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과정서 논란...현대차그룹 계열 1조원대 지분 보유 시세차익 노리나

코스닥벤처펀드 출범식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5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계획과 관련해 "헤지펀드 엘리엇이 가진 현대차그룹 지분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민감한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민감한 사안은 아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헤지펀드 엘리엇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그는 "엘리엇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지분 규모는 1조원대 남짓"이라며 "지분율이 1~2%에 불과해 민감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분할 및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엘리엇)와 국민연금이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우호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최종구 위원장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키는 국민연금"

재계에 따르면 5일 최 위원장은 서울 마포구 IBK기업은행 창업보육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주주들과 경영진과의 적법한 절차로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대해 입장을 밝혔지만,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우선 최 위원장은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 지분 보유규모가 현 상황이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현재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 등 총 1조원 대의 투자를 단행해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사 지분율로 따지면 1~2%대에 불과한 수준인 셈이다. 

최 위원장은 "엘리엇이 가진 지분율이 얼마나 의미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이 정도 수준의 지분율이라면 주총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재계에서는 엘리엇이 추가로 지분을 늘리지 않을 경우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계획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제대로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19일 인적분할 및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을 위한 주총을 열 계획이다. 

이어 최 위원장은 현대모비스의 다른 주주들이 엘리엇과 동조할 가능성도 낮다고 내다봤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전체 주식의 48% 정도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모두 성향이 다르다"면서 "장기계획을 갖고 투자에 나서는 연기금 등이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엘리엇과 같이 행동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을 근거로 현대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계획에 찬성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정몽구 회장(7%)과 그룹 내 계열사의 우호지분이 30% 수준인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편계획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엇보다 주주소통 강화해야 

금융투자업계 역시 최 위원장의 이 같은 견해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발표된 후 엘리엇이 갑자기 주요 주주라고 밝힌 것은 경영권 위협보다는 시세차익을 노린 전략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실제 엘리엇은 2015년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 지분율을 7.12%까지 늘린 후 지분 매입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꾼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현대차그룹과 관련해서는 "주주 권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해달라"는 입장을 내놓았을 뿐,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최 위원장은 오히려 현대차그룹에 "엘리엇보다는 기존 주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투자자의 성향이나 행태별로 서로 다른 소통방식이 필요한 만큼 현대차그룹이 이에 대한 소통을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관련 "투명경영위원회와 주주추천 사외이사제도 등을 도입해 주주들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주요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면서 "해외 투자설명회를 통해 엘리엇과도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한 당일부터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서 투자설명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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