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내 맘에 드는 것과 들지 않는 것, 즉 호불호를 분명히 가리며 살아간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이 존재하니 필자와 같은 유형의 사람도 있긴 할 텐데 필자는 유독 그 성격이 도드라져 물 흐르듯 하면 좋을 대인 관계를 거의 갖지 못한 채 살아간다. 친구도, 모임도 없으니 연말연시라도 날 찾는 전화 한 통 없다. 술 마시고 왁자지껄 떠들거나, 혹은 노래방에서 노는 일은 내 일상에서 찾기 불가능한 것들이다.

낚시나 골프, 등산 등도 개인적으로 불허 품목의 목록에 올려놓고 산다. 하기 싫더라도 한 번쯤 경험 삼아 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아내의 의견은 그저 귓전으로 흐를 뿐이다. 권유를 받음과 동시에 손사래를 치니 상대는 얼마나 머쓱하겠는가? 이런 고집 불통의 필자가 절대 갖지 못할 취미 중 또 하나는 개를 집안에서 키우는 일이다.

멍멍이를 집안에 들이고 똥, 오줌을 치우며 공들여 키운다는 건데 필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런 필자가 밖에서 거칠게 키우는 시골 똥개도 아니고 집안에서 키우는 실내견을 입양코자 했으니 아내로서는 천지개벽할 일이었을 거다. 물론 필자의 결정 뒤에는 상당한 고민과 나름의 셈이 있었는데, 쌍둥이 녀석 중 한 놈의 스마트 폰 중독을 해결해 보고자 했던 것이 그 이유다.

일상과 유리된 채 손바닥만 한 기기에 갇혀있는 자녀를 바라보는 일은 정말 끔찍하다. 어린 자녀가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내 삶의 과제로 등극(?)할 줄 어떻게 알았겠나? 어떠한 방법도 IT 폐해의 두터운 벽을 허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혈질인 필자는 망치로 그것을 내려치는 꿈을 꾸기도 했으며 돌아가신 어머니께 심적으로 하소연을 해보기도 했다.

결국, 강아지를 식구로 맞기로 한 아내와 나는 인터넷을 뒤져 개 파는 곳을 찾아냈다. 일산에 위치한 애견 샆 주인은 어린이들의 정서 함양을 돕고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강아지가 최고임을 침을 튀겨가며 추천했다. 얼굴이 작고 예쁜 강아지는 선호가 많아 상대적으로 비싸다 한다. 필자는 과감하게 60만 원을 카드로 긁고 생후 2개월 된 마티즈를 입양하여 애견인의 반열에 합류했다.

어른 주먹 두 개 크기의 작은 강아지였는데 키우는 방법이 복잡한 전자 제품의 매뉴얼을 방불케 했다. 1, 2차 사료 불림부터 유산균이나 비타민 주는 법, 주기적인 예방 접종 및 대, 소변 가리는 훈련법까지 1시간 넘게 애견 초보자들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다. 개 한 마리 키우는데 뭔 난리들을 떠나 하는 떨떠름한 표정의 필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애견샆 주인의 교육은 끝이 없다. 발톱 깎기 및 귀 청소하는 법, 주기적으로 항문낭 짜주기 및 중성화 수술 등. 주인이 던져주는 밥을 알아서 먹고 한겨울에도 웅크리고 잠을 자는 시골 개와는 차원이 다른 사육 방식이다.

어쨌거나 교육 및 계산을 마치고 강아지가 담긴 작은 상자를 들고 나오며 드디어 강아지와 우리 네 식구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실내견을 키우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아들 녀석은 강아지에게 깡지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우리 안에 갇힌 깡지는 부단히 밖으로 나오려고 애를 쓰는데 가끔 두 발로 서서 우리를 쳐다보거나 꺼내달라는 듯 한 손을 흔들기도 했다.

깡지는 자기 집 울타리 사이로 털이 수북한 작은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깡지를 품에 안고 1cc 주사기로 요구르트를 먹이는데 봄에 돋는 새싹 같은 작은 혀로 날름날름 핧아 먹는다.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인간의 아기를 키우는 것에 버금가거나 또는 그 이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접종을 위해 강아지 가방을 메고 묵묵히 걷고 있는 내게 아내는 “고집불통 신랑 많이 변했네”라며 키득거렸다. 아들 녀석은 깡지에게 애정을 갖는 듯했고 깡지도 그새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아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작은 강아지로 해결할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세상일이 모두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민주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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