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S&C-한화시스템 합병,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계열사는 책임경영 전환

한화그룹(김승연 회장)이 지난달 31일 경영기획실 해체하고 이사회 중심의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한화그룹(김승연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지난 5월 31일 지배구조 개편을 의미하는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쇄신안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고,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며, 계열사들은 자체적인 책임경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경영기획실이 그룹의 전략, 재무, 인사 등을 총괄했다면 이제는 각 계열사 대표가 독립적으로 경영을 맡고 그룹 차원의 전략은 이사회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경영쇄신안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밝혀왔던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방안과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 한화그룹이 정부가 원했던 답변을 했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다른 대기업들도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합병후 지분매각 통해 일감몰아주기 의혹도 해소 

한화그룹은 또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샀던 IT계열사들도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시스템이 한화S&C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한화S&C의 최대주주는 에이치솔루션이 전체 지분의 55.36%를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화S&C를 합병한) 한화시스템의 에이치솔루션 보유 지분은 26.1%로 내려가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체 지분의 52.9%를 보유한 1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후 다시 에이치솔루션은 합병한 한화시스템의 보유 지분 중 11.6%를 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추가로 매각할 계획이다. 그러면 에이치솔루션의 한화시스템 지분은 14.5%로 낮아지게 돼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한화그룹은 "IT사업을 주력으로 삼는 한화S&C와 방위산업 관련 전자사업을 주력으로 삼은 한화시스템의 합병으로 기존 사업들의 시너지는 물론 신규사업 진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너지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합병도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그동안 김 회장의 자녀들이 소유한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주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한화S&C가 그룹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올렸왔기 때문이다. 이에 한화그룹은 지난해 10월 한화S&C를 에이치솔루션(존속법인)과 한화S&C(신설 사업부문)로 물적분할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여전히 한화S&C의 지분 55.36%를 보유하면서 의혹은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번 경영쇄신안을 통해 한화S&C를 한화시스템과 합병시키게 되면 오너 일가가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의 한화시스템 지분이 낮아지게 된다. 여기에 추가로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어서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완전히 해소될 것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IMF 당시 출범했던 경영기획실 역사 속으로 

해체가 결정된 한화그룹의 경영기획실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출범했던 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에서 출발했다. 이후 2006년 구조본을 경영기획실로 대체하면서 그룹의 전략, 재무, 인사, 운영, 법무, 홍보 등을 총괄했다. 사실상 지난 20년 동안 한화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셈이다. 

한화그룹 측은 "이사회 중심경영과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고 (주)한화가 그룹을 대표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에서 파견왔던 기존 경영기획실 직원 중 일부는 원래 소속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 있는 직원들 역시 (주)한화와 한화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로 배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보와 법무 관련 기능은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측은 그룹 차원의 대외소통 강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준법경영을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하고, 이를 (주)한화에 남겨 그룹의 대표로서의 역할을 맡도록 했다. 그룹 차원의 소통과 준법경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의 위원장은 이홍훈 전 대법관이 맡는다. 

경영쇄신안을 통해 밝힌 한화그룹은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있었던 한화S&C를 한화시스템에 합병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래픽=서종열 기자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총수의 갑질 파문 등 준법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경영기획실이 맡아왔던 대부분의 업무를 다시 계열사에 되돌려줬지만, 홍보와 법무 기능만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한 것은 한화그룹의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경영기획실 해체와 함께 사라지는 조직은 또 있다. 바로 그룹 내 최고자문기구인 경영조정위원회다.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심의와 자문을 맡고 있는 경영조정위원회는 지난 2013년 신설됐다. 현재 의장은 금춘수 부회장이 맡고 있으며,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이태종 (주)한화 방산부문 대표, 최광호 한화건설 대표 등이 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독립경영을 위해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기로 결정했는데, 경영조정위원회를 남길 경우 독립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경영조정위원회도 폐지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사회 중심의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경영기획실 해체를 통해 독립경영 체제로 변하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경영기획실을 주축으로 한 그룹차원의 의사결정 방식을 통해 경영해왔던 것과 달리, 각 계열사가 자체적인 이사회를 구성해 책임경영에 나서겠다는 게 한화그룹의 설명이다. 

우선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그룹 출신 사외이사 임명을 지양할 방침이다. 또한 개방형 사외이사 추천 제도를 도입해 사외이사 후보대상을 넓게 확보하고 추천경로 역시 다양화하기로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기업 이사회들은 계열사 전직 임원들이 다른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가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운영되는 게 현실"이라며 "한화가 먼저 이런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나선 만큼 다른 대기업들 역시 사외이사 제도를 손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가 이사회 내부에 설치되는 내부거래위원회 구성원을 모두 사외이사로만 채우기로 결정했다. 독립성을 보장한 사외이사들이 내부거래를 감시해야 제대로된 감독기능이 발휘되는 만큼 계열사들의 독립경영을 강화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한 경영쇄신안 이후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상생경영위원회도 신설할 계획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하도급법을 포함해 거래처와의 갑을관계, 하청업체의 기술 탈취 등 공정거래법 상 논란이 될 사안에 대해 먼저 심의하고, 상생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주주권익 보호를 담당하는 사외이사도 별도로 선임한다. 주주권익 담당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주주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하며, 주주들의 의사 전달은 물론, 배당정책 등에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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