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년 시간 위에 청춘의 밤이 차오르다, 광주 1913송정역시장

한국관광공사는 2017년 4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5개 지역 6개 시장을 ‘야시장 투어’라는 테마로 각각 선정 발표했다. 화창한 봄꽃과 어우러진 야시장 투어의 대표적인 곳으로 선정된 지역은 △맛깔나는 전주 여행의 완성,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전북 전주) △104년의 시간 위에 청춘의 밤이 차오른다, 1913 송정역야시장(광주광역시) △국내 상설 야시장 1호, 부평깡통야시장(부산광역시) △봄날 떠나는 맛있고 재미난 대구 야시장 여행, 교동 도깨비야시장 서문시장(대구광역시) △주말에는 님과 함께, 목포 남진야시장(전남 목포) 등이 그 주인공이다.

요즘 광주 여행의 키워드는 ‘회춘’이다. 투박하고 낡은 시간에 청춘의 감성을 덧칠해 많은 곳이 젊어지고 환해졌다. 그 복판에 있는 것이 1913송정역시장이다. 1913년에 형성되어 104년 전통을 자랑하는 재래시장으로, 2016년 4월에 리모델링했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광산구, 중소기업청 등이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로 지원한 결과다. 이로써 컴컴하고 한산하던 시장이 한층 밝아지고, 찾는 이도 대폭 늘었다. 무엇보다 20~30대 여행객의 방문이 늘어 오래된 장터가 젊은이의 활기로 술렁댄다. 그 정점에 밤이 있다. 리모델링 때부터 본격적으로 개설 운영한 야시장 덕분이다. 저녁놀이 지고 노란 조명이 하늘을 촘촘하게 채울 때면, 야시장 특유의 달뜬 분위기와 수런거림이 함께 켜져 재미도 두 배, 활기도 두 배다.

이곳의 옛 이름은 송정역전매일시장이다. 광주송정역 앞에 있어 붙은 이름인데, 역에서 시장까지 불과 200여m 거리다. 송정역이 개설될 때 시장이 함께 형성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때 광산구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활황을 누렸다. 최근엔 같은 이유로 광주송정역을 거쳐 가는 자유 여행객의 쉼터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는 KTX 광주송정역 대합실도 있다. 국내 최초로 역사 밖에서 해당 역의 실시간 열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이 설치됐고, 한쪽에는 짐을 맡기고 편하게 시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무인 물품 보관소가 마련됐다.

시장의 규모는 작다. 골목이 직선으로 170m 정도라 이 끝과 저 끝이 한눈에 담긴다. 여기에 재기 발랄한 청년 상인들의 점포와 각자의 터전을 재해석한 터줏대감 상인들의 점포 60여 개가 어깨를 맞대고 앉았다. 그런데 생경하지 않고 조화로우며, 옛날 느낌 물씬 풍기는 세트 같다. 리모델링할 때 종전 시장의 몸에 현대의 스타일을 적절하게 입힌 덕분이다.

간판도 여행객의 시선을 끄는 데 한몫한다. 아직 ‘상회’라는 간판을 쓰는 점포도 있고, ‘느린먹거리’ ‘갱소년’ ‘밀밭양조장’ ‘우아한쌈’ ‘고로케삼촌’ 같은 개성 있는 간판을 단 점포도 있다. 업종도 다양해 시쳇말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대충 봐도 어물전, 빵집, 국숫집, 의상실, 사진관, 제분소, 미용실, 채소전 등이 늘어섰다.

먹거리의 향연

손님이 많은 곳은 아무래도 입이 즐거운 가게다. 식빵, 크로켓, 국밥, 꽈배기, 계란밥, 양갱, 부각 등이 잘 팔린다. 고소하고 달콤한 빵 냄새가 솔솔 나는 ‘또아식빵’은 발 디딜 틈이 없고, 채소와 김치를 삼겹살로 뚱뚱하게 말아 구운 삼뚱이를 파는 곳에도 손님이 많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한 우아한쌈도 눈에 띈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 한 점을 채소와 함께 싸 먹으면 1000원, 소주 한 잔을 마시면 500원이다. 쌈에 소주 한 잔을 마시는 데 1500원이 들고 3분이 걸린다. 당연히 자유 여행객에게 인기다.

