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로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재집권을 노리는 한나라당은 물론 정권교체를 벼르는 민주당 모두 새 원내사령탑이 차기 집권기반을 다지는 중책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특히 내부적으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당내 역학구도와 맞물려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계파 간 대리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각 후보군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이미 당내에선 유력 후보와 출마를 굳힌 여야 후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 이들 후보 중 발 빠른 의원은 당내 의원들과 맨투맨 접촉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과 이를 둘러싼 여야의 당내 갈등을 조명했다.


민주당 호남 대 수도권, 손학규계 대 정세균계 ‘4파전’ 압축

한나라 계파전 뚜렷, 친박 후보의 등장이 변수로 작용될 전망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3선의 강봉균ㆍ김부겸ㆍ김진표 의원과 재선 유선호 의원의 ‘4파전’이 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호남(강봉균ㆍ유선호) 대 수도권(김부겸ㆍ김진표)의 대결로 분류되고 있어 당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이전과 오는 4ㆍ27 재보선에서 전남 순천지역 ‘무공천’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당 지도부에 호남권 의원들의 집단 반발이 일고 있는 만큼 당내 내홍이 심각한 것. 이에 따른 여파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호남과 비호남에 대한 표심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게다가 계파 간 주도권 경쟁 역시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마다 ‘탈계파’를 외치고 있지만 김부겸 의원과 김진표 의원이 각각 손학규계, 정세균계로 분류되고 있다. 강 의원은 당초 정동영계로 꼽혔으나 일각에서는 정세균계로도 설명한다. 반면 유 의원은 계파별 분류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차기 당권에 가장 근접한 박지원 원내대표와 연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계파색, 지역색 따라 호불호


전북 군산 출신인 강봉균 의원은 김영삼 정부 때 경제기획원 차관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내고 김대중 정부 때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대표적인 ‘정책통’이다. 때문에 강 의원은 “정권을 잡으려면 정책 대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경선에 도전하는 강 의원의 마음가짐 또한 여느 때와 남다르다. 지난해 5월 경선에서 박 원내대표와 함께 결선에 올랐으나 18표 차이로 석패했던 만큼 이번에는 중도층 흡수의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워 다시 한 번 뒷심을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경기 수원 출신인 김진표 의원 역시 정책통으로 불린다. 재정경제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으로 재경부 세제실장ㆍ차관을 역임했고, 지난 노무현 정부에선 교육ㆍ경제부총리로 국정을 이끌었다. 따라서 김 의원은 차기 총선ㆍ대선을 정책대결로 이끌 적임자라는 점을 각인시킬 예정이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부겸 의원은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인물이지만, 여전히 당내에선 배타적인 시선이 많다. 아직까지 한나라당 색깔을 확실하게 빼지 못했고, 지나치게 타협적이라는 지적이다. 덕분에 김 의원은 이번에 도전하면 원내대표 경선 ‘3수’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 도전 역시 쉽지 않다. 손학규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만큼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김 의원은 지난해 10ㆍ3 전당대회에서 손 대표의 선거캠프의 좌장역할을 맡았던 만큼 당직 인선과 관련해 사무총장직 ‘0순위’로 꼽혀왔다. 그러나 손 대표는 돌연 호남 출신의 이낙연 의원을 임명했다. 때문에 당시 김 의원의 섭섭함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출신이란 꼬리표를 떼 달라”는 호소로 동정론을 키워가고 있는 김 의원은 외연확대를 통한 전국정당화와 야권 연합정치를 내걸며 설욕을 벼르고 있다.

전남 영암에서 태어난 유선호 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유연한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거쳐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아직까지 유 의원은 공식적으로 출마에 대한 의사 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는 원혜영 의원도 후보 물망에 올랐으나 출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대선을 앞두고 사퇴할 경우 경기도지사에 도전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데 당내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꼽히던 이석현 의원은 “4선이라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은데 경선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이 형성되면서 민주당 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마땅한 후보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원내사령탑을 둘러싸고 친이-친박 간 계파전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지난 18대 총선 과정에서 ‘공천학살’ 악몽의 기억을 갖고 있는 친박계로선 정면승부가 아니더라도 최대한 우호적인 인사를 밀어야 한다는 생각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내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할 때 중립의 황우여 4선 의원과 이주영 3선 의원이 높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황 의원의 경우 계파에 관계없이 친이-친박계 인사들과 교분이 깊고,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결선까지 갔다. 현재 황 의원은 친박진영과 더욱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고, 당내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에 속해있다.

하지만 친이계의 단일 후보 출마와 친박계 후보의 등장이 가시화되면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친이계에선 3선의 안경률ㆍ이병석 의원이 출마를 타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친박계에선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4선의 이경재 의원과 3선의 이한구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안 의원과 이 의원은 각각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와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을 대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PK(부산ㆍ경남)와 TK(대구ㆍ경북)에 기반을 둔 친이계 중진이라는 점에서 내부 경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부산을 지역구로 둔 안 의원은 ‘함께 내일로’를 중심으로 여권 내 개헌 동력을 끌어올렸다. 이를 기반으로 안 의원은 이명박 정권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역할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이 의원은 ‘TK 소외론’을 호소하면서도 이명박 정권 창업공신이란 이미지를 앞세우며 정권 재창출을 기치로 내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당 화합 차원에서 막판에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박지원ㆍ김무성 ‘당 대표’ 도전


한편, 5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민주당의 박 원내대표와 한나라당의 김무성 원내대표는 당권 도전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박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과 대선 이후 청와대 비서진 구성까지 염두에 둘 만큼 오는 1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손 대표의 후임을 노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원내대표 역시 차기 당 대표에 대한 의지가 높다. 친박계 좌장에서 벗어나 지난해 연말 예산안 강행처리와 개헌논의 총대를 메는 등 친이계로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당에서는 안상수 대표의 임기가 내년 7월까지지만 오는 4ㆍ27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조기전대 개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어 재보선을 전후로 김 원내대표의 보폭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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