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화학-방산 빅딜 성공적, 자금확보 항공산업 진출 잰걸음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최근 비주력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 대규모의 현금을 확보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한화그룹이 재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2014년 삼성그룹과의 방산 및 화학 부분 빅딜 이후 소리소문없이 실탄을 꾸준하게 모으고 있어서다. 이에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지금까지 모아왔던 실탄을 어디에 사용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현금을 비축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던 웅진케미칼 지분 전량을 매도했고, 한화건설 역시 경주 하수처리사업권 지분을 현금화했다. 

여기에 지난 10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5.99%(584만7511주)를 블록딜 형태로 전량 매각하며 2514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한화 측은 "글로벌 항공엔진 제작업체로의 도약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이 이처럼 재무유동성 확보에 집중하자, 재계관계자들은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과거 한화그룹이 깜짝 M&A를 통해 성장했던 만큼 이번에도 대규모 딜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첫번째로 거론되는 이야기는 총수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면허 취소 위기에 몰린 진에어다. 진에어는 외국국적자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상무의 등기이사 기재 건으로 인해 현재 국토교통부로부터 면허 취소 위기에 몰린 상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진에어 매각설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퍼지고 있는 상태다. 

재계관계자들은 한화그룹이 진에어 인수에 큰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항공산업에 진출하려다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청주공항을 베이스로 한 '에어로K'에 160억원을 투자(지분 22%)했지만, 국토부가 신규 면허 발급을 거부하면서 항공업 진출이 무산됐다. 

진에어를 인수하게 될 경우 한화그룹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이미 항공기 부품·정비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테크윈과 면세점을 운영 중인 한화갤러리아, 그리고 서울프라지호텔 등에서 협업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수협상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고용문제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 것도 한화그룹 외에는 찾기 힘든게 사실이다. 

반면 축척된 실탄을 지배구조 개편에 사용할 가능성도 높다. 한화그룹은 최근 경영기획실을 해체하면서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근원지였던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을 합병하고, H솔루션은 오너 소유의 지분을 매각해 14.5% 정도만 보유하겠다는 게 한화그룹의 계획이다. 특히 한화S&C와 에이치솔루션의 합병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단계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화그룹의 주력사업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계열사들의 자본확충을 위한 실탄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는 현재 김승연 회장→한화생명→한화손보→기타 금융계열사 순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2021년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부채평가를 계약시점이 아닌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한화그룹 금융부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한화생명과 한화손보의 지급여력 비율을 현재보다 더 높여야 한다. 금융계열사에 대한 자본확충이 필요해지는 셈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예고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 한화그룹이 포함될 경우 자본적정성 평가를 그룹단위로 받게 되는 만큼, 추가적인 자본이 더 필요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사업조정과 자본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까지 모아둔 실탄은 이곳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력적인 매물이 나올 경우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아 인수할 수도 있어 김승연 회장의 다음 선택이 무엇일지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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