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이은 악재·채용비리 의혹 시금고 수성 안간힘…신한·KB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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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서울시가 내년부터 시금고 운영을 현행 단수금고 체체에서 복수금고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103년간 서울시 금고지기 역할을 해왔던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더구나 그동안 서울시금고 선정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우리은행이 올 초부터 연이은 악재와 함께 은행권 전반에 불어 닥친 채용비리 의혹 여파로 이제는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서울시금고 주인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 시금고 은행인 우리은행과의 약정기간이 올해 만료됨에 따라 공개경쟁 방식에 의해 차기 시금고를 지정한다고 밝혔다. 특히 일반‧특별회계 관리는 제1금고, 기금 관리는 제2금고로 담당하는 복수금고 도입을 전면 시행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금고 운용 효율성과 100년 이상 단수금고 운영에 따른 금융권의 의견 등을 반영해 복수금고 도입을 결정했다”며 “특히 복수금고 도입에 따라 부금고의 경우 은행뿐만 아니라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신협 등 금융기관의 입찰 참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반‧회계는 1금고, 기금은 2금고로

서울시금고에 선정된 은행은 2019년부터 4년간 서울시 자금을 관리하게 되며 서울시 소관 현금과 그의 소유‧보관에 속하는 유가증권 출납 및 보관, 세입금 수납 및 이체, 세출금 지금, 세외세출외현금 수납 및 지급 등의 업무를 취급하게 된다.

즉 시금고를 맡으면 정부 교부금, 지방세, 기금 등의 자금 유치뿐 아니라 해당 기관 직원까지 고객 확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오는 30일 서울시 서소문청사에서 참가희망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달 25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제안서를 받고 서울특별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우선지정 대상 금융기관을 선정한다.

서울시의 이 같은 시금고 방침에 따라 무려 103년 간 사실상 독점 운영해왔던 우리은행의 아성이 무너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금고는 1915년 조선경성은행(우리은행 전신)이 맡아 지금까지 시금고를 운영해왔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서울시금고가 우리은행 독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우리나라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시금고가 1개인 곳은 서울시밖에 없어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다.

특히 최근 우리은행이 76만명에게 세금 전자고지서를 잘못 발송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복수금고 도입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지난 2월에는 설연휴 직후 공지했던 차세대 시스템 도입 일정도 갑작스레 미루면서 구설수에 오른바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왼쪽부터). 사진=민주신문DB

신한‧KB, “해볼 만 하다”

이처럼 서울시가 복수금고 도입을 전격 결정하면서 우리은행은 그동안 시금고에 눈독을 들이던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지난 2014년 재선정 당시에도 입찰에 참여했지만 서울시가 우리은행 한 곳만 선정하면서 탈락한 바 있다.

지난해 서울시 예산은 각종 기금을 모두 포함해 약 32조원이었다. 이에 따르면 내년 일반‧특별회계를 관리하는 1금고 운용 자금은 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1금고 참가 자격은 일반 시중은행들만 가능하다.

더구나 올해 초만 하더라도 금융권에서는 1금고는 우리은행 쪽으로 무게가 쏠렸지만, 세금 전자고지서 발송 오류와 차세대 시스템 도입 일정 연기 등 연이은 악재가 터지면서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특히 신한은행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성호 신한은행 행장은 취임 이후 KB국민은행에게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 뺏긴 것을 비롯해 6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자리도 10년만에 우리은행에게 내주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위 행장은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개인그룹에 속했던 기관영업부문을 따로 분리하고 영업통으로 불리는 주철수 영업추진1그룹 부행장보를 선임하는 등 서울시금고 유치에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KB국민은행 허인 행장도 서울시금고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기관영업의 달인’이라는 별명 답게 이번 서울시금고 유치에도 성공해 기세를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행장은 영업그룹 부행장 시절 경찰공무원 대출 사업권을 따낸 바 있으며, 2016년 아주대학교병원과 2017년 서울 적십자병원의 주거래은행으로도 선정됐다.

KB국민은행 역시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기관영업부서를 기관영업본부로 확대하고 김동현 본부장을 임명하는 등 기관 영업을 강화했다.

우리, 103년 전통 지킨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손태승 우리은행 행장은 무조건 서울시금고를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손 행장은 올 초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서울시금고 수성을 전략과제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 행장 역시 취임 후 첫 번째 평가 무대인만큼 103년간 지켜온 자리를 뺏기는 것은 향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장기간에 걸쳐 전산시스템 등을 구축해온 반면 다른 은행은 금고로 선정되면 그때부터 전산시스템 등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동안 서울시금고 관련 업무 담당 인력만 1600여명에 달하고 오랜 금고지기 경력으로 재정운영 효율성과 안정성도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금고는 금융 및 전산분야 전문가 등 민간전문가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되는 ‘서울특별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에서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시민의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 등 5개 분야 18개 세부항목에 대하여 평가하게 되며, 각 금고별 1순위 금융기관을 제1‧2금고로 지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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