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L’자형 모루, 일본서 발굴된 것과 매우 흡사 면밀한 비교검토 필요성 제기

경남 창녕군 이방면 초곡리 유적에서 3~4세기 비화가야 목곽묘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최근 항공 촬영한 유적지 전경.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최근 3~4세기로 추정되는 비화가야 목곽묘가 경남 창녕군 이방면 초곡리 1002번지 유적에서 처음으로 확인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진행되는 이번 조사는 한국문화재재단에서 발굴 조사한 유적(710㎡)으로 복권위원회의 복권기금을 지원받는 농어업시설에 대한 소규모발굴조사 국비지원사업이다.

목각묘 2호 전경.

조사발굴된 유적의 위치는 초곡리 소장미마을 고분군 한가운데에 있으며 확인된 무덤은 3~4세기대 목곽묘 10기와 6세기대 석곽묘 14기다. 

목곽묘(木槨墓)는 무덤에 땅을 파 구덩이를 만들고 나무로 만든 곽을 짜 넣은 다음 시신을 담은 관이나 토기 등의 부장품을 안치하는 안장방식이다. 6세기대의 무덤인 석곽묘가 그 위에 조성되면서 많이 파괴된 상태로 확인됐다. 

규모는 보통 길이 3~4m에 너비 0.9~1.8m 정도로 내부에서 철모(鐵矛, 쇠로 만든 창)와 철촉(鐵鏃, 쇠로 만든 화살촉) 등의 철제 무기류와 단경호(短頸壺), 양이 부호(兩耳附壺) 등의 토기류가 남아있었다.

석곽묘(石槨墓)는 무덤 구덩이에 다양한 모양의 돌을 사용해 직사각형의 덧널을 짠 무덤으로 여러 기가 군집해 있으며 3~4세기대 무덤인 목곽묘 위에 조성되어 있었다. 

또한, 내부에는 유개고배(有蓋高杯)불리우는 뚜껑이 있는 굽이 높은 접시 등과 일단의 토기류 금이나 은으로 만든 귀걸이 등의 여러 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목관묘 출토유물

특히 석곽묘 4호의 출토 유물에서 단야구(집게와 대·소망치, 모루 2개)가 발견돼 고대 가야가 자랑하는 철기의 제작기법 중 단조 가공의 제작 기법을 엿 볼 수 있다. 

단야구는 창녕 계성 고분군(경남도 기념물 제3호)과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514호)에서도 출토된 바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구성을 갖춰 출토된 예는 창녕발굴이 처음이다.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유물은 ‘역 L’자형 모루인데 출토 사실이 드문데다 일본 나라현에서 확인된 것과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 전문가들은 면밀한 비교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번 단야구 세트의 출토는 당시 최고의 철기기술을 가진 고대가야의 매우 섬세한 단조기술을 입증하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창녕지역에서는 예전 대지면 석리 일원에서 수습된 두형토기(豆形土器)를 통해 비화가야 이전의 삼국유사에서 언급한 불사국에 대한 가능성만 제기되었을 뿐 입증해줄 자료가 빈약했었다. 하지만 이번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목곽묘로 창녕이 진한 12국의 하나인 불사국에서 비화가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밝힐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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