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박근혜 인사 하성용 전 KAI 대표 비리 의혹, 군 장성으로 확산
김학송 도로공사,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 등 100여명 명단 나돌아

검찰은 지난 18일 하성용 전 KAI 대표의 비리 의혹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협력업체 5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사진=뉴시스

도로공사 이어 가스공사 사장 전격사의

올해 공기업 간부 100여명 대폭 바뀔 듯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비리 의혹 조사를 시작으로 새 정부 캐치프레이즈를 달성해 가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사회 곳곳에 퍼진 박근혜 정부 부정부패에 대한 청산 작업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하성용 전 KAI 대표 비리 의혹이 군 장성으로 확산되면서 적폐청산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친박근혜 인사로 분류되는 하 전 KAI 대표의 수사를 기점으로 공공기관을 포함한 친박근혜 CEO 물갈이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도로공사 사장을 시작으로 공공기관 핵심 위치에 있는 인사들이 하나둘씩 옷을 벗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올해 임기가 만료되거나 공석인 CEO가 98명에 달해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에 본격적인 메스를 대기 시작됐다. <편집자 주>

KAI비리 의혹이 군 장성 조사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이 수십억 규모의 상품권이 군 장성들로비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격 수사에 착수, 하성용 KAI 대표 비리가 군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검찰의 수사 방향이 전 정부 공공기관 및 정부기관에 예속된 민간기업의 CEO 솎아내기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지난 14일 경남 사천 KAI본사와 서울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8일 협력업체 5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KAI가 이들 협력업체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그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증거 확보를 위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업체 중 한 곳인 T사를 주목하고 있다. T사는 KAI 하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 모씨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다.

T사는 KAI 하 대표가 성동조선해양사장으로 재직하다가 KAI로 다시 자리를 옮긴 2013년 설립됐고, 매출액이 창립 때부터 급증한 점에 검찰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T사 매출액은 2013년 39억 원에서 2016년 92억 원으로 3년 새 235%로 증가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KAI 서울사무소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원가 조작을 통한 개발비 편취 혐의로 KAI의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 중구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 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KAI가 T사에 원가를 부풀려 납품을 받은 뒤 나중에 돌려받는 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게 아닌지 의심하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는 KAI 상품권과 관련된 수사로 이어지면서 군까지 번졌다. 하 대표가 KAI 사장으로 취임한 해부터 그 다음 해까지 수십 억 원 어치 상품권을 구매했지만 일부 상품권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

KAI가 2013~2014년 사이 52억 어치의 상품권을 구매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 사용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당시 소문에는 공군 간부들에게 나눠졌다는 얘기가 돌았다. KAI가 유일무이한 항공분야 민간 방위사업 기업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상품권을 받은 군 간부들이 가전제품 등을 사는데 상품권을 사용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확인중이다.

박근혜 정부 인사 솎아내기?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검찰 수사 방향이 전 정부 공공기관 및 정부기관에 예속된 민간기업의 CEO 솎아내기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AI 최대주주는 한국정책금융공사로 전체 주식의 27.92%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회사 2대 주주는 삼성테크윈과 현대자동차로 20.54%를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KAI 하 대표는 친(親)박근혜계 정치인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산하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지난 7일 임기를 6개월여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표면상 이유는 일신상이지만 속내를 보면 다르다.

김 사장은 경남 진해에서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새누리당 전국위원장을 거쳐 2013년 12월 임기 4년인 도로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한 위원장급 인사이기도 하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도 친박근혜계 인물이다. 정 이사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고, 함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후보 클린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친박연대 최고위원, 공천심사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도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하고 그 다음날인 21일 퇴임식을 가졌다. 이 사장 사의는 새 정부 들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수장 중 처음이다. 이 사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낸 인물이다. 임기는 내년 1월까지지만 가스공사가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D등급(미흡)을 받은 데다 전 정부 임명 인사라는 점에서 사퇴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는 앞으로 새 사장이 올 때까지 안완기 부사장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지난 7일 국토부 산하 기관장으로서 사표를 제출했다. 김 사장은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줄곧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퇴임 시기를 조율해 왔다. 사진=뉴시스

기관장 줄줄이 사표 내나

이승훈 사장 사의는 다른 기관장의 사의로 줄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토부에 이어 산자부 산하 기관장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전 정부 공공기관 수장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의반타의반 형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이 지목한 ‘적폐 공공기관장 10인’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산 대상에 불과한 지난 정부의 문고리 권력과 황교안 권한대행의 알박기로 임명된 적폐 기관장들은 여전히 독단적인 밀실 경영과 모럴해저드로 공공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적폐 공공기관장 10인의 퇴출을 촉구했다.

이날 거론된 퇴출 대상 10인은 홍순만 한국철도공사 사장, 유제복 코레일유통 대표이사,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 박희성 한국동서발전 사장,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영훈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등이다. 이 가운데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만 퇴임했고 나머지 인물은 재직 중이다.

공공기관장 중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 홍순만 한국철도공사 사장, 김선덕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은 친박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박기동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도 퇴출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박 사장은 직원 신규 채용 관련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양대노총 적폐 공공기관장 퇴출 기자회견 날 전격적으로 충북 음성에 소재한 한국가스안전공사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앞서 감사원은 내부 투서를 통해 3개월 전부터 감사를 벌이고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

대규모 인사 단행 불가피

공공기관장 인사 규모는 이에 그치지 않고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거나 공석 상태인 공공기관장이 98명에 달해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강동원 전 국회의원이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국토부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실태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24개 공공기관의 기관장을 비롯한 이사, 감사 등 임원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 기관장이 공석인 1곳(한국시설안전공단)을 제외한 23곳이 해당분야 전문성과는 무관한 대선기여 공로 혹은 관피아 인사들로 채워졌다.

당시 기관장 출신현황을 보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출마경력자 3명, 주요당직자 1명, 청와대 2명, 직무무관 인사 6명, 관피아 11명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사의 경우 상임이사가 7명, 비상임이사는 36명이 낙하산 인사였다. 산하기관장을 포함해 이사와 감사 등을 포함하면 국토부 산하기관에만 낙하산 인사들이 약 77명이나 포진해 있었다. 이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전체 239명 중 32.2%가 낙하산 인사로 채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자부 산하 41개 공공기관도 사정은 국토부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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