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근대 군산 대표하는 '구 법원관사' 등 4건 문화재적 가치 인정

사적 지정된 구 군산세관 본관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일제강점기시 강제수탈의 현장이었던 군산의 근대건축물이 문화재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군산은 1899년 5월 1일에 개항된 항구도시로 다른 개항항구와는 달리 일본의 쌀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호남과 충청의 쌀을 일본으로 강제 수출했던 일본 상인들의 경제적 중심지였다. 

지난 23일 문화재청은 전라북도 기념물 제87호인 ‘구 군산세관 본관’을 국가지정문화재(사적)로 지정 예고하며 일제강점기의 참담했던 수탈 역사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1908년 건립된 구 군산세관은 대한제국 시절 세워진 서구식 건축물의 구조와 특성을 이해할 수있는 학술적·건축적 가치가 큰 건축물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관세행정 및 경제 수탈사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현장이다.

이 건물은 중세 유럽 건축풍의 구서울역사와 한국은행 본점 등과 더불어 국내 현존하는 3대 근대역사 건축물 중의 하나로 독일인이 설계하고 벨기에서 건축자재를 수입해 건립했다.

현재 구 군산세관 본관은 호남 관세전시관으로 활용돼 일제 강점기 사진과 세관 사료(史料) 등을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서양식 단층(228.10㎡)으로 지어진 구군산세관 본관은 지난 1994년 8월10일 전라북도 지정문화제 기념물 제87호로 지정됐다. 

그밖에도 근대 군산 원도심에 건립된 구 남조선전기주식회사, 빈해원, 구 조선운송주식회사 사택, 구 법원관사도 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

‘군산 구 남조선전기주식회사’는 일제강점기시대 근대 문명의 기반이 된 전기의 생산·공급과 관련해 소규모 전기회사들의 합병과 해방 후 한국전력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보여주는 건축물로 모더니즘 경향의 외관과 계단실 처리가 특징이다. 

‘군산 빈해원’은 1950년대 초부터 화교인 왕근석씨가 창업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음식점으로 1∼2층이 개방된 내부공간이 특징이다. 근대 군산에 정착한 화교 문화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라는 가치가 있고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유통업 관련 회사에 매입돼 활용되면서 한국 물류와 유통업의 대표 기업과 관련된 역사를 가진 중규모 주택 건축물인 ‘구 조선운송주식회사 사택’은 세부적 표현 기법이 잘 남아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

일본식과 서양식 세부 표현 기법을 써 다른 관사처럼 표준화된 형식에 따르지 않은 ‘군산 구 법원관사’는 일제강점기 후반 월명동으로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나타난 군산 원도심 공간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군산 구 법원관사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지정과 문화재 등록을 결정할 방침이다.  

두양수 군산시 문화예술과장은 “역사·건축적 가치가 높은 옛 군산세관본관이 국가지정문화재인‘사적(史蹟)’으로 승격되면 국고 지원을 받아 경관을 정비하고 옛 조선은행 등 원도심 내 문화재를 연결해 문화관광자원 및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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