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삼성 5:5 공동경영, 신한 도전장 vs 부동산사업 수직화 현산 접전

삼성생명이 교보생명과 공동경영 중인 생보부동산신탁(김인환 대표)의 매각에 나서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출처=생보부동산신탁 누리집 갈무리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라!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알짜배기 계열사인 '생보부동산신탁'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그룹을 비롯한 사모펀드, 건설사들이 생보부동산신탁 인수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물로 나온 생보부동산신탁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합작해 만든 부동산신탁회사다. 부동산신탁사업은 부동산소유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해당 부동산의 관리·처분·개발에 대한 위탁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부동산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아 금융권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내 11개 부동산신탁회사의 순이익은 2016년 대비 28.7% 증가한 5061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높은 수익률에 금융권과 건설사들은 생보부동산신탁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인수전에 참여한 신한금융지주와 현대산업개발 등을 유력한 인수후보로 보고 있다. 

예비입찰에만 금융권 및 건설사 등 대거 참여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정하고 생보부동산신탁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1998년 설립된 생보부동산신탁은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이 5:5로 합작법인이다. 이에 매물로 나온 지분은 삼성생명이 가진 지분 50% 뿐으로 예상 매각가격은 1300억원대 정도다. 올해 초에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국내 금융그룹들과 건설사, 사모펀드 운용사, 디벨로퍼 등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시선이 생보부동산신탁 매각전에 집중되는 이유는 국내 부동산신탁회사가 11개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009년 코리아신탁과 무궁화신탁의 승인 이후, 9년동안 신규업체 진입을 제한했다. 그 결과 11곳의 신탁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높은 순이익을 기록해왔다. 

이로 인해 금융권의 불만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은 올해 2~3곳에 새롭게 면허를 내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사들과 부동산관련기업들 등 수십곳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입장을 바꿀 여지도 있다. 특히 신규 면허 승인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 신탁사들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견업체인 생보부동산신탁이 매물로 나왔으니 관련기업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매각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예비입찰에 참가한 곳 중 5곳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해 '경쟁호가방식'으로 최종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생보부동산신탁의 예상 매각가격은 현재 예상가보다 휠씬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수 유력후보에 신한지주 vs 현대산업개발

금융권에서는 삼성증권이 선정한 5곳의 적격인수후보 중 신한금융지주와 현대산업개발을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가 생보부동산신탁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먼저 신한금융지주는 생보부동산신탁을 인수할 경우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함과 동시에 경쟁관계에 있는 금융그룹들을 견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중 부동산신탁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는 없는 상태다. 반면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로 나선 KB금융그룹은 KB부동산시탁을 통해 지난해에만 239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신한금융그룹을 뒤쫓는 추격자 하나금융그룹 역시 하나자산신탁에서 465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현대산업개발은 그룹의 주력사업인 건설업에 대한 수직계열화가 가능하다. 특히 생보부동산신탁이 리스크를 이유로 진출하지 않은 개발신탁 분야로의 진출도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생보부동산신탁을 인수한 후 공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설 경우 업계 1위(시장점유율 21%)인 한국토지신탁의 아성을 뒤흔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단 현대산업개발보다 신한금융지주의 인수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생보부동산신탁이 금융회사로 분류돼 있어 인수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의 인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증권이 경쟁호가방식으로 매각을 결정하는 만큼 현대산업개발이 신한금융지주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낼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신탁회사들은 최근 자기자본이익률이 20%를 넘을 정도로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면서 "인수 이후 높은 순이익과 시너지가 예상되는 만큼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생보부동산신탁의 나머지 지분 50%를 쥐고 있는 교보생명은 이번 인수전 결과를 보고 보유 지분을 매각할지, 아니면 새로운 인수자와 공동경영에 나설 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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