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해외부동산·자원투자 1777억 적자…김용환 회장 채용청탁 게시글 미묘 기류

농협중앙회 로고.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농협중앙회가 해외부동산 투자를 재개했다. 2008년 국내외 펀드 투자실패로 1777억 원의 적자를 낸 이후 10년만의 결정이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조사역으로 파견된 5급 2년차인 김 모씨가 화제가 되고 있다. 김용환 회장에게 "아빠가 농협금융지주에게 연락하셨을까"하는 내용의 게시글 때문이다. 

8년 전 거덜 난 농협상호금융, 또 해외부동산 투자

2008년 해외 부동산 투자에 첫 발을 내디뎌 사상 초유의 농협 상호금융 적자라는 어처구니없는 손실을 자초했던 농협중앙회가 2016년 8월부터 또 다시 해외 부동산에 투자를 재개해 보는 이들을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2008년 9월 240억 원을 투자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 오피스를 정상적으로 관리해 해온 데 힘입어 2016년 8월부터 호주 2곳, 미국 4곳 등 8건 총 2207억 원에 걸쳐 해외 부동산 투자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원거리 투자이어서 위험이 크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해외 부동산 펀드의 대부분은 투자위험등급이 1·2등급에 해당할 만큼 위험성이 크다.

입사 2년차 홍콩 조사역 파견…김용환 회장 언급 게시글 파문

NH농협금융지주는 2016년 말 입사 2년차인 김 모씨를 홍콩 조사역으로 파견했다. 이 회사는 현지 투자금융과 수요조사 등을 위해 홍콩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 조사역을 파견하고 있다. 홍콩 등 파견 조사역들은 지점이나 사무실이 아닌 오피스텔 형식의 근무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홍콩조사역으로 파견된 김 모씨는 인터넷 게시글로 관심이 집중된 인물이다. 지난 4월경 인터넷에는 아이디 'iK****'가 작성한 글이 올라왔다. '졸업 후 2015년 12월 농협은행에 입사했다'로 시작한 이 게시글은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는 고민하시더니 옛날 같이 근무했던 농협금융지주 회장에게 연락하셨을까. 딱 1년 영업점 근무 후 홍콩으로 발령나, 지금은 홍콩의 야경을 보면 글로벌 금융인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게시글은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감사원으로부터 금융감독원 특혜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 한겨레21 기사가 실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용환 회장은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 "금감원에 채용 청탁을 한 적은 절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홍콩조사역 김 모씨와 관련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서 선발했고, 다른 3년 차 직원도 함께 파견했다"며 "특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농·축협 임원 자녀 고용세습…농협대 졸업자 '필기시험 면제, 6급 정규직 채용' 혜택

농협중앙회의 채용 특혜 의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중 농협대학교도 포함된다. 농협대학교는 설립 당시 농협으로부터 500억 원을 지원을 받아 설립된 곳으로, 해마다 30억 원을 지원받고 있다. 해마다 97명의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데, 이중 3분의 1이상은 특별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특별전형은 농축협 임직원 자녀들은 조합장 추천서를 받을 경우, 지역인재 특별전형(가산점 제공), 농촌인재특별전형(가산점 폐지)를 통해 수능 성적 미반영의 특혜를 받고 있다.   

농협대 졸업생 대부분은 농협에 취업하고 있다. 농협은 이들을 채용하면서 필기시험이 면제되는 농협전형채용 방식으로 선발하고 있다. 2012년 이후 농협대학교 학부생 취업률 현황을 보면 취업자의 거의 100%가 농협에 취업하고 있다.

특히 농협대학출신에 대한 전형채용은 기능직, 업무직, 계약직 등 전형채용과는 다르게 승진이 가능한 '6급 정규직 채용' 특혜가 있다. 농협이 선발하고 있는 6급 정규직(일반직)에서 농협대학 출신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농협대학이 농축협 임원의 고용세습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 받은 농축협 임원자녀의 농축협 채용 상세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현재까지 농축협 임원 자녀 15명이 6급 정규직 채용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등은 일반인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농협의 채용 특혜와 관련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일반인 지원자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반인들의 농협 입사 문턱이 높아지게 된 것"이라며 "농협은 농협대학과 입시요강 개선 방안을 마련해 일반인의 농협 진입장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현권 의원은 "농협중앙회가 또 다시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해외부동산 투자에 나선 일은 좀처럼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안전한 운용에 초점을 맞춰 농협 경제사업 투자에 인색해 왔던 농협중앙회가 위험도가 높은 해외 부동산 투자를 재개한 것이 나중에 농협 상호금융에 또 다시 심각한 손실을 안기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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