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광수 회장 유가족 상속세 부담 지분매각 가능성
한국투자밸류 지분 매집에 경영권 분쟁 우려도

김광수 회장의 별세 이후 나이스그룹의 경영권 구도를 놓고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와 함께 국내 3대 신용평가업체로 군림해온 나이스신용그룹이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나이스그룹은 현재 4개 사업부문 30여개 계열사를 보유한 중견금융그룹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1조45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226억원을 기록했다. 

나이스그룹의 출발은 1986년 설립된 한국신용정보다. 경북 상주 출신의 고(故) 김광수 회장은 2005년 한국신용정보를 인수한 뒤 2007년 사명을 나이스신용정보로 변경하면서 현재의 그룹체계를 구축했다. 김 회장은 LG전자에서 근무한 뒤 KH바텍을 설립해 2003년 상장사인 서울정보통신을 인수했는데, 이듬해에 서울정보통신을 외국계회사에 매각하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한국신용정보를 인수해 현재의 나이스그룹을 일궈냈다. 

하지만 지난 3월6일 김광수 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놓고 여러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김 회장은 나이스그룹의 지배회사인 나이스홀딩스의 지분 30%를 보유했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유가족이 일단 김 회장이 보유했던 나이스홀딩스 지분을 물려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만큼 상속된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나이스그룹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나이스그룹의 3대주주인 한국투자밸류운용이 나이스홀딩스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유동성 풍부한 나이스홀딩스, 자사주 242만주 매각한 이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이스그룹의 지주사인 나이스홀딩스는 지난달 2일 자기주식 242만499주(6.4%)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매각대금만 343억원에 달한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 "유동성과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자사주를 처분했다"며 거래상대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재계에서는 나이스홀딩스가 급작스레 자사주를 처분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 측이 투자재원과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나이스홀딩스의 재무구조는 굳이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실제 나이스홀딩스의 단기차입금(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33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5356억원으로 유동성은 풍부했다. 

이런 이유로 재계 관계자들은 김 회장 별세 이후 불거질 수 있는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나이스홀딩스의 자사주 매각은 김 회장이 별세하기 며칠 전 이뤄졌다. 

거래상대방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점도 호사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6.4%에 달하는 대규모 지분을 매각했는데 밝히지 않은 것은 경영권 분쟁 발생시 유가족 측에 설 우호지분에게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나이스금융그룹 지배구조.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일각에서는 상속세 마련을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나이스홀딩스 지분은 부인인 최정옥씨와 장남인 김원우씨가 상속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상속세만으로도 나이스홀딩스 지분 절반 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할 처지다.

결국 유가족들은 상속세로 나이스홀딩스 주식을 현물출자하거나, 주식담보 대출을 받아 세금을 낼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를 위해 나이스홀딩스가 자사주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일단 전문경영인 체제, 3대주주 한국투자밸류 행보 주시 

상속세 납부 외에도 나이스그룹이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김 회장의 별세로 비게 된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하며, 안정적인 경영구조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일단 김 회장 유가족들이 나이스그룹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남인 김원우씨가 아직 20대 중반인 상태로 대표이사에 오르기에는 경험이 부족핟는 지적이다.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뒤 안정적인 경영승계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다. 나이스홀딩스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윤희웅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가 이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이스그룹의 외부 상황이 만만치 않다. 알짜배기 계열사를 거느린 나이스그룹을 놓고 외부세력 혹은 주요 투자자들이 연합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나이스홀딩스이 3대주주인 한국투자밸류운용의 최근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어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운용은 나이스홀딩스의 지분 15.5%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이유로 나이스그룹의 행보에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 후 나이스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그룹 전체를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미 대형 금융그룹과 금융사를 품고 있는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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