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할 생각 없다”

 
한국에서 바쁘기로는 열 손가락 안에 든다는 박원순 변호사는 시민단체 희망제작소의 상임이사이자, 인권변호사, 또 진보적 시민운동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수많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셜 디자이너’라고 적혀있는 명함을 내민다. 전화통화 조차 쉽지 않은 박 변호사를 만나 그가 디자인하고 싶은 한국의 모습과 최근 불거지고 있는 민주당 영입설에 대해 들어봤다.

- 항상 바쁘게 지내는 것 같다. 최근 근황은 어떤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낸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역시 한국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나라로 한 걸음 더 내딛게 하려는 고민과 연구다. 이외에도 여러 시민단체들과 재단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강연을 다니고 있다. 최근에는 6월 2일(6·2) 지방선거와 관련해 유권자 운동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후원자들이나 후보자의 추천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 박 변호사가 상임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희망제작소는 어떤 곳인가. 현재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 인가.
“현장중심 연구를 통해 농촌과 지방을 살기 좋을 곳으로 가꿔나가고 소기업과 사회적 기업을 지원, 육성해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으로 정립시키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와 의견을 적극수용하고 있어 시민들의 힘으로 움직이는 시민참여형 연구소다.
작년 모 일간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치·사회부문에서 영향력이 있는 기관들 순위 중 희망제작소가 2위로 꼽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자체적으로도 개선되지 않아 불만인 사항들도 있다. 이제 시작단계이니 계속 발전해야 된다는 생각뿐이다.”
 
- 변호사, 시민단체 사무처장 등 많은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소셜 디자이너’라는 명함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회를 어떻게 디자인 하고 싶나.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참 애매하다.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고 고쳐나가야 될 부분도 사회 전반적으로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가 현재사회보다 조금 더 나은 사회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줬으면 좋겠다. 조금 더 민주적이고 조금 더 인간적인, 또 조금 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정책적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정부나 기업이 우리 사회를 위해 채택되도록 하는 노력하고 있다.”
 
- 사회를 업그레이드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을 무엇인가.
“너무 많다. 관료적 발상을 하는 정부, 탐욕적인 기업, 이해관계에만 매달려있는 일반국민들 등이 한걸음 더 발전된 한국사회로 가는데 어려운 과제를 짊어지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사회를 위해서 고민하는 공무원들과 국민, 기업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차근차근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개선해 나가는 게 목표다.”
-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측이 박 변호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는 출마 계획이 없는데 자꾸 서울시장이나 정치권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민주당 영입설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앞으로도 정치를 할 생각은 없다.”
 
- 희망제작소 등 시민단체는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
“알다시피 지방정부와 지방정치는 병들어 있다. 시민들의 어떤 요구에도 어느 하나 충분히 부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과 원인이 있겠지만 지방단체 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더 좋은 비전과 정책적 콘텐츠를 가지고 당선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이런 후보들은 당선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시민단체에서 해야 될 일은 여야를 막론하고 조금 더 좋은 후보를 공천한 뒤 공정한 심사를 거쳐 그 사람들을 당선되게 해야 한다.”
- 검사출신으로서 요즘 ‘과잉수사’,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검찰들을 무슨 생각으로 지켜보는가. 
“결론적으로 검찰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생각한다. 검찰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잃어버리면 생명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항상 이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해야 된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3월 5일에 영국으로 출국하는데, 4월말에 돌아온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을 둘러보고 우리나라와 차이점이나 배울만한 점을 알아내야 한다. 이 때문에 매년 1/3정도는 외국에 머문다. 한국의 지방정치가 활성화 되고, 소기업·사회적기업이 경제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
강신찬 기자
noni-jjang@hanmail.net
 
 
박원순 변호사는 누구

1956년 경남 창녕군에서 태어난 박 변호사는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75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민주화 학생운동으로 제적당하고 단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게 된다. 1980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그는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등의 변론을 맡으며 대표적인 한국의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95년부터 7년 동안 참여연대 사무처 처장을 역임하면서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는 활약으로 사회민주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후 2000년부터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 등을 연이어 설립하며 대안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설 4년간의 월급 전액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다. 2006년에는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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