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주도 IPTV 유료방송 가입자수 추월 눈앞, 생존 위협
출혈 경쟁 ‘제 살 깍아먹기’ 우려 속 OTT 시장 주도권 잡기

CJ헬로는 지난 9월 '넥스트 제너레이션 TV' 전략을 공식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변동식 CJ헬로 대표. 사진=CJ헬로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CJ헬로와 KT스카이라이프, 딜라이브 등 유료방송업계가 OTT(Over The Top,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IPTV 업계와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19일 중국 샤오미의 셋톱박스 ‘미박스’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OTT 셋톱박스 ‘텔레비(TeleBee)’를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OTT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선택 채널별 과금 방식’을 도입해 차별화에 나섰다. 이는 최소한의 기본채널 묶음에 원하는 채널을 채널당 550원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기존 유료방송 서비스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OTT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사업자는 딜라이브다. 지난해 7월 출시한 ‘딜라이브 플러스’ OTT 셋톱박스는 현재 누적판매 10만대 이상 팔렸다. 또한 스마트폰을 통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딜라이브i’ 앱을 선보이고 OTT에 홈쇼핑 앱을 추가했으며, 어린이 전용 콘텐츠도 강화하는 등 경쟁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케이블TV사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CJ헬로 역시 오는 11월 OTT 셋톱박스인 ‘뷰잉’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4일 1000대 한정 예약판매를 실시한 결과 6분 만에 매진되는 깜짝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뷰잉은 푹과 넷플릭스, 티빙, 유튜브 등을 지원한다.

딜라이브가 출시한 OTT 서비스. 사진=딜라이브

IPTV 급성장 따른 생존 전략

관련 업계에서는 유료방송업계가 선보이는 OTT 서비스가 단순 서비스 차원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주도하는 IPTV가 매우 빠른 속도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 IPTV 가입자 수도 올해 안에 유료방송 가입자 수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 특히 이들 IPTV 사업자들은 OTT 서비스를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IPTV 가입자 수는 1289만명으로 유선방송 가입자 수(1387만명)를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873만명이었던 가입자가 크게 증가한 결과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가입자 수가 74만명이나 증가해 15만명에 그친 유료방송 가입자 수를 크게 넘어섰다.

시장점유율 역시 유료방송업계의 경우 2015년 말 60.55%에서 지난해 말에는 57.48%로 3.07%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KT스카이라이프를 제외한 종합유선방송 점유율이 같은 기간 49.52%에서 46.80%로 2.72%포인트 하락해 CJ헬로 등 유선방송 업계의 가입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IPTV의 경우 39.45%에서 42.52%로 크게 올랐다.

이 같은 시장 변화 속에서 유료방송업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과 생존을 위해 OTT 서비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가 텔레비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위성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KT스카이라이프 OTT 서비스 '텔레비'. 사진=KT스카이라이프

점점 커지는 OTT 시장, 규제도 없어

이와 더불어 OTT 서비스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도 유료방송업계가 잇따라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배경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OTT 시장규모는 4884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5년 3178억원보다 53% 증가한 규모다. 또한 한 시장조사 전문 업체는 2020년 국내 OTT 시장 규모를 78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OTT 서비스가 방송법 규제를 받지 않은 것도 시장 진출을 가속화시키는 이유로 보고 있다. OTT 서비스는 전기통신사업법의 부가통신서비스로 규정되기 때문. 이에 권역 및 역무 규제, 가입자 합산 규제 등 유료방송업계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방송법이 적용되지 않기에 시장 진출이 훨씬 수월하다.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방송법에 의해 특수관계자인 KT와 합산한 가입자 수가 전체 가입자 수 대비 상한선(33.33%)을 초과할 수 없지만, OTT 서비스는 상관없이 확장할 수 있다. 권역 규제를 받는 딜라이브 역시 OTT 셋톱박스만 있으면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딜라이브 방송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업체간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 살 깍아먹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지상파 방송과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콘텐츠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고 서비스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 특히 저렴한 OTT 서비스 요금이 결국 유료방송의 요금 저가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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