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은 약 20차례의 인수합병 과정을 거쳐 자산규모 5조 원, 재계서열 40위권의 중견그룹으로 거듭났다. 사진=뉴시스

“작은 눈덩이 크게 키워라” 13년간 약 20건 인수합병으로 몸집 키워

한진해운 미주노선 등 영역 초월, 50년 전통 경남기업 인수 임박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삼라마이다스(SM) 그룹이 경남기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공격적인 M&A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우방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경남기업까지 약 20차례의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면서 SM그룹은 자산규모 5조 원, 재계서열 40위권의 중견그룹으로 거듭났다.

SM그룹은 경남기업을 그룹 계열사 우방산업·우방건설산업과 합병해 사업 분야를 주택건설에서 종합건설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경남기업은 50년 전통의 종합건설사로 국내외 건축·토목·플랜트 등에서 다수의 시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SM그룹이 또 한 번의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공시키면서 그동안 행해왔던 20번의 인수합병전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4년 진덕산업(현 우방산업)을 시작으로 매년 한 건 이상의 M&A를 성공시킴으로써 ‘M&A의 정석’이라 불리고 있다.

또 SM그룹 우오현 회장은 숱한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워온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과의 인연도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사람은 젊은 시절 양계장을 같이 운영했다. 때문에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이 비교대상에 오르기도 한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SM그룹이 향후 어떠한 경영전략을 구사하며 사세를 확장해 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남기업 인수는 종합건설업 진출 시금석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의 계열인 우방건설컨소시엄이 경남기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또 한 번의 성과를 이뤄냈지만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경남기업은 경영 악화와 더불어 고 성완종 회장이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면서 지난 2015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두 차례 매각이 단행됐지만 자회사 수완에너지가 함께 매물로 나오면서 가격이 뛰었고 인수에 난항을 겪었다.

SM그룹도 당초 인수의향을 밝혔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수완에너지가 분리매각되면서 경남기업의 인수액이 조정됐는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큰 변수가 있지 않는 한 무난히 최종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M그룹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이나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올해 초 SPP조선 사천조선소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기도 했으나 채권단과 가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매각이 불발됐다. 지난 7일과 8일 각각 진행된 삼부토건과 대우조선해양건설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SM그룹이 삼부토건과 대우조선해양건설 입찰에 참여했던 건 주택건설에 치우친 건설사업 분야를 항만·댐·도로 등 토목 부분까지 확장해 종합건설사로 도약하려는 의도였다. 앞서 세 번의 인수전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경남기업의 인수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사실 경남기업 인수는 SM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컸다. 경남기업은 지난 2015년 3월 심각한 자금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며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같은 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결국 상장 폐지됐다. 설상가상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까지 투영됐다. 당시 논란이 됐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경남기업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지난해 8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국회의원 재산 공개 당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동생인 성일종 의원(자유한국당·충남 서산·태안)이 20대 국회에 새로 입성한 의원 중 최고 부자로 밝혀지면서 또 한 번 경남기업의 이름이 거론됐다. 잦은 구설수에 오르내린 기업을 인수하는 것 자체가 여러모로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SM그룹의 인수의지는 강력했다. 문재인 정부가 건설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대규모 SOC 발주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 종합건설사에게는 호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토목사업에 강점을 지닌 경남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종합건설사로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 있다.

SM그룹 관계자는 “아직 최종협상 단계에 있어 협상 타결 시기는 미정이다”라면서도 “경남기업 인수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남기업 본사. 사진=뉴시스

1988년 설립한 자본금 1억 삼라건설이 모태

SM그룹은 M&A에서 ‘스노볼링’ 전략을 사용한다. ‘작은 눈덩이를 크게 키운다’는 뜻으로 가격이 저평가되거나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저렴하게 인수해 정상화시켜 가치를 키우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으로 작은 지역 건설사에 불과하던 삼라건설을 자산 규모 5조 원의 중견 그룹으로 변모시켰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지난 1988년 자본금 1억 원으로 SM그룹의 모태가 되는 삼라건설을 세웠다. 삼라건설은 1990년대 건설호황기를 타고 성장세를 구가했다.

우 회장은 1997년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영 방침의 큰 전환기를 맞이한다. 이전에 주식투자로 큰 손해를 봤지만 주식을 사는 것보다 회사를 직접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하나의 사업에 주력하는 것을 경계하게 됐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업 분야가 넓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업 운영이 가능하다는 철학을 밝혀왔다. 하나의 사업이 오랜 기간 호황을 누린다는 보장이 없고 한 곳이 쓰러진다 해도 다른 계열사에 부담이 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름처럼 우 회장은 ‘기업은 하나의 우주이자 삼라만상과 같다’는 말을 하곤 했다.

