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데자뷰...대선 패배 뒤 당권 장악 후 대통령 당선
국민의당 두 동강 위기...호남 선택에 정치운명 달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혁신비전 간담회를 하고 있다.

文, 2012년 대선 패배 뒤 당권 장악 후 대통령 당선 로드맵 데자뷔
국민의당 두 동강 위기, 당내 비토 속 호남 선택에 정치운명 달려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8.27 당권 도전에 나섰다. 당내 동교동계 원로들과 30여명에 달하는 의원들 중 상당수가 부정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당이 두 동강 날 수 있단 우려도 팽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가 조기 등판에 나선 배경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안팎의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서 죽는 것 보다 전면에 나서 당권 장악을 통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후 당권 도전에 성공한 뒤 대선 재수까지 성공한 로드맵을 벤치마킹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문 대통령이 대선 패배 후 근 2년의 시간이 지난 뒤 “계파 갈등을 없애고 당을 강하게 만들겠다며” 당권에 도전한 점은 차이점이다.
 
안 전 대표는 출마 명분으로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며 "그것이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세워주신 국민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당 대선후보를 지낸 인사들이 선거 패배 후 자숙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응집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파격적 행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4대 대선에서 낙선 후 영국으로 떠난 뒤 근 3년의 시간을 현실정치와 거리를 뒀다. 제왕적 총재로 불리며 대선 때마다 대세론의 한복판에 서 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15대 대선 패배 후 8개월가량 두문불출 행보를 했다.
안 전 대표의 조기 등판 배경에 대해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자신이 안 나오면 누군가가 대표가 되더라도 민주당으로 흡수통합될 것이란 우려가 상당히 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 최고위원은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 입장에선 청명해 죽거나 한식에 죽거나 내가 안 나와도 죽는 건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당이 민주당으로 통합되면 안 전 대표는 강제 퇴출이다”며 “가장 불명예스러운 방식으로. 정계에서 퇴출되는 걸 막기 위해서 지금 굉장히 큰 정치적 승부수를 초기에 던진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하 최고위원은 국민의당의 내부 갈등이 임계점을 넘을 경우 분당으로 갈 수도 있다고 분석하며 공멸을 막을 수 있는 해법으로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추대를 제시하기도 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당 서울시당 1권역 핵심당원 연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친안 vs 비안, '구당 명분 놓고 설전

실제로 친안(親安)과 비안(非安) 양 진영간 안 전 대표의 8.27 당권 도전의 적절성을 두고 거친 설전이 오가고 있다. 안 전 대표 출마를 옹호하는 쪽은 당 위기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밖에 대안이 없다는 논리다.
문병호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의 당권 도전에 관해 "명분이 좋진 않지만 결국 당을 살리려면 답은 안철수 뿐이다"고 강조했다. 문 전 최고위원은 9일 오전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최근 당내에 흐르는 안 전 대표 출마 반대 기류를 향해 "구국차원에서 결단한 것이다. 이해해줄 것을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여의도 정치에선 명분이나 모양이 중요하지만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당원, 국민들은 당을 누가 살릴 수 있냐,  누가 당 대표가 돼야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가 중요 관전 포인트"라며 "이 관점에서 보면 안 전 대표가 적임자 아니냐고 생각하는 당원이 다수다. (출마 반대 분위기는) 대체로 여의도가 가장 심하고 평당원으로 갈수록 적다"고 부연했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도 10일 안 전 대표와 경쟁구도인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을 거론하며 "그 분들의 평소 이미지와 우리 당과 어느 정도 맞는지 그런 점 때문에 실제 (위기를) 극복하기는 너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이후) 정말 심각한 위기여서 국민의당이 소멸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안 전 대표 출마에 대해 "정상적인 정계복귀와는 다른 정말 위험한 한 수"라며 당이 절체절명이어서 출마했다는 주장을 두둔했다. 그는 "비난까지 포함해 국민과 당원의 심판을 받겠다는 거니까 여기서 제대로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정치적인 생명은 사실상 끝나는 것"이라며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당권 주자인 정동영 의원은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개혁을 주도하자' 강연에 참석 "이 답답한 현실을 바꾸라는 게 국민이 원하는 것이다. 재벌·방송·교육·정치 개혁 과제는 천지빛깔로 많다"며 "선두에 국민의당이 서는 것, 그래서 국민의당이 개혁을 주도하는 것이다. 따라가면 2중대다. 그러나 끌고가면 2중대가 아니라 개혁의 주도자가 된다. 이것이 국민의당을 살리는 길이라 믿는다"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천정배 전 대표도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대표의 출마는 후보 한 명 더 늘었다는 문제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성찰과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할 당사자가 다시 나선다는 건 위기의 당을 아예 소멸시키는 행위"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천 전 대표는 안 후보가 제시한 ‘극중주의’에 대해 “정체성과 가치가 명확치 않다”며 “ 한때는 샌더스를, 이제는 마크롱을 내세우며 좌(진보)·우(보수)로 왔다갔다 하는 것은 스스로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15년 1월 20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라북도당 대의원대회 및 당 대표·최고위원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당 대표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당권 도전 승부수 오버랩(?)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8.27 전당대회에서 나선 배경에는 다음 대선 때 다시 출마한다고 해도 당이 남아 있어야하는데 당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가 선당후사를 강조하며 당을 살리기 위해 출마하는 것이고, 자신의 정치력을 키우고 정치 세력을 두텁게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대선 로드맵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4월 부산 사상구에서 총선에 출마, 당선 된 뒤 두 달 후 18대 대선에 도전한다. 하지만 18대 대선 결과, 득표수 1,469만표, 득표율 48.02%로 아쉽게 정권교체에 실패한다.
이후 참여정부의 NLL 포기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했고 문재인은 나설 수밖에 없었다. NLL 포기 발언 논란에는 도저히 침묵할 수가 없었고 2013년 10월 10일, ‘검찰은 짜맞추기 수사의 들러리로, 죄 없는 실무자들을 소환해 괴롭히지 말고, 나를 소환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11월 6일에는 직접 검찰에 출석까지 했다.  2014년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그해 8월 19일 김영오씨와 동조단식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후 12월 29일 문재인은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다. 당을 혁신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총선은 물론이며 다음 정권교체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여의도 정치에 익숙한 대부분이 당 대표 출마를 만류했다. 당 대표 자리는 실익보다 위험이 더 많은 정치적 올가미였다. 자칫 실패하면 정치적으로 사망선고가 될 수 있었다.
내년 지방선거가 열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당의 현재 지지율은 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대선 패배 등 가장 큰 책임은 나에게 있지만, 더 큰 책임은 소멸 위기에 놓인 당을 살리는 것이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대결할 때 '정동영 대 추미애', '천정배 대 추미애', '안철수 대 추미애' 중 과연 어떤 대결 구도가 한 명이라도 더 당선시킬수 있을 지, 그 기초에서 모든 것을 생각했으면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당을 구할 묘책으로는 ▲출마자 30%를 젋은이들에게 개방하는 젊은 정당화 ▲17개 시·도당을 주축으로 한 분권 정당 ▲'디사이드 마드리드'와 같은 당원 중심 정당 ▲민생 정당 등 4가지로 제시한 상태다.
호남 민심의 향뱡도 이번 전대의 관전 포인트로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당을 통해 3당 체제를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호남 민심이 대선 패자인 ‘안철수’에게 한 번 더 힘을 실어 줄지, 호남의 전통의 강자로 불리는 천정배, 정동영 의원에게 쏠릴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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