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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구의 문화칼럼] 한글을 알려면 한자를 주목하라
  • 조옥구
  • 승인 2018.07.0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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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구
한자한글교육문화콘텐츠협동조합
이사장
전 동덕여대 교수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한글 보유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한글을 안다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들은 한글의 뛰어난 명성에 비하면 너무 빈약하다.

최첨단의 스마트 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용방법을 몰라 그저 전화기 정도로만 활용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수하면 우수한 만큼 명성에 걸맞는 이익이 있어야 할텐데 말 그대로 ‘서자서 아자아(書自書 我自我)’격인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한글을 모르는 것이다. 우리가 모른다는 것은 한글의 연구 부족을 지적할 수 밖에 없는데, 모름지기 연구가라면 진실의 규명을 목표로 생을 바칠 각오가 있어야 함에도 오늘 우리 한글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는 듯 하다.

자료부족을 탓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동양의 오랜 역사가 있고 수많은 고전들이 즐비한데 어찌 한글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겠는가! 편견에 눈이 가려 분별하지 못하는 자들의 변명일 따름이다. 우선 한글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자만 들여다봐도 그 속에는 한글의 흔적이 가득하다.

실제로 한자 속에는 한글의 비밀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우선 한자의 음을 표기하는 유일하고도 필수적인 방법이 우리 한글이다. 한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한자는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한자에서는 음가(音價)가 생명인데 그 음가를 적는 기호체계가 한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간단한 사실을 왜 한글학자들은 외면하는 것일까? 나름 사연이 있을 것이므로 탓하는 대신 한자의 음과 한글의 관계를 살펴보려 한다.

欠(하품 흠)자는 ‘하품’을 나타내며, ‘하품 흠’은 ‘하품을 흠이라고도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졸립거나 피곤할 때 흔히 하품을 하게 되는데 이 하품을 ‘흠’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생각 없이 들으면 아무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을 테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흠’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에 귀에 익은 우리말 흠집, 결함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한자가 만들어질 당시 ‘하품’을 ‘흠’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과 5천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 흠을 여전히 흠이라고 쓰는 우리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흠’의 표기가 우리 한글의 ‘ㅎ+ㅡ+ㅁ’으로 되어 있고 우리말에서 여전히 흠, 흠집, 결함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흠’이 과연 한글과 무관한 것일까?

‘흠’이 조금 어렵다면 조금 쉬운 예로 ‘雨(비 우)’를 들 수도 있다. ‘비’는 자연현상이므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비가 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위 하늘에 물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비는 내리고 그리고 어느 정도 내리다가 그친다. 이것을 기호로 나타낸 것이 ‘雨’자다. 위 하늘(一)에서 세상으로(冂) 내려오는(丨) 물방울(::)이 바로 비다.

그런데 이 ‘비’를 ‘비’로 표기하는 것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한글’뿐이다. 한자는 4개의 기호로 비를 나타냈지만 한글은 ‘ㅂ+ㅣ’ 단 두 개의 기호로 간략하게 나타낸다. 이 ‘ㅂ+ㅣ’로부터 비의 의미를 찾아내지 못하면 지구 어디에서도 ‘비’의 의미를 읽어낼 수가 없다. 이것이 우리 한글의 위력이다. 그리고 이 ‘비’의 의미를 찾아야 ‘비우다’라는 우리말의 의미를 알 수가 있다.

물그릇의 물을 비우고 술잔의 술을 비우는 것을 왜 우리는 ‘비우다’라고 하며 우리 한글은 그것을 ‘비우다’라고 표기하는가? ‘雨’자의 ‘비 우’로부터 정보를 얻지 못하면 ‘비우다’라는 말의 의미는 영영 알 수가 없다.

이뿐 아니다. ‘가’로 소리나는 한자들의 의미는 모두 ‘가다’와 관계가 있고 ‘서’로 소리나는 한자들은 ‘서다’와 관계가 있고 ‘간’으로 소리나는 한자들은 ‘간다, 갔다’와 관계가 있는데, 가다, 서다, 간다, 갔다는 중국말인가, 한국말인가?

남사당 패거리의 우두머리를 꼭두쇠라고 하는데 ‘金’자의 ‘쇠 금’이란 의미의 도움 없이 꼭두쇠의 ‘쇠’의 의미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의 한글 연구 수준으로는 설을 왜 ‘쇠다’라고 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한자의 도움을 받으면 너무도 쉽게 그 의미를 파악할 수가 있다.

우리 한글이 미래 세계의 인문을 이끌어가려면 한자를 주목해야 한다. 아니 우리는 세계 인문을 이끌어갈 가장 유력한 도구를 5천년 전부터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것을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주인의 각성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조옥구  1cmc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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