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장관 첫과제 언급...공정위, '기술자료 요구→유출→유용' 기술침해 금지제도 도입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돌리던 관행이 사라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첫 과제로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거론하면서다. 이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술자료 요구→유출→유용'의 기술침해 전 과정을 빈틈없이 규율하기 위해 기술자료의 제3자 유출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홍종학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 저격수라는 평가를 받는 공통점이 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심각…최근 5년간 526건 기술유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부분 하도급 갑질을 통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이 기술유출을 경험했더라도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국회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술유출을 경험한 중소기업 수는 2012년 182개사, 2013년 155개사, 2014년 63개사, 2015년 59개사, 2016년 68개사 총 527개사로, 이들 기업에서 526건의 기술유출이 발생했다. 총 피해신고액은 3063억 6000만원에 달했다. 

최근 5년간 기술유출 현황. 자료=어기구 국회의원실

특허청 영업비밀 실태조사 결과도 충격적이다. 2017년 8월말 기준 영업비밀 유출을 경험한 중소기업은 616개 기업 중 86개 기업(14.0%)으로 기업당 평균 2회 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2016) 결과 기술유출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 금액이 건당 평균 18억 9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기술유출 범죄 처리 건수도 2014년 412건, 2015년 467건, 2016년 528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은 기술유출이 발생해도 거래관계 문제 때문에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거래관계 유지해야 하는 데다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중소기업벤처부 자료에 따르면 기술유출이 발생한 중소기업이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로 영업기밀 유출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78%,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72.3%, 소송비용 문제와 법률 지식 부재가 27.8%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의 기술분쟁 조정을 위해 2015년 1월 중소기업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를 설치했으나 현재까지 47건이 신청접수돼 42건이 종료됐다. 이중 조정이 성립된 경우는 9건에 불과했다. 중재가 종료된 42건 중 피신청인이 대기업인 경우는 24개사 57.1%에 달해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탈취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수단은 이메일․휴대용장치가 48.1%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핵심인력 빼가기를 통한 유출도 36.5%에 달했다.  

현대·한화·LG전자 등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백태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현대차와 중소 협력업체인 BJC 간 기술탈취 분쟁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재조사에 착수하면서 재점화됐다. 현대자동차는 BJC의 핵심기술을 우월적 갑의 위치를 악용해 8차례 이메일 등으로 제공받으면서도 요구한 기술자료의 사용처를 BJC에게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현대자동차가 기술탈취를 통해 유사 특허를 등록하고 그 기술을 현대자동차와 유착관계에 있는 협력업체 등에 제공했다. 현대자동차는 모방기술 개발을 통해 64%의 단가를 절감하는 이익을 얻었다. 피해기업인 BJC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한 이후 2년째 소송 중이며, 현재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자동차의 오엔씨의 기술탈취도 논란을 빚고 있다. 자동차 생산라인에 설치돼 있는 다차종 로봇 그리퍼를 원활하게 동작 할 수 있게 윤활기술과 함께 TM스크류기술을 적용한 전동실린더를 개발한 오엔씨는 현대차가 전동실린더의 신기술에 대한 기술유출로 개발비 등 총 8억 60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현대차는 이 기술로 수백억 원이 넘는 원가절감 및 공정개선이 됐지만 오엔씨는 파산에 직면해 있다. 특히 현대차가 두 번의 기술유출 피해를 입혀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주)한화와 소송 중인 (주)에스제이 이노테크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장치. 자료=홍익표 국회의원실

(주)한화는 신재생에너지 태양전지판 제조용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장비를 개발한 (주)에스제이 이노테크의 기술을 탈취한 것을 두고 소송 중이다.  

㈜파인테크닉스는 LG전자로부터 도급받은 LG전자 G5 핸드폰 케이스 제조작업을 ㈜선우엠앤원 등에 재하도급했다. 이후 핸드폰 케이스 관련 하자가 대부분 LG전자의 설계상의 문제와, 파인테크닉스의 개발상의 문제 등으로 발생했지만 하자손해의 책임을 2차 하도급업체인 선우엠얀원에 모두 떠넘겼다. 이로 인해 선우엠앤원은 약 11억 33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고, 경영상태 악화로 부채비율이 상승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와 현대중공업은 인건비에도 미치지 않는 하도급대금 후려치기 방식으로 하청업체를 줄도산으로 내몰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재벌 저격수' 홍종학-김상조 조합, 기술탈취 정조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편취 해결을 첫 과제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이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전 한성대 교수가 수장으로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9월 기술자료의 제3자 유출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홍종학 초대 중소벤처부 장관은 지난 23일 "새로운 벤처기업이 나오고 혁신성장이 되게 하기 위해 기술탈취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며 "가장 먼저 역점적으로 성과를 내려한다"고 대기업의 기술탈취 문제를 직접 지목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당정협의를 통해 대-중소기업 간 기술유용의 폐해는 중소기업에 제한되지 않고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기술유용행위 근절대책을 마련했다. 

기술유용행위 근절대책의 기본원칙은 신고처리에서 선제적 직권조사로 법집행체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감시의 사각지대를 빈틈없이 해소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술유용사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기술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기술유용은 법위반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정액 과징금·고발 조치하고, 법집행 체계 개선 T/F를 구성해 3배 손해배상제도의 배상액을 '3배 이내'에서 3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납품 후 장기간 동안 기술유용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조사시효를 3년에서 7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와 관련해 정치권은 강력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중소기업이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불법적으로 탈취․편취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처지의 중소기업을 두 번 울리는 행위"라면서 "특히 대․중소기업 간 상생발전을 위해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보다 강력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정 의원은 "우리 중소기업의 피해를 적극 보호하고 예방하기 위해 중소기업 기술탈취와 관련해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중기부에 조사관과 시정권고, 이행명령 및 불이행시 벌칙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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