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욱 협회장 결국 사퇴...업계 1위 랜딧 탈회에 헤라펀딩은 부도처리

지난 24일 신현욱 협회장(팝펀딩 대표)이 사퇴하면서 국내 P2P업체들의 연합체인 한국P2P금융협회가 내홍을 겪고 있다. 사진=P2P협회 누리집 갈무리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P2P(Peer to Peer) 투자에 주의하세요!"

금융감독원(윤석헌 원장)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른 P2P금융에 대한 투자주의보를 발령했다. P2P금융과 연계된 대부업체들을 현장조사한 결과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28일 금감원은 P2P업체와 연계된 대부업체들을 현장조사한 결과 ▲부동산 경기 하락시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부동산 PF, 후순위 대출 등의 대출 쏠림현상 ▲대출이자에 중개수수료를 포함하는 과도한 고금리 영업 ▲대출 심사 및 담보물 평가, 투자금 및 상환금 관리, 전산보안 등에서 취약점 노출 ▲일부 업체의 허위·과장 공시, 공시사항 미이행 등 불건전 영업행위 ▲장기대출의 단기 돌려막기 투자모집 등 고위험 대출 취급 등을 사례를 발견하고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P2P업계 내부에서도 내홍이 발생하면서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P2P업체들의 모여 만든 한국P2P금융협회는 최근 부실률 산정 기준을 놓고 회원사들간 이견이 표출되면서 신현욱 회장이 취임 3달만에 협회장 직을 사임했다. 여기에 상위업체들의 잇달아 이탈을 선언하면서 협회의 공신력도 추락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부 P2P금융업체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업체로 손꼽히던 헤라펀딩이 이미 부도처리된 상황에서 다른 업체들의 부실률까지 높아지고 있어 P2P업계의 위기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부업 분류되는 P2P금융, 일부 대주주 전횡에 무방비

금융감독원이 2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P2P금융업체들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영업력을 집중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대상인 75개사의 누적대출액은 2조원에 달하는데, 이중 대출잔액 기준 PF 대출액은 절반에 가까운 43%를 차지할 정도다. 부동산 경기 침체시 투자자들의 투자금손실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행법상 P2P금융업체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원금은 손실이 발생해도 보장받지 못한다. 

게다가 일부 P2P업체는 대주주 및 관계사들에 특혜대출을 해준 것이 금감원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금감원은 P2P업체와 연계된 대부업체(현행법상 P2P업체는 대부업체로 등록) 75개사를 점검한 결과 5개사가 대주주나 관계사들에게 특혜대출을 해줬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건설사나 시행사를 대주주로 두고 있어 투자자들의 자금을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8일 국내 75개 P2P금융업체의 연계 대부업체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 P2P투자에 대한 '투자유의보를 발령했다. 사진=금융감독원 보도자료 갈무리

일반 금융기관 대비 영세한 환경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감원 조사 결과 P2P업체들읜 평균 임직원은 10.5명으로 이중 대출심사 인력은 4명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심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제대로된 대출심사가 이뤄질지 만무하다는 게 금융권의 입장이다.

업체별 평균 자본금도 4.1억원에 불과하며 P2P업체와 연계된 대부업체의 경우 임직원이 2명이하인 곳이 절반 이상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P2P업체 임직원이 대부업체 임직원을 겸임하고 사업장도 공유하는 페이퍼컴퍼니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도 금융당국은 P2P업계에 대한 감독에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P2P업체의 대출 적정성 등 관련법령이 정비되지 않은 까닭에 금융당국이 감독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현장조사 역시 P2P업체가 아닌 연계된 대부업체를 조사한 결과인 만큼 금융권에서는 투자자들의 피해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P2P 투자에 앞서 금융위 등록업체를 먼저 확인하고, 예치금 분리보관시스템 도입 유무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면서 "고금리 상품의 경우 부실위험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P2P금융상품의 경우 투자원금 보장이 안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업체는 부도, 협회는 내홍...위기감 높아져

이런 가운데 국내 P2P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P2P금융협회 역시 내홍을 겪고 있다. 신현욱 협회장이 최근 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했으며, 주요 회원사들 역시 이탈하고 있어서다. 한국P2P금융협회에는 국내 P2P업체 65개사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협회 내부에서 파열음이 들려온 것은 지난 24일이었다. 신 협회장이 이날 저녁 있었던 임시이사회에서 협회장직을 사퇴한 것. 팝펀딩 대표이기도 한 신 협회장은 지난 2월 선출됐다. 신 협회장은 사퇴의 변으로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회원사간 갈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공석이 된 협회장은 양태영 부회장(테라펀딩 대표)이 맡기로 했다. 

문제의 발단은 금융위원회가 지적한 부실률 산정 방식으로 지목된다. P2P협회는 매달 협회원사들의 부실률을 공시해왔는데, 누적대출잔액을 분모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금융위가 다른 금융사들 대비 부실률이 실제보다 낮게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협회 이사회에서 이에 대한 안건을 다뤘지만,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면서 결국 부결됐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회원사들간의 대립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 협회장이 금융위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부동산대출비중이 높은 주요업체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이사회에서 이 안건이 부결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이 사퇴를 결정하자, 곧바로 주요업체들이 협회에서 이탈을 시작했다. 업계 1위인 랜딧이 지난 4월26일 협회 탈퇴를 결정했고, 신 협회장이 탈퇴를 밝힌 24일에는 8퍼센트가 협회에서 이탈했다. 이외에도 여러 업체들이 협회 탈퇴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P2P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내 P2P금융업체 중 리딩기업으로 주목받아왔던 헤라펀딩이 부동산경기 하락에 따른 부실률 증가로 결국 부도처리됐다. 사진=헤라펀딩 누리집 갈무리

협회가 내홍을 겪는 가운데 또 한가지 불안한 소식도 날아들었다. 부동산PF 전문 P2P업체인 '헤라펀딩'이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부도처리된 것. 헤라펀딩은 부동산 경기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일부 PF상품들이 줄줄이 연체됐고 결국 부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헤라펀딩의 누적대출액은 229억원으로 대출잔액은 134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 등 기존 금융권이 소액 부동산PF에 진출하지 않았던 것은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리스크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며 "P2P금융은 관계법상 대부업체로 분류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와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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