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도시철도-인천시의회 ‘짜고 친 고스톱?’


 

신문게재일자: 2005. 10. 24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송도신도시의 웰카운티 아파트 분양과정에서 지하철역사 위치가 변경된 사실을 알고도 ‘2개 역사가 단지와 연결된다’는 광고를 내보내 ‘사기분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는 지하철역사 위치 변경을 확정하고도 홈페이지에서 4개월 이상 수정하지 않아 송도웰카운티 청약자들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송도웰카운티 입주자대표협의회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청약자 모집을 위해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와 짜고 역사 변경 사실을 숨긴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게다가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결정된 역사 위치를 시의원이 개입해 변경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 남구 주안동에 사는 최모씨는 지난해 11월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송도웰카운티’ 아파트에 청약신청을 했다.
주택자금을 꽤 모아둔 터라 서울 부근의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했지만 송도웰카운티 단지가 2개의 지하철역사와 연결돼 교통이 편리한데다 투자가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인천도시개발공사 홈페이지에 ‘수도권 외곽순환고속국도가 부분 개통돼 있고 향후 인천도시철도1호선 2개 역사가 단지까지 연결돼 도심과 지하철 연결이 용이해짐은 물론 인천국제공항과 제2연육교의 개통으로 관리한 교통 환경을 갖추게 된다’는 광고내용을 보고 청약을 결심했다.
최씨가 모델하우스에 방문했을 때도 인천도시개발공사 분양팀 직원과 안내도우미도 “2개의 역사가 단지와 200m 정도 거리에 있어 도보로 2분 정도 걸린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렇게 최씨는 송도웰카운티 아파트를 분양받게 됐지만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에 지하철역사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미 분양 3개월 전에 역사 위치가 변경된 사실을 알게 됐다.
최씨가 송도웰카운티 아파트에 청약을 하기 3개월 전인 지난해 9월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는 시의회와 협의를 거쳐 역사 위치를 변경키로 확정했다는 것.
결국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분양 전부터 역사 위치가 변경되는 것을 알고도 이를 속인 채 청약자를 모집했기 때문에 ‘사기분양’에 해당한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다.
최씨를 비롯해 지난해 11월 송도웰카운티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입주자대표협의회’를 만들어 ‘사기분양’에 대해 인천도시개발공사에 공식 항의했다.
하지만 인천도시개발공사은 “지하철역사가 2분 거리에 있다는 문구를 넣어 광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분양책자에는 역사의 정확한 위치를 표시하지 않았다”며 “2개의 역사가 단지까지 연결된다는 것은 광고 특성상의 표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인천도시철도1호선을 담당하고 있는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는 지난해 9월 기존 역사 예정지를 변경하기로 확정했는데도 불구하고 올 4월 초까지 변경된 사항을 홈페이지 등에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의 홈페이지에는 올 4월 초까지 기존 지하철역사 예정지가 그대로 표시돼 있어 청약자들이 도시개발공사의 광고처럼 2개 역사가 모두 송도웰카운티 단지와 연결된다고 믿을 수 밖에 없었다”며 “인천도시개발공사와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의 광고나 게시판에 올려진 자료를 믿고 청약 신청을 한 사람들은 정부기관의 ‘사기분양’에 당한 셈”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또 “앞으로 정부기관인 공사 게시판이나 광고물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는 “지난해 9월경 역사 위치 변경은 이미 확정됐던 결정사항”이라며 “행정부서에서 실수로 잘못된 설계도면이 게시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송도웰카운티 입주자대표협의회 관계자는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가 실수로 4개월 이상 잘못된 정보를 게시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냐”며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송도신도시 아파트 분양을 위해 인천도시개발공사와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가 짜고 친 고스톱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협의회 관계자는 “인천도시개발공사는 분양 전에 이미 역사 위치가 변경된 것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단지와 지하철역사 2개가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해 청약신청을 유도했다”며 “2개의 역사가 단지와 연결된다는 장점 때문에 청약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고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청약자들을 속인 채 고분양가로 거액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역사 변경에 시의원
개입 의혹도

송도웰카운티 입주자대표협의회측은 또 인천지하철1호선 지하철역사 위치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인천시의회 이모 의원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입주자대표협의회에 따르면 송도웰카운티 아파트 외곽에 연결된 지하철역사는 당초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이뤄졌으나 이후 인천시 건설교통위 이 의원이 갯벌타워와 송도2역을 연계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제안하자 위원회 내부에서 별다른 협의 없이 역사 위치가 변경됐다는 것.
입주자대표협의회는 시의회를 찾아가 역사 위치 변경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시의회측은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또다시 변경하기 어려운데다 단지 내에 출입구 설치는 가능하지만 관리를 하기 어렵고,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철회 요구를 회피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직접 역사 변경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전문 의원들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고 이것을 위원장이 대표로 읽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인천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1차 분양 때까지 역사 위치가 변경된 것을 몰랐고, 입주자들의 민원에 따라 실제 단지와 역사 거리를 측정해보니 2분 40초 정도 걸렸다”며 “단지와 역사의 거리가 기존 예정지보다 큰 차이가 없고 분양책자에 지하철 역사를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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