음식 대신 사투리를 파는 곳도 있고, 대여 가게도 있다. 대여 가게에는 ‘누구나가게’라는 간판이 붙었다. 물건을 팔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이곳을 일주일 단위로 빌려 장사할 수 있다. 사투리를 파는 곳은 ‘역사서소’다. 전라도 사투리를 디자인에 활용한다. 까만 연필에 ‘암시랑토 안 혀 개안해야’라고 새기거나, 캘린더에 ‘조깐 쉬다 올랑께 찾지 마쇼’라고 적는 식이다.

오랜 시간이 쌓인 곳에는 이야기가 담기게 마련이다. 104년이나 된 1913송정역시장에서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일이 소중하다. 옛 간판 아래 새로운 간판이 켜켜이 쌓인 풍경을 보고, 간판과 문에 적힌 가게의 유래와 역사를 읽으며 지나는 여행객의 표정이 흐뭇하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연도 역시 하나같이 귀하다. 1920년, 1959년, 1964년… 점포 앞 길바닥에 새겨진 숫자는 해당 가게가 문을 연 시기다. 마치 역사를 밟으며 현재를 돌아보는 기분이다. 이것이 1913송정역시장의 가장 큰 매력이다. 노란 조명등 아래서 이곳의 역사를 좇는 재미가 그토록 좋다.

시장의 정기 휴무일은 둘째 월요일, 자율 휴무일은 넷째 월요일이다. 점포마다 영업시간이 다르지만 대체로 평일 주말 상관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70년대 고즈넉한 풍치

1913송정역시장과 함께 광주의 회춘을 이야기하는 곳으로 청춘발산마을이 있다. 서구 양동에 있는 이 마을은 방직 산업이 호황을 누린 1970~1980년대에 성장했으며, 방직공장과 함께 쇠퇴의 길을 걸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볼거리는 당연히 미로 같은 골목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달동네답게 구불구불하고 경사진 골목을 따라 각종 조형물과 미술 작품이 들어섰고, 글귀가 새겨졌다. 백상옥 작가의 ‘발산마을을 지키는 영웅들’도 그중 하나다. 고무신에 사람 얼굴을 그려 계속 눈길이 간다.

‘청춘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을까 / 폭풍 같은 날들로, 희망이 안 보일지라도 / 오늘의 삶에 꿈이라는 / 빛나는 벗은 잃지 않을 거야 / 나의 오늘이 내일의 청춘이기를’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108계단도 빛난다. 그림으로 가득한 여타 벽화마을과 달리 글귀로 가득 차 여운이 길다.

광주의 시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양림동이다. 근대의 풍경을 100년 넘게 지켜온 양림동역사문화마을은 처마 선이 고운 한옥과 이국적인 벽돌집이 공존해 독특한 면모를 풍긴다. 과거와 현재, 동서양의 시간을 교차해서 보고 싶을 때 찾을 만하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펭귄마을과 사직공원전망타워도 돌아보자. 양림동과 이웃한 펭권마을은 정크아트로 꾸몄다. 낡고 오래된 물건이 죄다 세상 구경을 나온 듯, 마을 골목을 빼곡하게 채운다. 고장 난 벽시계부터 손목시계까지 시계가 가득한 펭귄시계점을 비롯해 익살과 풍자로 버무린 각종 전시물이 재미있다.

펭귄마을을 돌아보고 남은 광주 여행의 아쉬움은 사직공원전망타워에서 풀면 된다. 지난해 3월 개장한 전망타워는 높이 13.7m로, 4층 옥상 전망대에 서면 무등산과 광주 시가지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오후 10시까지 개방해 야경을 보기도 좋다.

자료출처: 한국관광공사(www.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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