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아리 활동이 창업 아이템으로...“문화예술콘텐츠 힘으로 ‘위안부 할머니' 스토리텔링”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가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마리몬드 라운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허홍국 기자

위안부 할머니들에 11억 기부 수익 절반이상 쾌척, 학대받는 아동에도 관심
“사람의 존엄성 기반으로 신뢰를 쌓아 고객, 사회와 함께하는 기업 만들 것”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올해로 광복 72주년을 맞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일제강점기 자행한 인권유린의 만행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하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고령의 나이로 한명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최근 이기정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생존자는 이제 33명뿐이다.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지만 일본은 꿈쩍하지 않고 그대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대다수 고령임을 감안하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떠난 분과 남은 분 모두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관이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 뒤편에 문을 열었다는 것뿐이다.

이런 가운데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이 창업 아이템으로 바뀌어 회사를 차린 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꽃할머니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소셜벤처기업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가 주목받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창업 아이템과 청년의 밝은 미래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를 22일 만났다.

- 위안부 할머니를 만난 지 7년, 창업 후 도움의 손길을 내민 지 5년. 역사적 사건을 대면하고 그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소셜벤처기업 창업이라는 인생의 진로로 방향을 튼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

“고려대 재학 중 인액터스 동아리 활동에 몰입했고, 졸업 전 덜 후회하는 창업을 선택했다.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콘텐츠로 창업에 이르렀고, 창업 후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했다. 동아리 활동으로 인연을 맺은 후 팬심으로 위안부 할머니를 봬왔고, 창업 후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배우는 것이 많고 성숙해졌다.”

- 최근 위안부 이기정 할머니가 향년 92세로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고인과 관련해 전해들은 이야기가 있다면.

“직접 뵙지 못했지만 자주 뵙던 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와 간사들을 통해 고(故) 이기정 할머니의 얘기를 들었다. 충남 당진이 고향인데 당진시와 시민들이 평화비를 세우는 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또 장례식 때 중ㆍ고등학생 신분의 평화나비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할머니가 외롭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추모관이 설립됐다는 기쁜 소식도 들린다. 이 같이 후세들에게 할머니들을 기억하게 하는 사회공헌이 있다면?

“ 추모관 건립에 관련된 사회공헌 사업은 진행되는 것은 없다. 정해진 것은 없지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 현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정의기억재단이라는 NGO단체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지어진 시설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추구하는 차원에서 서울시 마포구에 소재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의 관람객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故 이순덕 할머니를 상징하는 동백꽃 문양이 마리몬드 양말에 새겨져 있다. 윤 대표는 살아생전 넉넉하고, 사랑스런 미소를 머금었던 고인을 동백꽃으로 담아냈고, 헌정했다. 사진=허홍국 기자

-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담아내는 ‘꽃할머니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할머니 개개인마다 사연과 관련된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 고(故) 이순덕 할머니에게 동백꽃을 소개하고 헌정했다. 올해 4월 4일 돌아가셨는데 동백꽃 할머니라는 닉네임으로 부고 소식이 알려졌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우리 사회에 알려져 사람들이 알아주는 구나하고 생각했다.

이순덕 할머니는 일본 법정에서 10년 넘게 소송을 이끌며 승소했고, 사람들에겐 넉넉함과 미소가 사랑스럽다는 평을 들었다. 누구든 사랑스러운 미소로 마음을 녹아내렸다고 한다. 할머니를 보고 나서 동백꽃이 겨울에 뚝심 있게 피워 이 꽃이 연상됐다. 동백꽃 꽃말에는 나는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할머니를 뵈었을 때 ‘동백꽃 같은 삶을 살아 오셨구나’라고 느꼈고, 동시에 보람도 컸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위안부 피해 자체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이 제일 아쉽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광복 후 고국에 돌아와서도 밝히기 어려웠다. 그나마 지금은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성숙한 사회 분위기에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마리몬드 사업 초기에는 제품을 팔아 단순하게 기부한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할머니들을 어떻게 존경하고 바라봐야하는지를 고객들로부터 배운다. 또 사회 주요 관심사에 관심을 갖고, 돕는 문화가 형성됐고, 국민들한테 성숙된 시각이 느껴지고 마리몬드 운영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다.”

