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4단계 지배구조 ADT캡스...SKT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도 동시에 이뤄질 듯

SK텔레콤(박정호 사장)이 호주계 투자은행 맥쿼리와 함께 국내 보안업계 2위 기업인 ADT캡스 인수를 추진 중이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SK텔레콤(박정호 사장)의 ADT캡스 인수가 지체되고 있다. 지난 3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한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어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스원에 이어 국내 보안업계 2위로 평가받는 ADT캡스는 매각규모만 3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CVC캐피탈파트너스가 ADT캡스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금융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유력 인수 후보였던 CVC캐피탈파트너스가 지난달 14일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결국 ADT캡스를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과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는 유일한 입찰 후보인 SKT-맥쿼리 컨소시엄을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조건 조율에 나섰다. 이에 따라 ADT캡스는 가격 등 세부사항만 조정되면 무난하게 SK텔레콤에 안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달 정도가 지났어도 인수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대체 ADT캡스 인수과정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복잡한 지배구조로 매각 지연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ADT캡스 매각전이 지연되는 것은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으로 알려졌다. 칼라일그룹이 4단계에 달하는 지배구조를 만들어놨기 때문에 인수과정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DT캡스의 현 최대주주는 칼라일그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보이는 '사이렌인베스트먼트코리아'다. 사이렌인베스트먼트코리아가 ADT캡스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사이렌인베스트먼트코리아의 최대주주는 다시 '사이렌홀딩스코리아'다. 이어 사이렌홀딩스코리아는 다시 사이렌인베스트먼트해외법인(Siren Investment, L.P.)가 100%를 갖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바로 이 사이렌인베스트먼트의 해외법인이 칼라일그룹이 ADT캡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일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칼라일그룹이 ADT캡스를 인수할 당시 여러 SPC를 통해 합병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짰는데, 이제는 매각과정에서 이것을 푸는 정리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매각이 지연되면서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거래가 지속될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3조원대로 알려졌던 ADT캡스의 실제 거래가격에 대한 관심이 높다. 칼라일그룹은 2014년 미국 타이코로부터 ADT캡스를 인수할 당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인 1700억원대의 12배 수준인 2조원을 지불하고 인수를 단행했다. ADT캡스의 지난해 EBITDA는 2650억원대로, 2014년과 같은 12배 수준을 지불할 경우 매각가격은 3조1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SKT-맥쿼리 컨소시엄 역시 상당한 실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T-맥쿼리 컨소시엄은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이미 2조원대의 인수금융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호주계 투자은행인 맥쿼리가 인수에 적극적이며,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는 SK텔레콤 역시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어 가격 면에서 큰 불협화음을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인수 이후도 문제, 지주사법 피하려면 지배구조 단순화해야 

금융투자업계는 ADT캡스 인수전에 최대 걸림돌로 '가격'보다 '지배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칼라일그룹이 구축한 4단계에 걸친 ADT캡스의 지배구조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SK텔레콤이 지주사법 규제에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SKT텔레콤이 ADT캡스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ADT캡스를 매각하는 맥쿼리가 특수목적법인들을 ADT와 합병시켜 SKT-맥쿼리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사용하면 칼라일그룹이 배임논란에 빠질 수 있다. 세 회사가 합병할 경우 ADT캡스에 갑자기 1조7500억원대의 차입금이 생기기 때문이다. 

ADT캡스 인수 이후 SK텔레콤의 지배구조 예상도. 그래픽=서종열 기자

이런 이유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T-맥쿼리 컨소시엄이 특수목적법인만 합병하고 ADT캡스의 자회사인 캡스텍은 ADT캡스의 형제회사로 두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SKT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ADT캡스를 직접 지배하고 ADT캡스의 자회사들은 ADT캡스의 형제회사로 옮기는 방법이다. 업계에서는 이 방법이 지주회사법 규제를 절묘하게 피하면서 ADT캡스를 인수하는 묘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컨소시엄을 구성한 SK텔레콤과 맥쿼리 간의 계약조건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DT캡스 인수전에 참여한 SK텔레콤은 현재 전략적투자자로 참여 중이며, 맥쿼리는 재무적투자자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양측은 현재 투자금 회수 방안 중 하나인 기업공개(IPO)를 놓고 세부 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며, 매각작업도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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