를 통해 "그동안 금감원의 감리와 금융위의 감리위·증선위의 심의 등 모든 절차에 성실히 임하며 회계처리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게 돼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행정소송 등 가능한 법적 구제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향후 대응책도 덧붙였다. 

한편 증선위가 재감리 결정을 내리면서 금감원과 삼바로직스는 다시한번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놓고 치열한 논리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가치산정 문제도 논란거리다. 삼바로직스는 신약판매 가시화를 근거로 삼바에피스의 시장가치를 4조8000억원대로 평가했다. 하지만 당시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ISS는 삼바에피스의 가치를 1조5000억원을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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