- 위안부 할머니 생존자는 33명 남아 있다. 올해 8월 안점순 할머니를 대상으로 한 용담꽃 패턴그래프 선보였듯 생존하신 분들 개개인 또는 전체를 위한 작품을 보일 계획이 있는가.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당위성보다 고객들의 감성과 감정을 소프트하게 전달하려고 있다.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고 문화예술콘텐츠가 큰 힘을 발휘한다고 판단하고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마리몬드가 제품 제작과 디자인, 판매에 집중했다면 내년부터는 관련 아티스트를 지원해 그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널리 전파하게 하려고 한다. 아티스트 실질적인 지원은 내년 3월부터 가능하며, 오는 1월말에는 커다란 문화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 국내외 여건상 일반기업과 같이 사회적 기업으로서 경영이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 2012년 10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1억 원 이상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기부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 기부한다는 것이 창립자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경영 철학을 같게 된 동기는 무엇이고, 앞으로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기부하는 것은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NGO단체의 다양한 사업에 자본이 필요한 측면이 크다. 사업 초기 적어도 절반 정도는 기부해야 한다는 것에 뜻을 모았고, 그 비율을 지켜내려고 한다. 영업이익 규모가 커져 일부 조정이 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관련된 NGO와 위안부 할머니, 동반자인 고객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을 것이다.

경영 철학은 인권이다. 다시 말해 사람의 존엄성. 비즈니스 지속 가능성을 봤을 때 기부를 꾸준히 하면서도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이 동반자인 고객들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본다.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고객, 사회와 함께 가는 기업이다.”

- 첫 번째 동반자인 위안부 할머니에 이어 두 번째 동반자인 학대피해 아동을 선정, 관련 캠페인을 시작해 본격적인 패턴과 작품을 선보일 예정에 있다. 어떤 점에 강한 포인트 즉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며,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제품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 핵심은 아동도 인권의 주체라는 점이다. 일상생활에서 보는 심각한 방임이나 학대를 일반대중이 이 같은 상황을 방관하지 말고, 함께 신고 해주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중은 잠재적 학대 피해자이자 가해자 일 수 있다. 어떻게 부모가 돼야 하고, 아이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대피해 기부금 조성이 되면 부모로서 고충을 털어놓는 여러 기관을 모아 허브의 역할을 해내는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목표는 다함께 사는 공동체이다."

- 학대피해 아동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무엇인가. 앞으로 지원할 단체가 있다면 알려 달라.

“현재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소재한 영이 어린이집에 한 달 150만씩 2년간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이 곳에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2주에 한 번씩 부모를 만나는 원아도 있다. 지원 단체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정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꽃할머니 11번째 프로젝트 주인공인 안점순 할머니를 담은 용담꽃 무늬의 의류가 마리몬드 라운지에서 내걸려 있다. 사진=허홍국 기자

- 보람된 일과 힘든 점은 무엇인가.

“위안부 할머니와 그 가족, 관계자들과 고객들이 고마워하고 든든해 할 때 기쁘고 동기부여가 된다. 또 팀원이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점도 긍정적이다. 반대로 가치 있는 일을 할 때 이견으로 중재할 때 어려움이 있다. 또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 슬픔을 느끼지만 초심을 다진다.”

윤 대표는 함께 행복하는 공영을 꿈꾼다. 두 달 전 결혼해 인류애와 더불어 가족과 함께 행복하고, 더불어 함께 행복한 세상 말이다. 그는 이 같은 일을 함께 하는 동년배의 지인 사이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동반적인 관계로 오늘도 동행중이다. 여성 기독운동에 도움을 받고 활동했던 친할머니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아 선행이 체내화됐다.

그가 창업한 마리몬드 역시 사람 냄새나는 회사다. 마리몬드는 동반자의 이야기를 담은 패턴을 통해 디자인 제품을 출시하고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으로 동반자의 이야기를 알리는 중이다. 제품 판매를 통한 영업이익의 50%이상은 동반자를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에 기부되고 있다. 여타 기업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기업은 아니지만 그런 역할을 소리 없이 해내는 중이다.

그 첫 번째 동반자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다. 피해자만으로 비춰지는 할머니의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예술 작품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예술가, 자신의 상처를 넘어 다음 세대를 위해 평화를 외치는 인권운동가인 할머니의 모습을 재조명해 플라워 패턴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 다음 동반자로는 ‘다음 세대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는 할머니들의 뜻을 이어 받아 ‘학대피해아동’을 선정했다. 두 번째 동반자는 내년부터 패턴과 제품으로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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