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왼쪽) 특검과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시스

이 부회장 구속, 대통령 대면조사 및 수사 연장 탄력
야권, 정경유착 청산 신호탄…특검법‧개혁입법 가능성↑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삼성 창립 79년 만에 총수가 구속되면서 특검팀의 창은 공동정범으로 적시된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 하는 모양새다. 특검의 남은 퍼즐은 이제 박 대통령 대면조사로 완성될 듯하다. 또한 특검 수사기간이 연장될 경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또 다른 재벌 총수들의 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검 수사의 아킬레스건은 수사 기간 연장 여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사 기한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 오는 28일 1차 수사 기한이 만료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선실세’ 최순실과 공모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17일 새벽 구속됐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 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총 5개다.

정치권은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이면서도 격하게 술렁이고 있다. 여권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충격에 빠진 듯하다.

반면 야권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으로 드러난 대한민국 적폐(積弊)인 정경유착을 뿌리 뽑는 재벌개혁 입법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특히 야권은 황교안 권한대행을 향해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승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발의한 특검의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한 내용을 골자로 한 ‘특검법 개정안’의 처리를 놓고 여야 간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수사기간이 연장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그리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재벌 총수들의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규철 특검보는 특검의 1차 수사기간을 이유로 대기업에 수사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 수사는 이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특검의 수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 측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 측은 헌재 변론을 통해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근거는 이 부회장의 법원 1차 구속영장 기각이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인해 이 같은 근거가 사라지자, 이제는 탄핵소추안과는 관계가 없다는 선긋기에 나섰다.

개혁

야권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재벌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은 재벌개혁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경제위축의 우려와 함께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해서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이에 야권은 2월 국회에서 재벌개혁 등 개혁입법안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4당은 이 부회장의 구속과 함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특검 수사기간 연장 승인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특검의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승인 여부를 놓고 황 대행이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내다봤다.

익명을 밝힌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사회의 언터쳐블(Untouchable)이었던 ‘삼성’의 오너가 정권과의 비리 결탁으로 구속됐다는 상징적인 역사, 정경유착 청산의 계기가 마련됐다”며 “재벌들은 그간 온갖 악행과 사회적 물의를 빚어왔으나, 대형로펌과 금력을 앞세워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2월 개혁법안으로 제시된 상법, 공정거래법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외에도 재벌 범죄에 대한 형량강화, 특별사면권 남용 방지 등 재벌 범죄의 형사법적 통제도 강화할 수 있도록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경유착 근절방안으로 기존의 법안과 동시에 시민들과의 연대 강화를 통해 재벌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병호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17일 “이 부회장의 구속은 사필귀정”이라며 “불법행위로 얻은 삼성의 이득은 즉시 회수돼야 한다. 국회는 재벌특혜불법신고센터와 재벌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국민이 바라는 재벌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최고위원은 이와 동시에 국민의당이 추진하는 리코법 제정, 공정위 권한강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 재벌개혁을 위한 법적 제도 등의 마련을 촉구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뇌물죄는 공여자와 수수자 쌍방이 존재해야 성립하는 범죄”라며 “이 부회장이 구속된 만큼 수수혐의자인 박 대통령도 똑같은 처분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변인은 “특검의 수사가 큰 고비를 넘겼으나 대통령 대면조사 등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황 총리는 즉각 특검 연장을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과 관련,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6일 발의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일명 최순실 특검법) 개정안’도 활발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박 의원이 발의한 최순실 특검법은 대통령의 승인 없이도 특검의 수사기간을 70일에서 120일로 50일 늘리는 등 특검의 성역 없는 조사를 위한 법 개정을 주요 골자로 했다.

특히 특검은 16일 황 대행에게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만약 황 대행이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1차 수사 기간 종료 전인 25일까지 연장 여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특검은 오는 28일 활동이 종료된다.

과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19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영장 재청구 시도 끝에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신병을 확보하면서 향후 수사에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특검은 뇌물공여자 혐의를 받은 이 부회장을 구속하면서 뇌물수수자로 간주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가성의 여부가 최대 쟁점인 상황에서 이제 특검의 창은 박 대통령을 정조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현재 특검측은 박 대통령측에 청와대 외부에서 진행하는 대면조사와 일정 공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특검의 수사기간이 연장되면 3월 초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될 경우, 박 대통령은 ‘민간인 박근혜’로 특검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물론 일부분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갖추겠지만, 현재처럼 일정을 조율하거나 청와대 앞 압수수색 불발 등 특검이 일방적으로 끌려 다닐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즉, 민간인 박근혜를 상대로 구속수사까지 가능한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해진다.

특검 수사기간이 연장되면 박 대통령 대면조사 또는 강제수사 이외에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롯데, SK, CJ 등 관련 대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도 이뤄질 수 있다. 이 부회장 구속 사유 중 국회 국정조사 당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14일 “수사 기간을 고려했을 때 다른 대기업 수사는 본격적으로 수사를 하기가 조금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는 서울 시내면세점 재승인 특혜 의혹이,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 출연의 대가로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CJ는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업무 수첩에서 이재현 CJ 회장이 광복절 특사 당시 사면을 받기 위해 박 대통령에 청탁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 당시 기업인 가운데 유일하게 사면을 받았다.

김남국 변호사(법률사무소 명현)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로 특검의 뇌물죄 수사가 큰 산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 특검의 남은 과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뇌물죄의 공여자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은 박 대통령을 공범관계로 한 뇌물죄의 범죄혐의가 상당한 정도로 인정이 됐다는 것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 대면조사 압박은 훨씬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만 재단에 돈을 출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와 민정라인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 등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특검의 수사기간을 고려할 때, 특검 수사 연장에 대한 필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

헌법재판소는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을 24일로 정하고 탄핵선고 일정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최종 기일 후 결정문 작성 등 2주 후 선고가 내려졌던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를 참고하면 3월 초 헌재의 탄핵심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욱이 대법원은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 확정 전에 이정미 재판관 권한대행의 후임을 임명하지 않을 뜻을 내비쳐 3월 초 탄핵심판은 기정사실화됐다.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자를 지명하는 것이 탄핵심판 선고 심리에서 지연의 빌미가 된다는 우려가 있다"며 “헌재의 적정한 운영에 공백이 생기고 장애가 초래돼선 안 된다. 헌법 정신에 가장 적합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국가적으로 탄핵 정국이라는 비상한 시국"이라며 "탄핵선고 심리 지연 우려 등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해 조만간 저희 입장을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빨간불이 켜졌다. 대리인단은 그동안 헌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1차 구속영장 기각을 근거로 박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을 방어해 왔으나,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논리가 깨진 것이다.

박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17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특검이 영장청구 사유로 사용한 이 부회장의 회삿돈 횡령혐의와 대통령님 탄핵소추 사유와는 전혀 무관한 삼성 내부의 사적인 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16일 열린 공판에서 최순실이 태블릿PC를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또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측은 태블릿PC 검증 신청을 철회했다.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검찰에 증거로 제출한 제2의 태블릿PC 역시 이를 개통한 이동통신업자가 ‘최순실 소유’라고 진술한 상황이다. 태블릿PC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촉발을 일으킨 중요한 증거로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인사는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발부는 특검이 상당한 정도의 증거를 가지고 범죄 사실을 소명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곧 삼성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관계를 직접 조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와 관련해 헌재 재판관들의 심증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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