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남편과 아들까지 살해

<30대 남성이 여관에서 9살 난 아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모(39) 씨는 “헤어지자”는 내연녀의 말에 이성을 잃어 지난 8일 오후 6시께 내연녀의 막내아들인 장모 군을 여관으로 유인해 목 졸라 살해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 씨는 이전에 내연녀의 남편까지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경악케 하고 있다. 불륜남녀의 치정이 부른 살인사건의 풀 스토리를 취재했다. >
  
지난 16일 서울 성북구의 한 여관에서 30대 남성이 목 놓아 울었다. 9살 어린이의 살인사건을 현장 검증하는 순간이었다. 서럽게 우는 김모(39) 씨는 바로 자신이 아들처럼 예뻐했던 내연녀 이모(49) 씨의 막내아들 장(9)군을 죽인 범인이다. 그는 그 순간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사랑이 뭐길래”
 
사건은 2년 전,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씨는 일행들과 노래방을 찾았다. 도우미로 온 이 씨는 김 씨와 파트너가 되었고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첫눈에 서로 호감을 느낀 이들은 연인관계로 발전해 만남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 씨에겐 20여년을 함께 한 남편과 아들이 다섯이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깊어만 갔다.

이 씨는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노래방 도우미로 활동하면서 아들 다섯을 키우고 뇌병변장애가 있는 남편 장모(52) 씨를 보살펴야 했다. 그렇게 이 씨의 몸과 마음은 지쳐갔고 그런 이 씨에게 김 씨는 큰 위로가 되었다.

이 씨의 남편은 결혼 전 인쇄업을 운영했으나 15년여 전쯤 당뇨로 인한 합병증을 앓으며 일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모든 살림을 이 씨가 떠안아야 했다. 더욱이 2005년부터는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이 모든 것들에 지친 이 씨는 김 씨에게 “남편이 남자구실을 못 한다”며 “남편을 죽여 달라”는 푸념을 자주 했다. 결국 2009년 10월 28일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김 씨는 이날 오전 10시께 사회복지사로 가장해 문을 열게 한 후 집에 침입했다. 그는 내연녀의 남편인 장 씨를 밀쳐 넘어뜨리고 수표 등 46만원을 강취 후 소지한 라이터로 행거에 걸려있는 옷에 불을 붙여 집 내부를 반소시키고 그로인해 장 씨를 질식사로 사망케했다. 김 씨의 범죄는 영원히 묻히는 듯 했다.

그러나 더욱 잔혹한 비극이 기다리고 있었다. 2010년 성북구 동소문동의 한 여관에서 김 씨는 또 한 번 살인을 저질렀다. 집주변에서 놀고 있던 이 씨의 막내아들 장 군을 유인해 목 졸라 살해한 것. 김 씨는 내연녀인 이 씨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흥분해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사이는 이 씨의 남편이 죽고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씨는 작년 김 씨가 사기로 인해 수배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는 이 씨를 만나는 동안 부동산 관련 사기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또 이씨는 3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남성과 가까워지면서 김 씨에게 더욱 소홀해졌다. 이에 김 씨의 집착은 심해졌고 자주 다툼이 일어났다.

그러던 중 이 씨는 마침내 김 씨와의 인연의 고리를 끊기로 작심했다. 이 씨는 그 댓가가 이렇게 참혹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렇게 치정에 의한 그들의 사랑은 결국 잔인한 결말을 가져왔다. 

경찰은 9살 어린이 살인 용의자로 김 씨를 지목하고 김 씨의 아버지 집에서 잠복했다. 잠복하는 동안 김 씨의 아버지와 친분을 쌓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김 씨의 아버지는 은연중에 김 씨가 이 씨의 남편을 살해한 사실을 내뱉었고, 이에 영원히 묻힐 뻔 한 살해사건이 들통 났다.

성북 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10여년 간 제 3금융권의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다. 어렸을 적부터 사고를 많이 쳤다는 김 씨는 상해 등으로 전과 9범이었으며 현재 모 기업의 간부를 사칭해 임대아파트 분양 사기 등 11건의 사기행위로 수배자신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 군은 단독 범행이지만 남편 장 씨는 이 씨와 공모해서 죽였다”고 자백했으나 이 씨는 “남편 살해범이 김 씨일 것이라 의심은 했지만 공모한 적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3일 김 씨에 대해 내연녀의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했으며, 임대아파트 분양 사기 등을 저지른 것과 관련해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또 이 씨가 남편이 죽은 뒤 화재보험금 5,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이 씨에 대해서도 보험범죄 관련하여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초희 기자
cococh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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