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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재의 경영칼럼] "출구(EXIT)가 보이지 않는데도 투자하라고요??"
  • 강명재
  • 승인 2017.10.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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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

주변에서 중소벤처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을 한 번 만나보라.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돈이 없어서 죽을 지경이다"고 하소연이다.

은행들은 여전히 보증과 담보를 요구하고 있고 시중에 있는 자금들은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한지 오래다.

역대 정부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창조경제혁신센터, 모태펀드, 성장사다리펀드, KSM, K-OTC, 코넥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플랫폼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시중에 있는 자금들은 여전히 중소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외면한다.

예견된 실패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은 돈의 생리를 정확히 꿰뚫지 못했다.

돈은 자기를 불려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나 기업을 기가막히게도 잘 찾아간다. 굳이 정부가 각종 유인책을 쓰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오히려 다른 쪽에  있다. 불려진 돈이 처음 왔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출구를 만들어 줘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은 투자한 사람이나 기업이 돈을 벌어 가지고 나가는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인색하다. 오히려 각종 규제를 만들어 투자금의 엑시트(EXIT)를 어렵게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입구전략'만 있지 '출구전략'이 안 보인다. 유인책이 아무리 좋아도 '돈의 귀소'가 불안하면 결국 돈은 외면한다. 출구전략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했을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기업공개(IPO)가 거의 유일하다. 즉 상장이 되어야만 환금성이 생기는 것이다(EXIT가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소벤처기업들이 IPO까지 간다는 게 하늘의 별따기만큼 쉽지 않다는 거다.

그렇다면 미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의 약 80% 이상이 회수(EXIT)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털은 M&A를 통해서 자금을 회수하는 비율이 불과 2.1% 밖에 되지 않는다(2014년 기준, 자본시장 연구원 발표).

미국의 중소벤처기업들이 우리 나라 중소벤처기업들보다 역량이 우수해서 그런걸까?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미국에선 기업인수합병(M&A)이 투자금의 출구(EXIT)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중소벤처기업들이 나스닥 시장에 상장되기 전까지 약 10여 차례 이상의 손바뀜이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엑시트를 하게 된다. 우리 정부가 꼭 벤치마킹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 최초로 아이디어를 내고 기술을 개발하게 되면 이것을 제2, 제3의 자본가나 능력있는 기업이 인수를 한다. 그리고 인수된 기업은 새로운 주인의 강점을 받아들이면서  진화를 거듭하게 된다.

이러한 M&A과정을 반복하면서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되고, 투자자들은 비교적 빠른 시간에 투자금을 엑시트하게 된다. 이렇게 회수된 자금은 다시 새로운 창업이나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선순환이 이루어지는거다.

눈여겨 볼만한 사례가 하나 있다. IMF 직후 정부는 부실기업들을 회생시키기 위해 정부 주도하에 공적자금을 조성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의 벌처펀드를 벤치마킹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CRC) 제도를 도입했다. 시중의 자금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에 흘러갈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 거였다. 결론적으로 대성공이었다.

하나의 정책이 성공하는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출구전략'을 손꼽고 싶다. 부실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이 돈을 벌게 해준 거였다. 그 결과 수 많은 기업들이 회생의 계기를 맞게 되었다.

비상장법인 주식에 투자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나타날수록 우리 중소벤처기업의 투자 생태계도 밝아지기 마련이다. 과거 2000년도 전후가 바로 그랬다. 당시엔 소위 벤처붐과 코스닥붐이 엄청났다. 시중의 자금은 은행이 아닌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으로 몰려들었다. 그 때 태어난 기업들이 바로 네이버나 다음 같은 기업들이다.

정부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클린 코스닥’이란 명분(잠재적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어 있던 수 많은 중소벤처기업들을 상장 폐지시켰다.

임의적으로 많은 기준들을 정해 놓고(매출액 기준, 영업손실 기준, 자본잠식 기준, 주가 및 시가총액 기준,  거래량 기준 등등) 만약에  중소벤처기업들이 그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여지없이 상장폐지시켰다. 소위 '서든 데스(Sudden Death-갑작스러운 죽음)' 라는 거였다. 한 예로 중소벤처기업의 매출액이 30억원이면 상장이 유지되고 29억9천만원이면 상장폐지가 된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제도란 말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의 속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국내 최고의 대기업에서 대표이사를 지낸 그 분의 눈에는 매출액이 수십억 원 밖에 안되는 기업, 영업손실이 나는 기업, 자기자본을 까먹고 있는 기업, 그러한  중소벤처기업들이 정상적인 기업으로 보일리가 없었다.

열악한 자금사정과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들이다. 그래서 벤처(모험)기업이라고 하지 않는가.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다. 매출은 없고 영업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그러다보니 자기자본을 까먹기가 다반수다. 투자자들 역시 회사가 다시 좋아질때까지 관망하게 되므로 주가는 하락하고 거래량은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고 기업이 당장에 망하는 것이 아닌데도 정부가  나서서 숨통을 끊어 놓는 것이다.

병들거나 아팠던 사람들이 건강을 회복해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은 전혀 이상스런 일이 아니다. 이런 패턴은 중소벤처기업들에게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우리가 기업을 일컫어  '법적으로 만들어진 사람'(법인)이라고 일컫는 것도  사람의 특징인 끈질긴 생명력이 기업에게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임의적으로 기준을 정해놓고서 중소벤처기업이 그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업의 생명줄을 끊어 놓았다. 그 결과 역량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것을 점차 꺼리게 되었고 시중의 자금들도 상장폐지 리스크가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게 되었다.

중소벤처기업을 살리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날로 깊어가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튼실해지기 위해선  시중의 자금들이 중소벤처기업으로 몰려 들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돈이 몰릴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 시스템이란게 온통 '입구전략' 뿐이었다. 핵심은 '출구전략'인데도 말이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풀고 다양한 출구(EXIT)를 만들어 줘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이 살아야만 대한민국이 산다.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이 몰려야만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 달력이 만들어진 이후로 가장 길다는 추석연휴가 지나갔다. 보름달을 떠올리면서 허리가 튼튼한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강명재  kangmyeongja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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