SM그룹은 지난 2004년 진덕산업(현 우방산업)을 인수하면서 공격적 M&A의 첫 포문을 열었다. 당시 건설업을 주 사업분야로 하던 진덕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였으나 이를 357억 원에 인수해 지금의 우방산업으로 이어지게 됐다.

SM그룹의 인수합병은 13년여의 기간 동안 1년에 1건 이상 이뤄져왔다. 2006년에는 대우라이프의 자동차사업부문인 남선알미늄과 유리·건설자재 업체인 경남모직을 각각 인수했다. 주택 건설에서 시작해 화학·제조가공·해운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저렴한 매물을 매입해 건전성을 강화해 그룹에 편입시키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2007년에는 법정관리에 빠져 있던 한통엔지니어링을, 이듬해에는 화학섬유기업 티케이케미칼을 4482억 원에 사들였다. 또 2010년에는 (주)우방을 203억 원에 인수했고 극동건설을 흡수합병했다.

다양한 사업 분야로 진출하는 M&A 전략은 그룹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실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업종을 인수합병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영업이익률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 지난 2005년 영업이익률은 5.1%을 기록했다. M&A 전략을 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06년에는 마이너스 3.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8년 들어 1%대를 회복, 지난해는 10%대로 증가했다.

2013년에는 해운사업에도 진출했다. 당시 해운업계 4위 기업인 대한해운을 2150억 원에 사들였고 지난해엔 성우종합건설과 동아건설산업까지 사들였다. 삼선로직스와 한진해운 미주노선(현 SM해운)까지 인수해 세계 선복량 순위 20위권에 진입했다.

하림그룹 김흥국 회장과의 인연

우 회장의 경영전략은 최근 주식 편법 승계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경영방침과 흡사하다. 두 회사 모두 위기에 빠진 기업을 인수해 건전성을 강화한 뒤 자산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그룹의 몸집을 불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김 회장은 닭·축산 관련한 회사를 인수해 계열사간 연관성이 뚜렷한 반면 우 회장은 비교적 연관성이 없는 다각화된 회사를 인수한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우 회장과 김 회장은 젊은 시절 양계업을 하면서 동업자로 일한 적이 있다. 이후 우 회장이 건설사를 설립하면서 동업 관계가 끝이 났지만 두 사람의 깊은 인연처럼 비슷한 경영전략을 통해 굴지의 기업을 일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림그룹도 인수합병의 정석이라 불릴 정도로 공격적 M&A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림은 지난 2001년 사료 생산회사인 천하제일사료를 인수했다. 2008년에는 팜스코를 인수했고 2011년에는 미국 닭고기 업체 앨런패밀리푸드를 인수해 미국 진출을 도모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STX그룹 계열사인 팬오션을 인수해 공격적 M&A의 정점을 찍었다.

당시 자산규모 4조 원대의 하림그룹이 4조4000억 원 규모의 팬오션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인수금액 약 1조 원 중 5580억 원을 외부차입으로 조달한 만큼 무리한 것 아니냐는 말도 많았다.

하지만 하림은 같은 해 7월 팬오션을 법정관리에서 졸업시켰다. 지난해 팬오션의 매출은 1조8739억 원, 영업이익은 1679억 원으로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주가도 2년 새 250%가량 증가했다. 인수 당시 팬오션 부채비율은 200%가 넘었으나 지난해 말 69%까지 낮아졌다.

전형적인 ‘스노볼링’ M&A 전략 덕분에 하림그룹은 올해 자산 10조 원을 넘어섰으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김 회장과 우 회장은 비슷한 경영전략을 취하면서도 다른 스타일을 구사한다.

하림그룹은 핵심 사업부가 닭·축산업인 만큼 사료, 푸드 사업, 그것을 운반하는 해상화물운송 기업 등을 인수해왔다. 그룹의 주축이 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필요한 기업들을 인수해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우 회장은 하나의 중심 사업을 육성하고 그것에 의존하기보다는 여러개의 사업분야를 동시에 키워나가는 전략을 구사한다. 건설사뿐만 아니라 건전지, 알루미늄 업체, 화학섬유, 해운 등 범위에 한계를 두지 않는 인수합병 전략을 구사한다.

우 회장은 평소 “사업분야가 넓어야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한 우물만 파다 깊이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라고 말하며 그의 경영철학을 내비쳤다.

현재까지는 비슷한 경영전략으로 두 기업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각론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M&A 전략이 향후 10년, 20년 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재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SM그룹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M&A를 단행해오며 그룹 내부적으로 필요하고 사업상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 인수합병에 참여해온 게 주효했던 것 같다”며 “지난해와 올해 큰 건의 M&A를 성사시킨 만큼 당분간은 새로운 M&A를 진행하기보다는 인수한 회사들을 안정화시키고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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