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국정원까지 번졌지만 아직도 미궁 속


 

신문게재일자: 2005. 10. 31

검찰이 삼성 일가의 변칙증여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이건희 회장의 3남매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수년전 제기됐던 이재용 상무의 ‘해외 비자금 은닉 의혹’이 또다시 부각되고 있어 주목된다. 당시 미국 현지 한인 언론에 의해 제기됐던 이 사건은 검찰과 국정원으로까지 번졌었지만 현재까지도 의혹이 풀리지 않은 채 미궁 속의 사건으로 남아 있다. 현재 검찰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상무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발행을 직·간접적으로 지시했거나 공모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집중 수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주 한인 신문인 ‘선데이저널’이 지난 2003년 11월부터 수차례 제기한 이재용 상무의 수백억대 해외 비자금 은닉 의혹이 검찰의 삼성 일가 계좌추적에 맞춰 재부각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도 현재 이번 삼성 일가의 변칙증여 관련 수사를 해외 비밀계좌 추적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 11월 6일 미국 한인 주간지인 ‘선데이저널’은 ‘삼성 황태자 이재용 상무의 수백억원대 해외비자금…드디어 덜미 잡히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재용 상무가 미국 유학시절 스위스UBS은행 본점에 수천만 달러의 비자금을 은닉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선데이저널은 이재용 상무가 미국 유학시절인 지난 95년 약 10억2,000만엔을 일본 증권가에 투자했던 흔적을 찾아내고 이를 집중 추적하는 과정에서 관련 근거 서류들을 입수, 6차례에 걸쳐 기획기사를 연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재용 상무는 지난 95년 7월부터 8월까지 스위스 소재 UBS은행에 은닉한 거액의 비자금 중 약 10억2,000만엔을 인출해 이것을 중간책 위모(여)씨를 통해 국내 유명 교회 목사의 장남인 조모씨에게 건네 일본 증권가에 투자를 했다.
이 신문은 중간책 위씨가 이재용 상무의 투자자금인 약 10억엔의 돈을 동경소재 UBS지점에서 현금으로 인출해 조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재용 상무의 해외 비자금 은닉 의혹과 관련, 이 상무가 비자금을 일본 증권가에 투자한 정황을 설명해주는 이 상무의 ‘송금통지서’와 ‘약속어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약속어음은 95년 10월 이 상무가 스위스 UBS본점에서 UBS 동경지점으로 약 10억엔을 보내고, 이것을 중간책 위씨가 전액 현금으로 인출해 조씨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으로 ‘2401 펜실베니아 에비뉴 #807 위싱턴에 거주하는 이재용에게 혹은 그의 첫 번재 지정하는 사람에게 원금을 갚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이 상무가 스위스 UBS본점에 거액을 은닉하고 이것을 이용해 일본 정착을 시도하려던 조씨에게 투자했다는 것.
선데이저널은 당시 보도를 통해 “당시 20대 중반에 불과했던 이재용 상무가 해외 비밀계좌를 갖고 있었고 이 계좌에 들어있던 거액의 자금 중 일부를 친분이 있던 조씨와의 신탁비밀 장부거래를 통해 송금한 사실을 집중 추적해 알아냈다”며 “이 상무가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로 알려진 조씨에게 거액을 맡겼지만 전액 손실에 가까운 엄청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2003년 11월 이 상무의 해외 비밀계좌가 스위스 UBS은행 이외에 홍콩의 영국계 메이저 은행인 스탠다드챠터드 은행에도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 증권가의 풍운아로 불리던 박모씨가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스탠다드챠터드 동경지점을 통해 이 상무의 계좌가 있는 홍콩지점으로 전달한 내용을 담은 송금의뢰서를 입수했다.
이 송금의뢰서에서 이 상무가 받은 수십만 달러의 자금은 박씨가 운영하던 F투자회사의 비서실 간부와 임원들이 분산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총 4장의 송금의뢰서는 지난 96년 8월 1일 같은 날짜로 480만엔, 470만엔, 230만엔, 320만엔 등 총 1,500만엔을 송금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1인당 500만엔 이상을 특별한 사유 없이 해외로 송금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분산 송금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국정원까지 번졌지만 아직도 미궁 속

이처럼 선데이저널측이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이재용 상무의 해외 비자금 은닉 의혹과 관련, 여러 가지 근거 자료를 공개했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한 차례도 공식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한 관계자는 “당시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였지만 공식 수사에는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삼성 일가의 계좌추적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상무의 해외 비밀계좌까지 확대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이재용 상무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이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지만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를 추진하기 보다는 이번 에버랜드 변칙증여 사건과 관련, 삼성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 왜 보도 안하나

선데이저널이 보도한 이 상무의 해외 비자금 은닉 의혹에 대해 한때 ‘DJ저격수’로 유명한 이모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정계 일각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물론 검찰과 국정원까지 자체 조사에 착수했지만 이 사건은 국내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반삼성 분위기가 확대되고 에버랜드 변칙증여 사건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검찰이 삼성 일가의 계좌추적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수사에 임하면서 이 상무의 해외 비자금 은닉 의혹이 다시 이슈화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삼성은 “대응할 가치가 없는 기사”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 언론들의 관심이 뜨거워지자 바짝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특히 삼성은 최근 국내 일부 언론에서 이 상무의 해외 비자금 은닉 의혹과 관련, 미국 현지 취재까지 나서자 적극적인 대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데이저널 발행인인 연 훈씨는 국내 모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5~6개 언론사가 미국 현지 취재를 했지만 비보도를 전제로 광고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한 신문에는 기사 대신 삼성 광고만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구조본 관계자는 “전혀 사실 무근이고 선데이저널이 해외 언론이기 때문에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이 같은 기사가 보도된다면 적극적으로 (법적)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naver.com


“이건희·이재용이 나서야 끝난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수사 마무리를 위해 이건희 회장 및 이재용 상무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내비췄다.
에버랜드 변칙증여 사건과 관련, 현재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고 말하며 이 회장과 이 상무를 수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검찰은 삼성 일가의 계좌추적과 함께 이 회장과 이 상무 등이 에버랜드 CB발행에 직·간접적으로 지사하거나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법원이 지난 10월 5일 에버랜드 허태학 전 사장과 박노빅 현 사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이후 검찰은 당시 간부급 실무자를 불러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실무자급 조사가 2주 정도 소요된다는 점에서 내달 중순에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상무에 대한 직접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이 회장이 미국서 장기 체류하고 있는데다 이 상무도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검찰이 에버랜드 변칙증여 사건에 대해 이 회장과 이 상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수사를 마무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검찰은 에버랜드 실무자들을 상대로 지난 96년 CB 발행이 경영상 필요로 인한 것이 아니라 회사 경영권을 이 상무 등 이 회장 4남매에게 증여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또한 이번 실무자급들 조사가 끝나면 당시 삼성 비서실에 근무했던 실무자들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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